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엘류 월드컵 대표팀 감독 | ||
지난 18일 2006년 월드컵 아시아 예선 몰디브전(31일 원정경기)에 출전할 18명의 대표팀 명단이 발표된 가운데 월드컵(성인)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한축구협회와 프로구단들이 보여준 행동들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토로하면서 ‘아끼바리’(추청벼)와 ‘일반미’로 두 대표팀의 상반된 현실을 설명했다.
쿠엘류 감독도 짐짓 내색하진 않지만 코칭스태프의 미팅 때나 김진국 기술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자신의 요구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협회에 상당한 불만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올림픽대표팀이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치르며 연일 쾌승을 낚자 여론은 그렇다치더라도 협회 관계자들마저 올림픽대표팀에 ‘올인’하는 분위기를 띄우다보니 쿠엘류 감독으로선 여러 가지로 섭섭한 마음뿐이었던 것. 더욱이 프로팀에서도 4월3일 K-리그 개막을 이유로 대표팀 차출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쿠엘류 감독으로선 마치 고립무원의 궁지에 빠져 혼자 허우적대는 듯한 쓸쓸함이 한가득이다.
‘2002년 월드컵 때와는 사정이 백팔십도 달라진 현실을 이대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계속해서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울 것이냐.’ 몰디브전을 앞두고 ‘홀대’받는 쿠엘류 감독의 고민들을 알아본다.
18일 쿠엘류 감독의 굳은 얼굴은 좀처럼 펴지질 않았다. 원래 22명의 엔트리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주위의 압력(?)에 의해 선수 4명을 제외시킨 데다 ‘15일로 예정된 명단 발표일을 올림픽대표팀이 17일 이란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연기해달라’는 협회측의 주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18일 발표를 해야 했던 것.
더욱이 올림픽대표팀 선수 중 월드컵대표팀에 속했던 선수가 무려 11명이나 되자 협회측에선 가급적 올림픽대표팀 소속의 선수를 제외시켜줄 것을 부탁했고, 프로구단측에선 그들대로 선수 빼가기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다른 팀도 아닌, 약체팀으로 평가받는 몰디브와의 경기에 해외파 총동원령을 내리고 베스트 멤버 구성을 강행하는 쿠엘류 감독에 대해 협회 내부에서조차 이해보다는 비난의 화살을 퍼붓자 그로선 여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쿠엘류 감독은 올림픽대표팀의 예선일정을 고려해 정말 뽑고 싶었던 최성국 조재진 김동진 등을 놔두고 수비와 미드필드 보강을 위해 조병국 김두현만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의 A코치는 “감독의 권리가 침해받는다고 느끼면 어느 누구라도 기분 나쁠 수밖에 없다. 절충과 대화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지시를 받거나 따라야 하는 상황들이 감독 입장에선 대단히 불쾌한 일이었을 것”이라며 좀 더 배려하지 못한 협회의 처사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협회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만약 월드컵대표팀이 몰디브전이 아니라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강호들과 경기 일정이 잡혀 있었더라면 또 다른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주장.
협회의 고위관계자는 “일단 올림픽이 끝나면 이런 문제는 안 생길 것이다. 협회에선 지금 이 순간 어느 대회가 더 중요한지를 판단한다. 물론 월드컵대표팀의 일정도 중요하지만 상대팀이 약체팀이라 올림픽팀보다는 신경이 덜 쓰이는 게 사실이다. 그런 현실을 무조건 ‘올림픽팀만 챙긴다’는 시각으로 불만을 터트리는 쿠엘류 감독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며 오히려 쿠엘류 감독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란전에 전세기를 띄운 부분도 쿠엘류 감독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후문이다. 전세기는 한국 축구 1백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 물론 이란 최대의 명절로 인해 항공기 좌석 확보가 어렵자 올림픽 티켓의 분수령이 될 이란전을 응원하기 위해 협회에서 짜낸 묘안이었지만 쿠엘류 감독 입장에선 한국에서 몰디브까지 가는 데 무려 15시간(싱가폴항공 체류 시간 포함)이 걸리는데도 불구하고 협회의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띄지 않자 더 더욱 ‘꽁’한 마음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
이에 대해 협회의 홍보담당자는 “전세기를 띄우기 전에 이미 몰디브행은 전 선수단이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예약을 완료한 상태였다. 그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전세기를 띄운다고 해서 마음이 바뀌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만약 몰디브전에 집중하기 위해 전세기를 띄운다고 한다면 과연 여론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쿠엘류 감독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오는 7월 아시안컵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더욱더 어려워지기만 하는 선수 차출 문제 등이 쿠엘류 감독한테 적잖은 부담과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성인대표팀의 수장을 맡았지만 그에 따른 대접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는 쿠엘류 감독이 최근 가장 ‘열받는’ 질문은 이런 내용이라고 한다. “감독님, 그런데 몰디브에도 축구팀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