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스타 팬투표 1위에 오른 조인성. ‘그라운드의 사령관’이라는 포수로서 자부심이 대단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병훈(이): 먼저 올스타 팬투표에서 1위에 오른 걸 축하한다. 그런데 예상은 했었냐?
조인성(조): 전혀 못했어요. 포수 부문은 자신있었는데 전체 1위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이: 1위가 된 비결이 뭐라고 생각해.
조: 아마 저의 성실한 모습과 항상 밝은 표정으로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이미지가 팬들한테 좋은 모습으로 어필한 것 같아요.
이: 그런데 갑자기 몰표가 접수되면서 1위에 오른 거잖아. 너 혹시 ‘알바’ 쓴 거 아니냐?
조: 으하하하. 그건 아니고요. 제가 삭발을 하고 강한 투혼을 보여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게 아닐까요?
이: 너 삭발은 왜 했냐? 무슨 불만이 있었던 게 틀림없어.
조: 그때 팀이 8연패중이었어요. 안방 마님(포수)으로서 책임감을 느꼈죠. 밤마다 잠도 안 오고 미치겠더라고요. 그래서 머리에다 화풀이를 했죠. 그런데 때마침 그날 연패를 끊어 눈물 나게 기뻤어요.
조: 수비형 포수죠. 아마 경기 전에 상대팀 타자들 타격훈련 할 때 철저히 연구하는 포수는 저뿐일 거예요. 또 LG가 3년째 팀 방어율이 상위권인 것도 어느 정도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 조인성도 무서워하는 타자가 있을까? 내가 보기엔 없을 것도 같고.
조: 김동주(두산)한테는 정말 던질 데가 없어요. 모든 구종을 완벽하게 자기 스윙을 하기 때문에 아주 징그러울 정도예요.
이: 네가 볼 때 포수로서 ‘넘버 1’을 꼽는다면?
조: (최)기문이 형이죠. 앉은 자세가 완벽하고 투수를 편하게 리드해줘요. 모든 투수들이 기문이 형을 원할 정도라고 하던데요?
이: 너도 프로 와서 꽤 많은 감독을 모셨지 아마?
조: 다섯 분이랑 호흡을 맞춰봤죠.
이: 그중에서 누구하고 궁합이 제일 잘 맞았냐?
조: 이순철 감독님이요. 이 감독님하고는 코치 시절부터 대화를 많이 했어요. 지금도 절대적으로 절 믿어 주세요. 절 믿어주는 감독님 밑에선 열심히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죠.
이: 두산의 홍성흔하고 곧잘 비교가 되는데 기분이 어떠냐.
조: 홍성흔과 저는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요. 홍성흔은 기분에 따라 리드가 달라지는데 저는 안정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요. 그리고 수비쪽은 비교 자체가 기분 나쁘죠. (이 대목에서 유독 흥분하는 이유가 뭘까?)
이: 알았다. 흥분하지 말고. 한잔 받아라. 너 사귀는 여자가 한 명도 없다며? 몸 어디에 하자 있는 거 아니야?
이: ‘빠른 것’과는 난 거리가 먼 사람인데. 일주일 중 제일 힘든 요일이 언제니?
조: 아무래도 일요일 경기가 가장 힘들죠. 체력도 바닥이 나고 몸이 잘 안 움직여져요. 6~7회 때 주자로 나가 있으면 내심 감독님이 대주자로 교체해 줬으면 한다니까요.
이: 그럴 때 3루타 치면 기분이 별로겠다. 가도 가도 끝이 없으니까.
조: 정말 죽을 맛이죠. 뛰면서 자동으로 욕이 나와요. 물론 기분은 째지죠. 저번에는 사직에서 타구가 우측 펜스까지 굴러갔는데도 1루밖에 못 갔어요.
이: 누가 뒤에서 잡아 당기대? (일동 웃음) 그래서 네가 주자로 나가면 사인이 거의 안나오지.
조: 그렇죠. 한번은 제가 1루에 있을 때 히트앤드런 작전이 나온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타자가 계속해서 파울을 치잖아요. 2루까지 갔다가 돌아오기를 몇 번하니까 숨이 막히고 다리가 후들거려서 죽겠더라구요. 타자한테 달려가서 마구 패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이: 포수로서 자부심도 있지?
조: 대단히 많죠. 감독하고 가장 가까운 사이면서 그라운드에서는 제가 사령관이잖아요. 은퇴 후에 지도자 하는 데도 절대적인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 너, 1년에 경기 중에 몇 번이나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지 세어 봤니?
조: (한참 생각하다가) 한 2만번쯤 되나요. 와, 처음 생각해봤는데 엄청 많은데요.
이: 앞으로 몇 번이나 더 할 자신있냐.
조: 최소한 20만번은 자신있어요. 그 전에 절대로 은퇴하지 않을 겁니다.
이: 자, 이쯤 해두고 한잔 하자.
조: 네. 형님 좀 전에 여자 소개 시켜달라는 부탁, 그냥 지나치시면 안돼요. 하긴 그 얘길 2년 전부터 했는데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인 걸 보면 형님 주변엔 여자는 별로 없고 남자만 많나봐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