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에 나가 최고 대우를 받으며 활약하고 있는(아래부터) 박찬호(텍사스), 김병현(보스턴), 이승엽(지바 롯데).이들 중 최고의 몸값은 5년간 6천5백만달러(약 7백80억원)를 받는 박찬호다. | ||
천문학적 금액을 창출하고 있는 이 영화의 제작비는 한국 영화사상 최대인 1백70억원. 1백70억원의 투자로 5천억원의 효과를 보았으니 초특급 대박이다. 과감한 투자로 최대의 결과물을 낳은 셈이다.
이런 과감한 투자는 비단 영화판의 일만은 아니다.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구단이나 기업의 투자 또한 영화 산업에 버금간다. 특히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는 형편인데도 구단과 기업들은 이들에 대한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시스템이 기업과 선수들을 ‘공생관계’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 선수들의 몸값과 그들이 발생시키는 어마어마한 경제가치(효과)를 살펴봤다.
현재 해외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는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이들은 바로 야구와 골프 선수들이다. 그 중에서도 순수 연봉으로 가장 높은 몸값을 받는 선수는 역시 박찬호(31·텍사스)다.
지난 2002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에서 텍사스로 이적한 박찬호는 당시 5년간 6천5백만달러(약 7백80억원), 연평균 1천3백만달러라는 초특급 계약을 했다. 2002년 7백만달러로 시작해 올해엔 무려 1천4백만달러(약 1백68억원)에 이른다. 연봉만 따진다면 국내 재벌 총수들을 능가하는 것. 메이저리그 전체 선수 중 16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김병현(25)은 박찬호 다음으로 ‘귀하신 몸’이다. 작년 시즌을 마치고 ‘2년간 1천10만달러’(인센티브 10만달러 포함) 계약에 사인하면서 갑부의 반열에 올라섰다. 물론 박찬호의 몸값에는 한참 모자라지만 연봉 5백만달러는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와 타자를 통틀어 상위 10% 이내에 드는 거액. 더욱이 선배 박찬호의 빅리거 5년차 연봉(2000년, 3백85만달러)과 비교하면 오히려 가파른 상승세다.
특히 미국의 스포츠 전문잡지인 <스포팅 뉴스>가 최근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를 대상으로 매긴 순위에서 김병현은 몸값 3백59만달러의 가치를 지닌 선수로 평가되며 한국 출신 빅리거 중 박찬호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국민타자’ 이승엽(27·지바 롯데)이 스포츠 갑부 대열에 합류했다. 정확하게 드러난 그의 몸값은 계약금 1억엔과 연봉 2억엔. 일본 프로야구 구단의 관례상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으나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와 구단에서 제공하는 각종 보너스를 생각하면 그가 2년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적게는 6억엔(약 66억원)에서 많게는 9억엔(약 99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연봉으로 몸값을 평가받는 야구선수들과는 달리 외국에서 활약하는 한국 골프선수들의 몸값은 기업에서 받는 스폰서 금액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골프 선수들의 몸값 총액은 대략 3백50억원 선.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몸값을 받는 선수는 한국 여자 골프의 ‘지존’ 박세리(27·CJ)다. 박세리는 지난해 삼성에서 CJ로 메인 스폰서 기업을 바꾸면서 ‘잭팟’을 터뜨렸다.
그녀가 CJ와 맺은 계약은 순수 연봉만 5년간 1백억원. 여기에 테일러메이드와 맺은 서브 스폰서 계약(3년간 30억원)과 CJ에서 제공되는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까지 계산하면 1백50억원을 가뿐히 넘어선다. 대회 참가로 벌어들이는 상금과 초청비를 포함하지 않는 금액이기에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과의 단순비교는 힘들겠지만 그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엄청난 몸값인 셈.
