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메이저리그의 내로라하는 라이벌을 꼽는다면 한때 애리조나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그렉 매덕스와 톰 글래빈, 유격수 대릭 지터와 노마 가르시아파라, 마무리 투수 존 스몰츠와 마리아노 리베라 등이 서로를 존경하고 상대방의 플레이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선수들이다.
반면에 앙숙 관계인 선수들은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와 마이크 피아자,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게리 세필드 등이다. 이들은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 거리고 툭하면 ‘맞장’ 뜨려 하고 심지어 언론에다 상대를 욕하기 일쑤다.
그러나 한국에선 선후배 관계가 엄격히 존재하기 때문에 라이벌은 있어도 앙숙 관계는 거의 없다. 간혹 선배가 후배를 비난하는 경우는 있지만 후배일 경우엔 ‘뒷담화’ 까는 걸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게 고작이다.
심정수, 이승엽이 치열한 홈런 경쟁을 벌일 때는 이승엽이 타이틀을 차지해도 심정수를 제일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선배라고 표현했다. 박명환과 이승호는 탈삼진 부문에서 최대 라이벌이지만 서로한테 최고의 공을 던진다고 칭찬한다. 재미있는 라이벌도 있었다. 예전에 성준과 강태원은 마운드에서 인터벌이 긴 걸로 막상막하의 대결을 벌였다.
그런데 앙숙지간은 조금 다르다. 타자의 경우, 내가 투수라면 아무개 선수한테 이런 공은 안 던지고 저런 공을 많이 던져서 잡아내겠다며 은근히 상대 약점을 공개한다. 그리고 자기 팀 투수가 아무개 선수한테 홈런을 맞으면 한심한 투수쯤으로 간주한다. 또 자기가 홈런을 치면 타격이 뛰어난 거고 아무개가 치면 투수가 실투한 거다. 심한 경우에는 아무개가 외야쪽 빠지는 장타를 치면 수비수한테 왜 못잡았냐며 택도 없는 짜증을 낸다. 이런 모든 어거지가 결국 아무개 귀에 들어가면 둘 사이는 앙숙이 되는 거다.
투수의 경우 앙숙 투수가 던지는 날은 최소한 자기 팀 타자들은 반드시 작살을 내야 한다고 난리다. 만약 앙숙한테 지고 다음날 이기면 왜 어제 경기에 못 이겼냐며 투덜거린다.
요즘 앙숙이 돼 가는 팀들이 생겨나고 있다. 야구의 불문율을 깼다고 그렇단다. 물론 상대팀을 자극하기 위해서 그랬다면 욕먹어도 싸지만 팀 사정상 할 수 없이 많은 점수 차에서 번트를 했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무조건 ‘니들, 앞으로 두고 보자’는 식은 자제해야 한다. 더욱이 선수한테 보복성 투구하는 건 정말 나쁜 ‘짓’이다. 또 아무런 꺼리도 안 되는 걸 가지고 괜히 트집 잡는 팀도 있는데 그 팀도 제발 자제하길 바란다.
이병훈 야구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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