지난 연말 정수근이 40억6천만원짜리 초대박을 터뜨리자 선수들은 한껏 희망을 부풀렸다. FA 자격 획득이 ‘대박으로 이어지는 꿈의 티켓’으로 선수들 사이에서 불리게 된 것도 그 이유에서다. 물론 2004년에도 정규시즌이 끝나면 임창용, 심정수 등 대어급들이 ‘대박’으로 가는 티켓을 받기 위해 줄을 설 예정이다. FA의 허와 실을 점검해본다.
1. 로또가 따로있나 - ‘웬만한 중소기업’ 수준
시행 첫해인 지난 2000년 첫 수혜자 이강철 송진우 김동수 등 3명이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3년 6억5천5백만~7억5천만원’에 이르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다년계약이라는 말도 듣기가 쉽지 않을 때였으니 이 같은 계약은 프로야구 계약사에 가히 혁명적인 변화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해마다 계약 규모를 두 배 이상 부풀린 결과 4년 만인 지난 연말에는 정수근이 두산에서 롯데로 옮기면서 6년간 40억6천만원이라는 초대형 ‘딜’을 이뤄냈다. 지난 99년 국내 프로야구 최고 연봉이 정명원의 1억5천3백만원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라는 고사성어로도 부족하다.
이만하면 속된 말로 자식 세대까지는 먹고살 수 있는 거액. 프로야구 선수는 이제 웬만한 중소기업체 사장이 부럽지 않은 처지다. 대박과 인생역전이 남의 얘기만은 아닌 것이다.
2.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 최고가 아니면 갈 수 없다
그러나 프로야구 선수가 된다고 대박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많은 노력과 철저한 자기관리, 꾸준한 성적이 보장돼야만 ‘인생역전’이 가능하다. 어디나 그렇듯 그 분야에서 최고가 돼야 부와 명예를 움켜쥘 수 있다. 대박이 얼마나 힘든지는 ‘표2’에서도 잘 드러난다.
실제 사례를 보자. 지난 89년 프로에 입문한 선수는 1백4명이었다. 그러나 그 중 송진우 이강철 등 단 2명만이 FA의 혜택을 입었다. 확률로 치면 2%도 안 된다. 1백25명이 프로무대를 밟았다가 6명의 FA선수를 배출한 91년의 예가 있긴 하지만 그 이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 기가 죽는 이야기 하나. 해마다 프로구단의 지명 대상자는 고졸·대졸 예상자를 포함해 평균 6백 명선이다. 그 중 1백여 명만이 프로 입단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한다. 그러니 실상은 6백여 명 중에 인생역전이 가능한 선수는 한둘에 그칠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3. 복은 타고나나 - 기량 말고도 ‘운대’ 따라야
그렇다고 꼭 기량만이 대박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세상사가 반드시 원칙대로만 돌아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 예로 지난해 이종열은 소속팀 LG와 FA 선언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4년 13억원에 계약을 했다. 또 안경현도 두산과 옵션 포함 4년 15억원에 계약을 성사시켰다. 당시 기량에 비해 몸값이 부풀려졌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두 구단은 프랜차이즈 선수의 첫 FA 탄생이라는 이유로 관대하게 대우했다. 두 선수는 소속 구단의 첫 FA라는 ‘+α’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던 셈.
같은 LG 소속이었던 유지현이 지난해 말 FA를 선언한 이후 갈 팀이 없어 ‘오리알’ 신세가 된 것을 떠올리면 타이밍과 운이 상당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90년대 이름값을 비교하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질 뿐이다.
4. 이어지는 논란 - 몸값 거품 ‘부익부 빈익빈’
FA제도가 스토브리그 동안 지리하게 이어지던 연봉 줄다리기를 없앰으로써 일단은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득이 되는 ‘윈윈게임’ 구도가 됐다. 구단이나 선수가 협상 테이블에 바칠 힘을 각자의 업무나 훈련에 쏟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단 간 지나친 ‘FA 잡기’는 상당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우선 몸값을 터무니없이 올려놓음으로 써 스스로 족쇄를 차는 꼴이 됐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 시장 규모로 볼 때 갈수록 구단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 프로야구는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흥행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5백만 명이었던 관중 수는 해마다 감소하거나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쳐 최근에는 3백만 명 안팎을 전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벌어들이는 수익은 줄어드는데 운영비는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 한 해 1백50억~2백억원을 쓰는 구단 재정상 한두 선수에게 거액을 퍼부을 경우 다른 선수에게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5. 성공적 FA를 위해 - 윈윈 위한 적정선 필요
FA는 프로야구 선수에게 희망을 줬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 더구나 프로야구의 자양분인 아마추어 야구가 갈수록 황폐화되고 있는 마당에 그나마 상당한 동기 부여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균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적정 몸값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반문이 필요하다. 지나친 경쟁이 야기하는 ‘아니면 말고’식의 베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은 부메랑이 돼 구단의 운영을 힘들게 할 뿐이다.
또 플러스 옵션과 마이너스 옵션을 적절히 안배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불의의 부상이나 기량 저하로 인한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메이저리그처럼 보험가입을 고려할 만도 하다.
국경선 스포츠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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