▲ LPGA와 PGA 투어에서 활약중인 박세리, 최경주, 김미현, 안시현(위에서부터). 최경주와 안시현은 무명 때 ‘헐값’에 스폰서계약을 맺어 ‘대박’을 터뜨린 경우다. | ||
여자 골퍼들에 비하면 남자 선수들의 몸값은 아직 껌값(?)이나 다름없다. 마스터즈대회 3위라는 엄청난 성적을 올린 ‘슈퍼탱크’ 최경주의 경우 슈페리어, 테일러메이드와 맺은 계약금이 고작(?) 10억원 선이다. 물론 그의 활약상에 비하면 헐값이라 할 수 있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억’ 소리 나게 만드는 거액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기업이나 구단에서는 왜 이토록 엄청난 금액을 쏟아부어 스타 선수들을 ‘걸어다니는 기업’으로 만들어 주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수들에게 투자하는 몇십 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 선수들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CJ는 골프 스타를 이용한 스포츠 마케팅의 최대 수혜자라 할 수 있다. 현재 CJ에서 후원하고 있는 선수들은 LPGA에서 활약하는 박세리, 박희정, 강지민을 비롯해 이선화, 배경은 등 총 5명. 이들에게 1년간 들어가는 돈은 대략 50억원 선이다. 하지만 이들로 인해 발생하는 홍보효과는 무려 3백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CJ의 한 관계자는 “주요 일간지, 스포츠지, 공중파 및 케이블에 노출되는 빈도와 가중치를 광고단가로 환산해 통계를 내면 지난 한 해 국내에서만 3백억원이 넘는 홍보효과가 있었다. 또한 박세리의 영입으로 향상된 기업 신뢰도 및 인지도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것”이라며 스포츠 마케팅이 기업이미지 제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골프 스타를 후원하는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작년 LPGA 대회인 CJ나인브릿지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하며 ‘신데렐라’로 등장한 안시현(20)과 PGA투어에 최경주(34·슈페리어)에 이어 두 번째로 입성한 나상욱(21)을 영입한 FnC 코오롱 관계자들은 요즘 입이 귀에 걸려 있다.
안시현과 나상욱의 ‘가능성’만 믿고 ‘싼값’에 장기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 안시현의 경우는 1억원도 안되는 금액으로 계약을 맺었으니 그야말로 ‘대박’ 중 ‘대박’을 터뜨린 케이스다.
최경주의 소속사 슈페리어도 주위의 엄청난 부러움을 사고 있다. 전 세계에 중계가 되는 PGA투어는 미국과 유럽에선 최고의 인기 스포츠. 최경주의 활약은 슈페리어란 브랜드의 자연스런 노출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엄청난 홍보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더욱이 최고 권위의 마스터즈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최경주로 인한 기업 홍보 효과는 2천7백억원이 넘는다는 경제연구소의 추정이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기업들이 무작정 선수들과 거액의 계약을 맺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몸값을 산정하는 최고의 기준은 바로 선수들이 지닌 ‘상품성’이다.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 최고 수준의 연봉으로 지바 롯데에 영입된 것은 비단 아시아 홈런기록을 세운 그의 실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무한한 상품가치에 롯데 구단이 매료되었기 때문. 한국에선 ‘국민타자’로 칭송받았던 이승엽이라서 그의 영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투자 금액을 고스란히 빼고도 남는다. 일본의 한 일간지 분석에 따르면 롯데 경기의 한국 내 중계권료와 이승엽을 보기 위한 한국 관광객 수입만으로도 1년 안에 투자비용을 뽑을 수 있다고 한다.
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홍재승 박사는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의 상품성은 성적, 관중 수입, 광고 수입 등 눈에 보이는 효과로만 판단할 수 없다. 해외 선수들의 활약상이 사회에 지속적으로 투영되면서 발생하는 무형적 효과는 가시적 효과 그 이상”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스포츠 스타들이 해외에서 벌이고 있는 활약이 전 세계적으로 ‘Korea’란 브랜드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한민족에게는 긍지를 심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결국 선수들의 거액 몸값은 선수들의 빼어난 성적 이외에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국내외 지명도, 그들이 발생 시킬 수 있는 무형적 부가가치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한다고 할 수 있다. 박찬호나 김병현 등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실력 그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그들의 잠재적 가치가 무한하기 때문이다.
최혁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