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레스 | ||
얼마전 모 스포츠지에는 두산 베어스 투수 레스에 관한 짤막한 에피소드가 실렸다. 내용인즉 올 겨울 일본 전지훈련 때 자기가 묵을 방을 천장이 높은 방으로 배정해 달라고 했다는 것. 키가 큰(190cm) 레스로서는 지난 겨울 사용했던 일본 쓰쿠미 호텔방의 낮은 천장이 무척 불편했던 모양이다.
사실 국내에서 뛰고 있는 용병들은 주거 생활에 있어서만큼은 국내 선수들과는 격이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각 구단은 기본적으로 용병들에게 홈구장 부근의 30평형대 아파트를 제공한다.
두산의 경우 용병들에게 서울 강남역 인근의 서비스드 레지던스(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오피스텔)를 숙소로 제공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용병들의 숙소 비용만 1년에 7천만원에 이른다고. 그러나 레스가 이 시설을 마음에 들어 하고, 그에 따라 호투를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자 LG 트윈스와 현대 유니콘스도 용병 숙소로 같은 건물을 사용하도록 권유했다.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공동 사용하는 두산과 LG는 용병숙소 역시 ‘한 지붕 두 가족’인 셈.
이번 시즌이 끝나면 미국에 있는 간호사 출신 약혼녀와 식을 올릴 예정인 레스는 지금의 숙소를 아예 신방으로 꾸밀지 고심중이라는 후문.
브룸바의 맹활약으로 입이 귀에 걸린 현대 유니콘스는 용병들의 택시비까지 지원해준다. 문제는 용병들의 숙소가 서울인 데 반해 홈구장은 수원에 있다는 점. 수원홈구장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용병들이 서울에서부터 수원구장까지 택시를 타고 온다. 두 선수가 따로 따로 택시를 타고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럴 경우 10만원 가까운 만만치 않은 택시비가 지출된다.
▲ (왼쪽부터)한화 데이비스, 현대 브룸바, LG알 마틴 | ||
레스, 브룸바와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LG의 메이저리그 출신 용병 알 마틴은 소문난 신사다. 지난 5월, 바쁜 자신을 대신해 통신비를 내준 통역직원에게 감사의 표시로 4백달러를 준 것이 알려져 ‘인간성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최근 마틴은 이 직원에게 또다시 “고생한다”며 선글라스를 선물하는가 하면 팀내 트레이너들에게 선진 메이저리그식 마사지법을 챙겨주는 등 빼어난 매너를 선보이고 있다. “너무 시끄러운 동네”라며 이태원을 가지 않는 것도 마틴이 다른 용병선수들과 구별되는 점.
그러나 용병들이 마틴처럼 늘 좋은 모습만을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때론 ‘악동’같은 행동을 저질러 구단 직원들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한다. 각 구단 용병담당 직원들이 지목한 ‘현역 최고의 악동’은 한화의 데이비스. 한화를 떠났다가 올시즌 다시 한국땅에 컴백한 데이비스는 ‘괄괄한 성격’ 때문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것.
반면 관중석에 야구배트를 집어던지는가 하면 삼성 투수 배영수의 코뼈를 부러뜨리며 파문을 일으켰던 롯데의 펠릭스 호세는 인간성 측면에서는 의외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얼마전 ‘덕아웃 습격사건’을 벌였던 SK의 브리또도 평소엔 ‘순한 양’ 자체였다고.
구단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미국 출신 백인선수들이 매너가 좋은 반면 일부 중남미 출신 선수들은 인간성에서 문제를 드러낸다고 말한다. 또 수도권 팀에서 뛰기를 원한다는 것도 지적했다. 젊은 선수들이다보니 지방보다는 놀거리, 먹거리, 볼거리가 풍부한 서울을 선호한다는 해석.
직원들과 친하게 지내는 용병선수들은 이런 저런 속내를 털어놓기도 한다.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작전에 대해 다른 동료들에게는 말을 못해도 통역 직원한테는 불만을 털어놓는다는 것. 또 미국, 일본과 달리 관중석이 늘 텅텅 비어있는 것을 의아해 하며, 그럼에도 기업들이 야구단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엄청난 아이러니라고 말하곤 한다.
이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