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1점 차로 접전을 벌인 페예노르트가 아약스와의 경기에서 패하는 바람에 승점이 3점으로 벌어졌거든요.
앞으로 남은 5경기에서 한 게임 정도는 져도 2위는 유지할 수 있을 것 같고 리그 1, 2위한테만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도 거머쥘 수 있을 것 같네요.
요즘 제가 하는 플레이를 보고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저도 지금은 외국에서 공 찬다고 생각하질 않거든요. 마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처럼 마음이 편하고 자연스럽고 부담이 없어요.
아마도 지난 2월 유럽축구연맹(UEFA)컵 32강전에서 맞붙은 이탈리아 페루자와의 경기 때부터 이런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전에는 마치 남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웠는데 지금은 맞춤 유니폼을 입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뛰고 있으니까요. 올해 목표가 ‘무조건 많이 뛰자’였는데 다행히(?) 소속팀이나 대표팀 경기 일정이 빡빡해 소원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참, 꾸준히 개인 교습을 받고 있는 영어와 네덜란드어 실력도 많이 늘었어요. 의사소통이 되고 있으니까. 네덜란드어를 처음 배울 때의 막막함을 떠올리면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따로 없는 거죠. 전 이곳에서 죽었다 깨어나도 네덜란드어는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오죽했으면 네덜란드 사람들이 말을 하는 걸 보고 들으면서 엄청 신기해하고 부러워했을까.
드디어 한국에서도 K-리그가 막을 올렸네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경기장을 찾는 축구팬들이 많아야 한다는 사실이죠. 팬들이 경기를 외면하면 축구는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제가 여기 와서 가장 부러워했던 게 축구문화였어요.
에인트호벤 인구가 10만 명 정도라고 해요. 그런데 홈경기가 열릴 때는 3만5천 명의 관중이 꽉 들어차거든요. 라이벌팀인 아약스와 맞붙든 꼴찌팀과 경기를 하든 관중 수는 변함이 없어요. 경기 시작 전엔 음악에 맞춰 어깨동무도 하고 춤도 추는 등 난리법석을 떨다가도 플레이가 시작되면 경기에 집중해요.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와 관중이 일심동체가 되는 그런 기분, 그건 직접 느껴보지 않고는 모르실 겁니다.
전 에인트호벤에서 다른 건 부럽지 않은 데 딱 한 가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축구문화가 너무 부러워요. 한국에서 뛰는 용병들이 한국의 축구문화를 부러워하고 자랑할 수 있도록 한국에도 축구가 붐을 이뤘으면 좋겠네요.
4월12일 에인트호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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