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 스프링캠프로 떠나기 전 마린스타디움에서 운동을 했던 이승엽은 얼마 전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가 깜짝 놀랄 만한 경험을 했다.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밥값을 지불한 후 식판에다 밥을 받아오는 게 아닌가.
당연히 구단에서 식사를 제공할 줄 알고 돈을 준비하지 않았던 이승엽으로선 황당할 따름이었다. 나중에 통역 이동훈씨를 통해 전해들은 얘기로는 자율훈련 기간에는 선수들한테 별도의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선수들이 직접 사먹는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이승엽은 한국에 있는 김동준 J’s엔터테인먼트 사장한테 전화를 걸어 이렇게 하소연했다. “형, 롯데구단 정말 짠돌이예요. 선수들한테 밥도 안 준다니까요. 정말 치사하지 않아요?”
자율훈련 기간 동안 이승엽의 하루 훈련 시간은 2시간 남짓이었다. 오후 1시면 모든 훈련이 끝나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집으로 곧장 향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도 없고 인터넷 연결도 안 된 집은 ‘적막강산’이나 다름없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이승엽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비디오 시청. 구단과 통역 이동훈씨가 제공한 일본 야구 경기를 반복해서 틀어 보며 무료한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었다고.
최근 어느 날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 비디오를 시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매스컴에는 ‘이승엽, 일본 정벌 위해 심야 비디오 분석’이라고 큼지막하게 소개되었다. 이승엽이 비디오를 볼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를 잘 알고 있었던 김 사장의 입가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고 한다.
이승엽이 일본선수들과 친근감을 쌓기 위해 짧은 일본어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일본 기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승엽은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 일본어 학습을 위해 ‘특별 훈련’을 받은 것일까.
김동준 사장에 따르면 이승엽은 평소 존경하는 백인천 감독의 영향으로 오래 전부터 일본어 회화책을 들고 다니며 공부를 했다고 한다. 사전 학습이 일본 현지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것. 이승엽의 ‘일본어 완전 정복’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아내 이송정씨의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본의 아니게 ‘독수공방’을 하는 이승엽 부부를 두고 항간에선 이상한 루머가 나돌았다. 아내 이씨가 일반 비자가 아닌 취업 비자를 신청해서 발급이 늦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즉 이승엽의 비자가 나온 뒤에야 선수 가족의 비자가 발급되는 관례 때문에 이씨의 비자가 지연되는 게 아니라 이씨가 일본에서 연예계 생활을 하기 위해 취업비자를 신청하는 바람에 비자 발급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취업비자 신청’은 정말 터무니없는 낭설이다. 승엽이 비자가 늦어지면서 자연스레 송정씨 비자도 지연됐던 것이다. 승엽이도 강조했지만 송정씨가 일본에서 야구선수의 아내가 아닌 이송정이란 이름으로 연예계 생활을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