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호 | ||
이제 메이저리그는 월드시리즈가 진행되는 10월 중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경기가 벌어진다. 국내 메이저리그 마니아들도 신명나는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이런 가운데 뭐니뭐니해도 관심의 초점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국내파들의 올 시즌 활약상일 것이다. 과연 텍사스 레인저스의 박찬호는 재기에 성공해 팀의 에이스로 거듭 태어날 것인지, 어깨 부상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빠진 보스턴 레드삭스의 김병현은 몇 승을 거둘 수 있을지, 마이너리그로 강등당했다가 6일 만에 컴백한 뉴욕 메츠 서재응의 향후 진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개막전 홈런으로 마이애미판 스타탄생을 알린 최희섭의 활약도 주목을 끈다.
마운드의 3총사격인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의 시즌 초반 분위기를 점검해 본다.
지난 7일 박찬호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상대로 7.2이닝 동안 7안타 1볼넷 8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비록 상대 좌완 마크 멀더와 맞붙어 패전을 기록하긴 했으나 매우 인상적인 투구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12일 애너하임과의 홈경기에서 6이닝 동안 10안타 6실점하며 시즌 2패째를 기록했다. 오클랜드전에서 선보인 제구력, 볼배합, 마운드에서의 자신감 등등이 수위를 낮추긴 했지만 현지 분위기는 여전히 박찬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박찬호의 재기 기준선은 어디쯤일까. 물론 많은 팬들은 지난 2년 부상의 덫에 걸려 부진했으니까 10승대에 도달하면 성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국내 팬들의 기대치다. 텍사스 레인저스 미디어 관계자들은 연봉에 걸맞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믿는다. 박찬호는 지난 2001년 12월 연봉 6천5백만달러에 5년 계약을 맺었다. 연봉 1천3백만달러의 투수가 ‘10승·방어율 4점대’로는 곤란하다. 최소한 12승 이상에 방어율은 3점대 후반 혹은 4.00을 유지해야 뒷말이 잠잠해질 것이다.
다만 허리부상이 완쾌됐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는 게 관건이다. 재기 여부의 가장 큰 변수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김병현 | ||
김병현은 현재 플로리다 포트마이어 시티 오브 팜스파크에서 재활훈련에 한창이다. 트레이너 이창호씨에 따르면 “오는 16일쯤 싱글A 게임에 등판해 실전 피칭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싱글A 경기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으면 곧바로 메이저리그로 복귀하게 된다. 20일 전후로 해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김병현은 “구단에서 준 프로그램대로 훈련하고 있다. 유키 로하스 코치가 요구하는 볼의 회전 방향에 따라 던졌으나 어깨 통증이 전혀 없었다”며 복귀 준비가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음을 내비쳤다.
현재 국내파 3총사 가운데 구위만으로 따지면 김병현이 가장 위다. 언더핸드스로 투수로 직구 스피드가 150km대를 유지하고 있고 슬라이더, 변형된 커브, 체인지업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특히 볼의 움직임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두드러져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가 없다. 우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볼이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만 조심한다면 집중타를 얻어맞을 확률도 매우 적다.
구원투수로 2년 연속 8승을 거둔 터라 10승 이상은 무난하다는 게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비록 어깨부상으로 출발이 늦었으나 28경기에서 30경기 선발 등판을 목표로 하면 두 자릿수 승수 달성은 가능하다. 10승 이상은 국내파 맏형 박찬호외에는 달성한 투수가 없다.
▲ 서재응 | ||
지난 3일 구단의 짐 듀켓 단장과 아트 하우 감독은 팀의 제4선발로 내정된 서재응을 개막 엔트리 조정 이틀을 앞두고 노포크 트리플A로 강등시켰다. 예상치 못한 조치였다. 침묵을 지켰던 서재응은 지난 5일 포트 세인트루시 캠프에 통역 데니얼 김을 대동하고 뉴욕 메츠 출입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했다.
이 자리에서 서재응은 “그렇다면 트리플A 두세 경기 못 던지면 더블A로 내려 보내느냐”며 마이너리그 강등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시범경기 성적으로 이번 조치가 취해졌다면 할 말이 없다”며 시범경기 부진을 인정했다.
이 대응에 대해 짐 듀켓 단장은 “마이너리그에서도 계속 부진하면 팀에서 내보낼 것”이라며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앞으로 정신 바짝 차리라는 얘기다.
그러나 서재응은 제5선발 스콧 에릭슨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인해 6일 만에 다시 메이저리그로 올라와 지난 11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경기에서 중간계투로 등판해 2이닝 동안 3안타를 맞고 1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따라서 서재응은 당분간 선발보다는 중간계투로 활용될 것으로 보여 박찬호나 김병현보다 훨씬 어렵게 2004시즌을 출발했다. 시즌 전 목표로 세운 2백 이닝 투구는 일단 어렵게 됐고 10승 도전도 쉽지 않을 듯하다. ‘쨍 하고 해만 뜰 줄’ 알았던 서재응의 올 시즌에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이다.
문상열 스포츠 전문 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