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도 있었다. 모 팀의 간판스타인 J선수가 그날따라 있는 대로 버벅거렸는데 화가 난 관중들이 경기 끝나고 J선수의 차 앞으로 몰려들었다. 차 안에는 J선수의 부인과 어린 딸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화가 잔뜩 난 관중 몇 명이 차 유리창에다 침을 뱉고 어디선가 ‘짱돌’을 가져와 차체를 벅벅 긁었고, 영문도 모른 채 꼼짝없이 차 안에 갇혀 있던 J선수의 부인과 딸은 공포에 질린 나머지 엉엉 울기까지 했다.
더블헤더를 하던 날 9타수 무안타에 삼진 2개 병살타 3개를 쳤던 K선수가 있었다. 이런 날은 쥐구멍을 만들어서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우는 아내 뺨 때리는’ 격으로 주차장에 서 있던 K선수한테 관객 한 명이 심한 욕을 퍼부었다. 그러자 순간 이성을 잃은 K선수는 그 관객을 향해 이단 옆차기를 날려 버렸다.
주위에서 뜯어말렸지만 맞은 이는 이미 의식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날 K선수는 경찰서에 불려갔고 쓰러진 관객은 이틀 만에 깨어났다. 결국 합의금 1천2백만원을 물어주고 K선수는 한동안 2군에서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제발 연패할 때는 야구장 근처의 식당에 가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패한 경기 당일 친구하고 술 한잔 하려면 야구장과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먹는 게 좋다. 연패하고 술 먹는 장소에서는 반드시 시비가 붙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술을 먹고 선수는 밥만 먹어도 팬들 눈에는 운동은 열심히 안하고 술만 퍼먹는 거로 보이기 때문에 험한 말이 날아온다. 실제로 술 한잔 안 먹었는데 팬들이 구단에 전화를 해서 모 선수가 경기 끝나고 친구들하고 밤새 술 퍼먹었다고 제보한 적도 있었다.
내가 LG에서 뛸 당시 6연패를 했을 때의 일화다. 그날 관중들이 ‘청문회’를 하자며 구름같이 몰려들었고 잔뜩 흥분한 관중들은 선수들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원정을 가야 했던 선수들은 구단버스를 잠실 경기장 부근의 탄천 주차장에 대기 시켜놓고 뒷문으로 탈출했고 발이 느린 나는 맨 뒤에서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성난 관중들이 선수들을 발견했고 발이 느린 난 관중들한테 꼼짝없이 잡힐 신세였다. 관중들이 우르르 뛰어오는 걸 보면서 순간 나는 방망이가 여덟 자루나 들어 있던 가방을 던져버리고 도망을 쳤다. 그때 버리고 간 방망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모두 76만원이나 된다.
야구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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