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호(스포츠투데이) | ||
박찬호(31·텍사스)의 매형이자 매니지먼트사인 팀61의 대표 김만섭씨는 스프링캠프 동안 최고의 피칭 내용을 선보이며 확신에 찬 ‘부활가’를 선보인 박찬호의 심경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동계훈련 동안 박찬호와 동고동락하며 비디오 및 사진 촬영 등을 통해 박찬호의 재기를 도왔던 김 대표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박찬호의 동계훈련 과정과 김성근 전 LG 감독에게 투구 동작에 대해 자문을 구했던 부분, 그리고 올 시즌 박찬호가 목표로 잡은 승수 등에 대해 밝혔다.
김만섭 대표는 박찬호의 비밀 동계훈련이 귀국 전부터 준비된 시나리오였다고 한다. 지난 2년 동안의 부진으로 온갖 수모와 멸시를 겪은 박찬호는 지난해 가을부터 허리 전문 주치의 야밀 클린 박사의 재활프로그램을 연말까지 꾸준히 이행했고 잠시 귀국했다가 LA로 훈련지를 옮긴 후부터 본격적인 피칭을 시작했다고.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즈음 박찬호의 몸은 90% 정도 올라온 상태였다. 어느 해보다도 빠른 페이스로 ‘구위 살리기’에 나선 부분도 박찬호의 자신감과 속도와 제구력 회복에 절대적인 도움을 주었다.
김 대표는 ‘비밀훈련’ 동안 기자들로부터 훈련 장면을 단 한 번이라도 공개해 달라는 성화가 빗발쳤지만 박찬호가 ‘보여주는 야구를 하기 싫다’며 단호하게 거절하는 바람에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일부러 언론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신문도 안 보고 또 텍사스 집에 인터넷이 잘 되지 않아 거의 여론과는 담 쌓고 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지 가끔 나한테 기사의 흐름에 대해 물을 때도 있다.”
박찬호는 지난 2월 중순 세계적인 ‘기 수련장’ 애리조나의 세도나를 극비리에 방문해 이틀간 명상훈련을 받은 사실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세도나 방문은 스프링캠프지로 이동하기 직전에 행한 일.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박찬호가 평소 복식호흡이나 참선, 기 수련 등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말한다.
LA 다저스 시절부터 심리적 안정을 위해 자주 찾았던 스포츠 심리학자 하비 도프만도 올 시즌 박찬호의 재기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박찬호는 올해 초 알링턴 자택으로 도프만 박사를 초대해서 시즌을 앞둔 심리적인 부담감과 재기에 대한 압박감 해소를 위해 어드바이스를 들었다고 한다.
박찬호가 김성근 전 LG 감독을 찾은 데에도 사연이 있었다.
“박찬호는 전성기 때의 다이내믹하고 퍼펙트한 투구 폼이 지난 2년 동안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그 원인에 대해 정확히 파악을 하지 못했다. 전문가들한테 자문을 구하고 싶었지만 그 어느 누구도 메이저리그 10년 경력의 박찬호한테 ‘감히’ 솔직한 평가를 내리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연락이 닿은 분이 김성근 감독님이었다. 투구 동작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내가 들고 찾아뵈었고 감독님의 의사 전달이 미비하다고 판단됐을 때는 두 사람이 직접 통화하며 문제점과 대응 방법을 찾아나갔는데 이 부분이 스프링캠프 동안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은 분명하다.”
박찬호가 스프링캠프 동안 속도와 제구력 면에서 안정을 찾은 절대적인 이유는 허리 부상 완쾌와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100%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신체적인 회복과 정신적인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예전의 투구폼이 되살아났다는 것.
김 대표는 “지난해에도 스피드나 공이 마음먹은 대로 꽂히지 않을 때 박찬호는 ‘컨디션이 정상이고 폼을 되찾으면 예전 스피드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확신했다”면서 “부진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부상 치료, 철저한 재활 프로그램 이행, 그리고 자신감을 되찾아가면서 이전의 박찬호가 환생한 듯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정작 박찬호는 여론의 ‘장밋빛 무드’를 잔뜩 경계중이다. 뼈를 깎는 고통과 노력을 수반했지만 성적은 혼자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는 ‘진실’ 때문이다. 박찬호가 밝힌 올 시즌 목표는 30게임 이상, 2백 이닝 이상 등판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10승 이상은 생각하고 있다. 박찬호가 잡은 목표에서 승률이 5할만 돼도 15승은 되지 않느냐”고 조심스럽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