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속살을 한 겹 더 벗겨보면 친박계가 이 위원장 카드를 민 더 큰 이유가 나온다. 바로 이 위원장과 유승민 의원의 관계다. 둘은 경북고 동문으로 이 위원장이 45회, 유 의원이 57회다. 하지만 막역하지는 않다. 우선 경제 전문가라는 점에서부터 경쟁이 시작된다는 것이 정치권의 정설이다. 게다가 2012년 7월, 두 사람이 어긋나는 일이 발생한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이 위원장은 상임위원장 후보 선임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여당 몫인 국방위원장에 군인 출신의 황진하 의원을 내정했다. 하지만 18대 국회에서 내리 국방위원으로 활동한 유 의원이 이 위원장에게 경선을 요청했다. 같은 3선인 자신에게 왜 의견을 묻지 않았냐는 것이다. 여당 몫 상임위원장 경선은 국방위원장만이 유일했다.
여기서 유 의원이 국방위원장을 꿰찼다. 그 해 7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투표에서 유 의원은 92표를, 황 의원은 34표를 얻었다. 이 위원장으로선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셈이다. 그리고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투표로 최종 확정됐다. 친박계는 그 구원(仇怨)이 공천관리 과정에서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한 인사는 “신보수를 내세운 유승민 의원과 그의 동료들이 총선에서 살아 돌아오면 곧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현재권력보다는 미래권력에 눈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게다가 이 위원장은 학연이나 지연 등의 인연에 연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시당위원장 선출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부터 대구 의원들끼리의 식사 자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 해당 지역 의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친박계의 입맛대로 움직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본인과 유 의원이 묶이는 것을 탐탁잖게 여기는 모습이다. 이 위원장은 최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유 의원은 최소한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저성과자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이 위원장은 비판의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고고한 원칙론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는 친박계 실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단기간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재정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미래세대의 빚 부담이 급증했다” “일자리 창출과 소비, 투자, 수출 등 현안 대처에도 실패해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등 작심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현 정부에서 개각설이 나올 때마다 하마평에 올랐다. 이 위원장 본인도 경제부총리를 내심 바라고 있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런 까닭에선지 이 위원장이 이번 공천을 잘 마무리하면 본인의 꿈을 이루지 않겠느냐는 말도 회자하고 있다. 그 ‘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