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별’들 의원나리 두들기다
그런데 당시 제1야당의 김동영 총무가 방으로 들어오면서 농담을 툭 던졌다.
“허, 힘 있는 거물은 안 오고 똥별들만 먼저 모였구먼….”
이 말을 들은 장성들은 기분이 무척 상했지만 순순히 받아넘기는 듯했다. 그 뒤 민정당의 이세기 총무가 들어서자 열이 받아 있던 정동호 육군참모차장이 “이(李)세끼 총무, 뭐 이렇게 늦게 오고 그래. 그러니까 야당 측에서 우릴 보고 똥별이라고 하지 않나 말이야”라고 분풀이하듯 말했다.
그리고 술자리가 무르익어갈 무렵 민정당 남재희 의원이 장성들의 도에 넘어선 행동에 흥분해 맥주잔 2개를 연거푸 벽에 던져버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잔의 파편이 이대희 소장의 눈두덩이를 찢어버렸다. 태권도 4단이던 이 소장의 발이 남 의원의 입을 정면으로 가격하면서 회식 자리는 금세 피범벅이 돼 버렸다.
양측은 그 뒤 가까스로 화해를 해 2차 폭탄주를 마셨다. 그런데 모두들 함구하기로 했던 약속이 틀어지면서 “국회의원들이 군인들에게 직사하게 얻어맞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결국 다음날 여당의원들의 본회의 불참 사태로까지 확대되면서 국방위 회식 사건의 부끄러운 일면들이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00년 이정빈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의 폭탄주 실언도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는 그 해 10월 정부중앙청사 근처 한정식집에서 약 25명의 외교통상부 출입기자 및 10여 명의 외교통상부 간부들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폭탄주 두 잔을 마시고 큰 실언을 해버렸다.
당시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국무장관 올브라이트와 서로 포옹할 일이 있었는데 안아보니 가슴이 탱탱하더라. (중략) KBS <심야토론>에 나가 토론할 때 졸릴 때마다 방청객으로 나온 구로공단 여공들의 짧은 스커트 속 팬티를 보면서 잠을 깼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뒤 이 장관은 “상당 부분 왜곡되고 사실이 아닌 것도 있지만 부덕하고 변변치 못한 것에서 연유됐다”며 사과했다.
지난 2000년 7월에도 정부 고위 관리의 폭탄주 실언이 있었다. 환경부 산하의 김시평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이 기자들과 점심을 먹다 폭탄주를 마시고 취중에 성차별 실언을 했던 것.
한 일간지 보도 내용에 따르면 “사실 우리 아키코상(김명자 환경부 장관 이름의 일본식 발음)은 미인이다”라고 말했는가 하면 “여자가 안경을 쓰면 지적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여성으로서의 매력은 50% 이상 뚝 떨어진다”고 말하는 등 성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고위 공직자로서의 신분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취중실언을 했다”며 다음날 곧바로 사표를 제출해 의원 면직 처리됐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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