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에 견본을, 올해 1월에 본격적으로 1차분 1백권을 보냈다. 국내 바둑교실 보급용으로 제작한 <스피드 바둑(Speed Baduk for Beginners)>이라는 입문서의 영역본이다.
1950년대에 프로기전이 생기고, 1960년대부터는 세계에서 바둑이 가장 강한 극동 아시아 3개국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명실공히 바둑 세계 최강국으로 공인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실로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한국 바둑이 세계를 완전 제패한 1990년대 중반, 그 무렵에는 이미 우리 바둑책이 당연히, 오대양육대주까지는 몰라도,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는 진출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실정은 정반대. 최근까지도 한국기원에서 나온 영어 바둑책은 한 권도 없었다. 한두 권 기억나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게 너무 미미해 전무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한국기원을 통해 입단한 세계 최초의, 한국계 여류프로 제니스 킴(아버지가 한국인이고 어머니가 미국인) 초단이 미국에 돌아가 바둑전문 출판사를 차려 펴낸 것들과, 정수현 9단, 남치형 2단 등이 교수로 있는 명지대 바둑학과에서 출간한 것, 그 두어 종류가 지금까지는 한국산 영어 바둑책의 전부이다.
오로미디어 조창삼 사장은 오래전부터 주변의 바둑 관계자들에게 “영어 바둑책을 만들어 수출해 보겠다”는 꿈을 피력하던 사람이다.
“한국 바둑이 세계 제일이라고 떠들기만 하면 뭐하나요. 영어권을 비롯한 해외보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결국은 우물 안 개구리식의, 동양3강의 잔치 아닌가요. 한국 바둑으로서는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지금이 해외보급의 적기라는 것, 바둑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감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막상 실천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 바둑이 앞으로도 계속 오늘날과 같은 호황을 누리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중국 바둑이 전속력으로 세계를 향해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바둑의 해외보급을 생각하면 정말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수지타산이 어떨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일단 누군가는 시작해야 할 일이고, 열심히 하다 보면 돈도 벌지 않겠습니까.”
조 사장이 한국 바둑의 해외보급에 용기와 자신을 갖고 실천에 옮기는 데에는 지난해 여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유럽오픈 바둑대회에 참가했던 경험이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
시험삼아 우리 바둑책과 바둑판, 바둑용품 등을 들고 가, 선수로도 출전해 대회 바둑도 두는 한편, 바둑이 끝나면 대회장 한쪽에 좌판을 벌여놓고 팔아 보았던 것인데,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너무나 좋았다.
시장조사만 한다는 생각으로 물건을 많이 가져가지 않은 데다가, 영어가 서툴러 손짓 발짓에 콩글리시 보디랭귀지 다 동원해야 했지만, 그래도 나중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 각국의 바둑협회 임원, 선수들과 의견 교환도 하고 계약도 몇 건 성사를 시켰던 것이다.
희망을 안고 귀국한 조 사장은, 그동안 조칠훈 9단의 친형 조상연씨(일본기원 프로 5단)가 운영하던, ‘월간 바둑세계’(조치훈후원회)와 일본 바둑서적 번역출판 전문 ‘아진출판’을 인수, 영역을 크게 넓혔다. 30여 년 기력(棋歷)에 짱짱한 아마5단의 바둑실력, <바둑뉴스>에서 <주간바둑361>까지 바둑기자 10년 경력을 통해 그 나름대로 터득한 바둑사업의 경영 노하우, ‘선제공격·주도권 장악’을 과감히 실행한 것이다.
이번에 수출한 <스피드 바둑>은 국내에서 6천∼7천원에 판매하는 것에, 정가 13유로(유럽통합화폐, 1유로는 약 1천4백90원)를 붙였으니 단가와 마진은 괜찮은 편이지만 1백 권이면 물량이랄 것이 없어 전체적으로 액수는 사실 미미하다.
유럽오픈 바둑대회처럼 유럽 바둑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그런 큰 시장에서 몰아치기로 파는 것은 그런 대로 재미가 있겠지만 그런 기회는 1년에 한두 번일 것이다. 바둑협회나 바둑클럽을 통한다 해도 역시 아직은 대단치 않을 것이다. 하물며 유럽의 일반 서점에 배포할 때 과연 얼마나 팔릴지 전도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제 시작인 것. 조 사장은 “자신이 있다. 바둑도 큰돈이 된다는 것을 입증해 보일 테니 조금만 기다려 보라”면서 웃는다.
이광구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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