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군다나 올 시즌부터는 인천 FC의 창단으로 기존의 ‘공급’보다 ‘수요’가 늘어난 탓에 각 구단들은 ‘선수 챙기기’를 위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구단에 필요한 선수를 콕 집어주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스카우트’들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물밑 협상가, 스카우트들의 입을 통해 스타 선수들의 영입에 얽힌 뒷얘기와 그들의 애로사항들을 들어봤다.
▲ 스카우트는 구단에 꼭 필요한 선수를 연결시켜 준다. 사진 왼쪽은 신생구단 인천 FC로 영입된 알파이 외잘란과 최태욱 선수. | ||
인천 FC의 박이천 스카우트가 선수 영입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동안 필요한 아마추어선수들을 일단 확보하고 FA선수들과 접촉이 가능했던 지난 1월부터 한 달 동안 본격적으로 ‘대어 사냥’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올림픽대표 붙박이로 활약중인 최태욱(전 안양 LG)과 터키 국가대표 중앙수비수인 알파이 외잘란(전 아스톤 빌라)과의 협상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박이천 스카우트는 “알파이는 사실 수원 삼성에서 먼저 눈독을 들였지만 1년에 1백50만달러를 고집하는 알파이와 그 이하에서 협상하려는 수원과의 의견차이가 컸다”며 “그 정보를 입수하고 본격적으로 ‘알파이 설득작전’에 나섰는데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아스톤 빌라에서 2백50만달러를 받은 알파이의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 인천 FC 김석현 사무국장은 “기존 접촉한 구단보다 더 낮은 액수이기 때문에 선수 자신이 공개하기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박 스카우트는 최태욱과 같은 대어는 오히려 협상이 쉬웠지만 다른 중고참 선수들과의 협상에선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최태욱의 경우는 이미 안양과 정리 수순을 밟고 있었기 때문에 전지훈련을 나가기 전날 전격적으로 ‘사인’을 받고 그날 오후에 입단식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
반면 김학철과 임중용(전 대구 FC)을 데리고 오면서는 ‘선수 빼가기’라는 대구 구단의 볼멘소리와 함께 박종환 감독의 항의전화까지 받아야 했다는 후문.
최근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수비수 임유환은 ‘수읽기’가 제대로 맞아떨어진 전북 현대의 ‘작품’이었다. 전북의 차종복 스카우트는 “교토 퍼플상가가 올 시즌 2부리그로 강등되면서 공격수를 급하게 찾는 패턴으로 갈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최용수를 영입한 걸 보고 협상에 들어갔는데 임요환과의 물밑 작업이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카우트에게는 한 발 먼저 축구판의 지각변동을 예상할 수 있는 분별력과 선수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이 필수 사항이다. 하지만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오지랖 넓은 인간관계와 협상을 위한 노련한 ‘말발’. ‘인간성’ 또한 기본적으로 타고나야 하는 항목 중 하나다. 금액 차이가 크지 않다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예전 지도자나 도움을 받았던 스카우트의 청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부산 아이콘스에서 스카우트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최만희 부단장은 “(노)정윤이가 일본 활동을 접고 국내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뛸 수 있는 곳을 고민할 때, 다른 구단의 제의를 뿌리치고 부산으로 오게 한 것도 역시 과거의 친분 덕이었다”면서 “(이)임생이의 경우도 청소년대표팀에서 지도할 때 쌓았던 인간적인 신뢰가 큰 도움이 됐다”며 금전적인 것만큼이나 인맥이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스카우트들은 현직에서 은퇴한 선수들이거나 지도자 생활을 거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한 다리 걸치면 ‘형, 동생’으로 호칭이 정리되는 사이다. 그렇다 보니 치열한 눈치싸움과 경쟁을 벌이면서도 중요한 정보와 자료 등을 공유하는 ‘공생 관계’를 맺기도 한다. 자기가 속한 구단에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정말 좋은 선수가 있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다른 구단의 스카우트에게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하며 그들만의 힘든 세계를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