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대전 경기 직전 만난 이병훈 해설위원과 박용택 jhlee@ilyo.co.kr | ||
24일 현재 3할2푼3리로 절정의 타격감을 이루며 14경기 연속안타 행진을 벌였던 박용택은 외모처럼 깔끔한 인터뷰 매너를 선보여 ‘잘생긴 남자’의 매력을 한껏 뽐냈다.
이병훈(이하 이): 용택아, 솔직히 얘기해봐. 네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잘생겼다’는 거지? 이젠 좀 질릴 때도 되지 않았냐?
박용택(이하 박): 안 그래요. 기자들이 저한테 ‘얼짱’이니 ‘몸짱’이니 하시는데 친구들이 막 웃어요. 야구선수들 중에 그렇게 인물이 없냐고. ‘얼짱’이란 수식어는 더 이상 붙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몸짱’은 좀 맞는 것 같아요. 하도 ‘몸짱’ ‘몸짱’ 그러니까 복근에 더 신경쓰게 되더라고요. (배에 ‘王’자가 새겨졌냐는 기자의 물음에) 당근이죠. 그 글자 만드느라고 고생 좀 했으니까요.
이: ‘몸짱’은 내가 인정한다. 지난번 라커룸에서 벗은 몸을 보니까 진짜 죽이더라. 몸에 그렇게 자신 있다면 있다가 사진 촬영할 때 라커룸에서 서로 웃통 벗고 한번 찍어볼까?
박: 에이, 저야 문제없지만 선배는 그림이 안 되잖아요. <일요신문> 구독률 떨어질라.
이: 자꾸 기분 나빠지니까 몸매 얘기는 그만하자. 그건 그렇고 요즘 네 타율이 장난 아니던데?
박: 타순이 편해서 그런 것 같아요. 1번 빼고는 다 괜찮은 편인데 최근 2번에서 중심타선으로 배치된 이후 방망이 감각이 더욱 좋아졌어요.
이: 1번 타자였을 때는 뭐가 문제였다고 생각해?
박: 어떻게 해서든 출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나쁜 공에도 자꾸 방망이가 나가게 돼요.
이: LG에서 너만큼 빠른 발을 가진 선수가 없잖아. 그래서 도루를 많이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것 같은데.
박: 왜 없겠어요. 주루 플레이를 잘 하려고 열심히 뛰어보지만 공을 하도 많이 맞아서 이젠 도루하기도 겁나요.
박: 하하.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런 소문이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투수들의 양심에 맡겨야 되겠죠. 전 도루하는 게 좋아요. 막 뛰어다니고 슬라이딩도 해야 방망이가 더 잘 맞아요.
이: 올해가 프로 3년 차인데 프로 입문 전에 계획했던 모습과 지금의 성적을 비교해 보면 이상이냐 이하냐?
박: 올 시즌만 따진다면 분명 이상이죠.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맞아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솔직히 시범경기 때부터 감이 왔어요. 타격감각이 예술이더라고요. 개막해도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안 들었어요.
이: 옷 잘 입는다고 소문났던데 노하우 좀 공개해 봐라.
박: 제 용돈의 대부분은 옷과 신발 사는 데 들어가요. 한달에 패션잡지만 열 권 넘게 구독하고요,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챙겨주시는 옷보다 제가 입고 싶은 옷을 골라 입을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어요. 고등학교 때도 헐렁한 유니폼을 몸에 착 달라붙도록 수선해서 입기도 했고요. 패션감각은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아요.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안목도 생기고 스타일리시한 옷차림을 선호하게 되고.
이: 얼마전 잠실 경기 끝나고 나온 네 옷차림을 보니까 감탄이 절로 나더라. 세미정장에다 머리까지 세련되게 단장하고 나오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
박: 제가 가장 싫어하는 선수가 누군지 아세요? 경기장에 샌들에 반바지 입고 오는 선수예요. 프로는 경기장 밖에서도 프로답게 입고 다녀야해요.
이: 은퇴하면 지도자 안할 거라며?
박: 패션 계통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싶어요. 그래서 바람이 있다면 패션과 관련된 일을 하는 여자와 결혼했으면 좋겠어요.
이: 지금 사귀는 여자 없니? 여자친구 많다고 소문났던데.
박: 여자친구야 있죠. 애인이 없어서 그렇지. 지난해 가을 1년 반 동안 사귄 여자와 헤어진 뒤 지금까지 혼자예요. 운동선수가 결혼하기도 힘들지만 연애하기는 더더욱 그런 것 같아요. 자주 만날 수 없다보니 오해만 쌓이고 싸우게 되고, 그런 게 가장 답답했어요. 하지만 결혼은 일찍 하고 싶어요.
정리=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