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중국전에서 최성국이 상대 선수의 태클을 피해 드리블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미 한국대표팀은 해발 1,220m 고지대 적응 훈련을 하기 위해 지난 7일 중국 쿤밍으로 떠난 상태. 중국전에서의 상승세를 이란전으로까지 이어가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지만 한국팀은 원정경기라는 부담과 ‘테헤란 징크스’라 불릴 만큼 이란에서의 초라한 국제대회 성적, 그리고 장신을 이용한 이란의 두터운 미드필더와 수비진 대처법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축구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이란전의 문제점과 대비책을 알아본다.
[코피 터지는 고지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준결승 이란전(0-0 무승부 후 PK패)에서 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치를 맡아 벤치를 지켰던 최강희 코치는 “이란은 파워, 기술을 고루 갖춘 팀이라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며 현지 여건 등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중에서 한국팀 선수들의 경계 대상 1호가 바로 경기가 열리는 테헤란이 고지대라는 사실. 해발 1,2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뛸 경우 호흡이 가쁘고 쉽게 피곤해지며 심하면 코피까지 나오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고지에서 정상적인 전력을 발휘하려면 선수들 모두 적응 훈련을 통해 제 컨디션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미드필드 장악이 관건]
지난달 8일 일본올림픽팀과 이란과의 평가전을 직접 보고 돌아온 대한축구협회 강영철 기술위원은 플레이메이커 모발리를 중심으로 한 철통 같은 이란의 미드필더진에 대해 “한·중·일보다 한 수 위”라면서 “미드필더진의 돌파력, 공격력, 공수 연결 능력 등은 마치 브라질 대표팀 출신 선수의 개인기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라고 높게 평가했다.
또한 강 위원은 “상대팀 수비 두세 명이 에워싸도 그걸 뚫고 나오는 능력이 상당하다. 한국팀으로선 미드필더진을 흔들어놓으려면 박지성, 최태욱 등을 양쪽 날개로 세워 사이드쪽에서 공격활로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첨부했다.
강 위원은 미드필더진의 강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란의 수비진영이 불안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허리쪽만 넘어서면 수비 벽을 뚫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적 응원 극복하라]
이란 선수들의 강한 체력은 아시아권에서도 정평이 나 있을 정도. 지리학적으로 구 소련과, 유럽에 근접해 있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유럽 축구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면서 선수들의 플레이도 유럽식 축구를 표방하고 있다.
전 수원 삼성 감독인 김호 감독은 “국제무대 경험이 많은 선수라면 이란전에 대해 크게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여느 아시아팀과는 다른 플레이 스타일로 초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이란 국민의 광적인 응원은 한국의 ‘붉은악마’ 응원단을 능가하는 수준이라 이란의 홈그라운드에서 상대팀의 일방적인 응원에 넋 놓고 있다보면 경기 감각조차 잃어버릴 것이라고 걱정.
[빠른 패스가 승리 키워드]
그렇다고 이란의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드필더에서 센터로 연결하는 패스가 단조로워 공격 패턴이 쉽게 눈에 띄고 185cm의 장신 수비수들이 일 대 일 마크에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비록 제공권에서는 부담스럽다고 해도 짧은 패스와 논스톱 패스 등으로 파상공격을 펼친다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한국대표팀의 김호곤 감독은 “패스의 정확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양쪽 사이드의 원활한 움직임을 극대화해서 공격패턴을 다양하게 만들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감독은 이천수(23·레알 소시에다드)의 합류에 대해 큰 기대를 나타냈다.
최성국, 이천수 중 누굴 먼저 기용할지를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할 만큼 선수층이 두터워졌다는 부분도 김 감독한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한편 최강희 코치는 이란이 잠그는 형태로 경기를 풀어나갈지 아니면 치고받는 경기 형식을 취할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한국팀 입장에선 치고받는 경기가 유리하다. 발 빠른 선수들이 많아 이 형태를 취할 경우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영철 기술위원은 적극적인 공격 형태를 취하면서도 미드필더진이 체력 분배를 잘할 수 있도록 코칭스태프가 세밀한 작전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