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가장 바빠진 사람은 김은국 태릉선수촌 의무실장(34)이다. 김 실장은 도핑에 관한 선수들의 교육은 물론 선수들이 복용하는 약물과 보양식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선수들이 먹는 한약재나 보양식을 일일이 검사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선수들의 도핑 관련 문의로 정신이 없다. ‘어떤 감기약을 먹어야 하나요?’ ‘부모님이 한약을 보내 주셨는데 검사 좀 부탁드려요.’ ‘체력이 달려서 보양식을 먹었으면 하는데 금지 목록 좀 적어주세요’. 하루에도 몇 번씩 금지약물 목록을 들쳐보고 있자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고.
강력한 교육 탓에 이제는 선수들이 알아서 금지약물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특히 대표경력이 5년이 넘은 선수들은 이제는 금지약물 목록까지 외우고 다니는 형편이다. 10년째 태릉선수촌을 지키고 있는 배드민턴의 김동문 선수는 “이제는 도핑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몸에 배어있는 생활이거든요”라며 외부 훈련이나 대회 출전 때는 설사약이나 감기약들을 의무관에게 미리 조제해서 가지고 다닐 정도가 되었다고 말한다. 대표팀의 터줏대감 심권호 레슬링 대표팀 트레이너도 도핑에 관해서는 의사 못지않은 지식인이다. “장어, 인삼물 정도는 괜찮고요, 뱀은 예전엔 괜찮았는데 근래 들어 금지목록에 포함됐어요. 사실 스태미나 보강에는 뱀이 최고인데 말이죠”라고 줄줄 말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도핑 전문가다.
문제는 선수촌에 갓 들어온 새내기 국가대표 선수들. 실제로 국가 대표에 처음으로 발탁된 신인 선수가 외부에서 다친 눈의 상처 때문에 안약을 넣었다가 도핑에 걸려 낭패를 본 적도 있다고 하니 새내기 선수들은 ‘자나 깨나 약물 조심!’일 수밖에 없는 것.
도핑에 대한 노이로제로 인해 가끔은 오버하는 선수들도 나온다고 한다. 간단한 소염제나 훈련 중 입은 부상을 치료하는 항생제는 먹어도 무방하지만 아파도 아무 약도 복용하지 않고 무조건 참고 버티는 선수들도 있다고.
최혁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