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되는 브루노 메추 감독. ‘4강전사’를 이끌고 또한번 신화를 일구어 낼지 주목된다. | ||
‘압둘 카림 메추(Abdul Karim Metsu).’ 브루노 메추(50)로 알려진 차기 한국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는 2002년 초 세네갈 감독으로 재직할 당시 현지 여인 은디아예와 결혼하면서 아예 이슬람으로 개종했고 이슬람식 이름을 얻었다.
내세울 것 없는 선수시절과 10년여의 마이너팀 지도자생활을 하며 ‘하류 인생’을 경험했던 메추는 세네갈 감독으로 취임한 뒤 말 그대로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최근 그의 연봉이 2백만 달러 이상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40대 후반부터의 인생이야기도 화제다. 2년 전 UAE 알 아인클럽을 맡을 당시 55만 달러였던 연봉이 4배 가까이나 치솟았기 때문. 이것은 월드컵 16강, 8강, 4강 진출에 따른 옵션계약으로 일궈낸 1백만 달러의 연봉자, 히딩크 감독보다 2배나 높은 금액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메추가 세네갈과 UAE에서 이룬 성공을 한국에서도 이뤄낼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과연 거금을 투자하고 데려올 만한 실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항간에선 월드컵 8강 신화는 프랑스 리그에서 검증된 우수 선수들을 애국심을 자극해 세네갈 대표팀으로 한데 묶은 것 외에 메추 감독이 한 일이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또 UAE리그 1위에 오른 알 아인을 맡아 리그 3연패를 이룩한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류인생을 경험했던 그는 엘리트 코스만을 걸었던 다른 감독들에 비해 선수 융화를 이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만은 인정해도 될 듯하다.
1954년생인 메추 감독은 선수시절에는 프랑스와 벨기에리그에서 활동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저 그런 선수였다. 니스, 릴, 보베, 발랑시엔느 클럽과 설기현이 뛰고 있는 벨기에의 안더레흐트 소속이었다. 이후 1988년부터 1999년 초까지는 프랑스의 보베, 릴, 발랑시엔느, 스당, 발랑스 등에서 감독과 코치로 생활했다. 선수 시절과 마찬가지로 지도자 생활도 역시 특별한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고 있었다.
▲ 4강 전사 | ||
메추 감독은 당시 프랑스 랑스에서 뛰던 엘 하지 디우프(리버풀)와 같은 선수들에게 감독이 아니라 형처럼 협조를 호소했다. 일일이 이들을 찾아다니며 잠자고 있던 애국심을 일깨우는 바람에 결국 세네갈은 본선에서 프랑스를 물리치고 8강 진출이라는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2002월드컵 이후 메추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의 반열에 올랐고 이슬람교의 나라인 UAE로 감독직을 옮겼다. 세네갈과 2003년까지 계약돼 있었던 그는 세네갈축구협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세네갈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면에는 돈 문제가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세네갈협회로부터 55만달러의 연봉을 약속받았지만 계약금이 30만달러였고 연봉은 10개월동안 2만5천달러씩 분할 지급받았다. 문제는 그 월급마저 제 때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 결국 그는 ‘상류 인생’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알 아인 클럽으로 자리를 옮겼고 2002년 7월이후 두 번이나 리그 정상에 오르는 등 상승가도를 내달렸다.
그 무렵 쿠엘류 감독의 공백을 대신 할 적임자를 찾고 있던 대한축구협회가 히딩크 감독 부임 이전부터 눈독을 들인 메추 감독을 찾아 나섰다. 메추 감독으로선 한국대표팀 감독직 제의가 또 다른 성공신화를 꿈꾸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대한축구협회와 밀고 당기는 실랑이 끝에 마침내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역사’를 만들게 된다. 프랑스에서 서부 아프리카로 옮긴지 5년 만에 메추 감독은 중동을 거쳐 유럽에서 보면 동쪽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한국으로까지 머나먼 동방 여행을 하는 셈이다.
메추 감독이 아프리카와 UAE에서 이룬 성공 일기가 한국에서도 그대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벌써부터 한국의 축구팬들은 매력적인 금발의 프랑스 남자한테 흠뻑 빠져들었다. 성적만 뒷받침된다면, 골에 대한 갈증만 해소시켜 준다면 히딩크 감독의 뒤를 잇는 또 다른 ‘영웅’이 탄생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