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액의 돈들이 프로 축구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선수 선발 과정에 개입해 돈을 챙기는 일부 부정한 사람들로 인해 구단 운영비가 다른 데로 새면서 검은 유착 관계가 형성되고 있어 문제다. 최근 한 프로팀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전 사무국장 A씨의 비리 혐의가 수면 위로 부각되면서 그동안 설만 무성했던 프로 축구단의 ‘눈먼 돈’이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실체1 - 1백만달러로 둔갑한 용병
모 구단에서 뛰고 있던 용병선수 B는 최근 지인을 만나 “나는 연봉 20만달러짜리 선수다. 왜 나에게 1백만달러 수준의 실력을 원하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고 한다. 즉 자신은 20만달러를 받고 왔는데 한국에 오니 자신이 1백만달러 선수로 변신해 있었다는 것.
이 구단에서 B를 영입하면서 밝힌 연봉은 1백만달러였다. 하지만 B는 자신의 연봉이 20만달러라고 털어놨다. 그럼 나머지 80만달러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축구단 직원 C씨는 기자에게 “이 돈은 구단 직원과 에이전트, 감독 등이 나눠가졌다”면서 “에이전트가 구단 직원이 더 많이 챙겨갔다며 분개하고 있어 어이없었던 기억이 난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밝혔다.
이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한다. 선수를 테스트하고 코칭스태프에서 합격 사인이 나면 구단과 연봉 협상에 들어간다. 이때 에이전트는 구단 직원과 짜고 몸값을 부풀린다. 구단은 이들이 협상한 금액을 용병의 현지 에이전트사로 송금한다. 물증이 남는 것도 아니고 구단 금고에서 나온 눈먼 돈을 서로가 일한 만큼(?) 사이좋게 나눠가지기 때문에 뒤탈이 날 확률도 적다. 용병이 양심선언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은밀한 그들만의 거래는 말 그대로 ‘윈윈 게임’이다.
실체2 - 감독=에이전트?
대학에서 프로로 직행하는 선수들은 대학 감독이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또 다른 ‘먹잇감’이다. 모 대학의 D감독은 ‘감독이 아니라 에이전트’라는 얘기를 들을 만큼 돈 밝힘증이 심하다. 대학을 통해 수급되는 선수들이 구단과 이중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사실. 이중 계약서는 신인 선수 상한 금액 때문에 발생한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신인 선수라 할지라도 상한선은 계약금 3억원에 연봉 2천만원이 최고다. 그러니 좋은 선수를 잡기 위해 뒷돈은 필수이고 이중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학 감독은 가족들을 설득해 특정 구단으로 갈 수 있도록 구단에 도움을 준다. 구단에서도 수고비를 받고 선수 가족으로부터는 뒷돈의 일정 부분을 받아낸다. 역시 눈먼 구단 돈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모 대학 출신의 E선수는 “감독님에 대한 존경이 그 순간 사라졌다”며 감독의 에이전트화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했다.
실체3 - 개혁 비웃는 검은 카르텔
일단 이들은 물증을 남기지 않는다. 서로 간의 은행 계좌이체는 절대 금물이다. 대부분 현금을 주고받는 형태로 일한다. 만약 구단에서 직원의 부정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미지 제고를 위해 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이 수사 기관에 의뢰를 하기란 힘들다. 징계도 내부적으로 처리되기 일쑤다. 또 20년이 넘은 K리그에서 공개적으로 이 사실이 알려진 경우도 손에 꼽을 정도다. 일부 구단 고위층들은 이런 부분을 바꾸기 위해 개혁을 외치기도 하지만 부정 축재자들끼리 암묵의 카르텔에 무릎을 꿇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이 카르텔에 몸을 담으면 경제적인 안정이 보장되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으로 축구에 몸을 담았던 사람들도 변질되기 쉽다. 에이전트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되는 F씨가 “나만 깨끗하려 했더니 이 바닥에서 바보가 되는 것 같다”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