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김성한, 천보성, 이희수 | ||
승리 지상주의의 냉정한 프로무대에서 한 구단을 진두지휘했던 천보성 이희수 김성한 감독은 “잘하든 못하든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게 맞다”며 ‘보스 책임론’에 목소리를 같이했다.
천보성 한양대 감독은 “감독을 맡는 순간부터 떠날 준비를 하라지만 막상 시작하면 영원히 할 것처럼 착각한다”면서 “정상에 세 번 도전해 준우승만 두 번 했는데 당시는 오로지 승리밖에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며 프로 시절을 회상했다.
이희수 성남고 감독도 “구단의 입장이 이해된다”면서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했지만 사실 2~3년은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기아를 2년 연속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놓고도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던 김성한 군산상고 감독도 이런 부분에서는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말을 아꼈다. 김 감독은 “프로는 구성원이 어떻든 간에 언제나 팬보다는 성적이 우선시된다”면서 “아쉽지만 감독으로서 받아들여야만 할 현실이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성적을 못 내면 옷 벗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는 말로 대신했다.
결국 이들 세 감독들은 우여곡절 끝에 모교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이들을 붙잡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고 감독들은 이런 제안에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던 것.
김성한 감독은 야구유학을 한창 준비하고 있을 때 감독직 제의를 받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극구 사양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주변에서는 프로에서 고교감독으로 가다 보니 격식 같은 걸 따져서 그렇다는 수군거림이 들려왔다고. 김 감독은 “프로에서 우승하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 컸던 탓에 모교의 부탁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군산에서 야구를 배운 만큼 후배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작용했다”며 어렵게 수락한 속내를 털어놨다. 천보성 감독은 “김 감독의 이런 결정은 상당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80년대 고교 감독 시절 세 차례나 우승을 일궈내며 지난 99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프로감독으로서 정상에 오르기도 했던 이희수 감독 역시 학교와 동문회의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마음을 움직였다. 이 감독은 “학부모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는 현실이 80년대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학부모가 내는 회비로 월급받는 거라면 가지 않겠다고 했다”며 적극적인 후원약속을 받고서야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아마야구에서는 전직 프로감독들을 ‘모시고’ 오면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프로에 대해서 막연히 궁금증만 가지고 있던 선수들은 프로에서 살아남는 노하우를 직접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나 훈련에 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달리하게 된다는 것.
한양대에는 천 감독이 부임한 지 이제 두 달 남짓 지났지만 프로야구 8개 구단으로부터 배트, 볼, 스파이크 등 장비들 협찬이 줄을 서고 있다. 이런 점에 대해 천 감독은 “구단 관계자가 대부분 선배들이다 보니 선수들이 부상당하면 프로 구단에서 재활치료 등 신세를 질 수도 있다”며 프로와의 인연과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자랑이다.
군산에 부는 ‘김성한 효과’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곳은 전통 있는 명문 야구부가 많아 자칭 야구인들은 많아도 자기주장이 강해 단합이 안 되었던 게 사실. 김 감독은 “민감한 나이 때의 선수들에게 학생의 본분을 잃지 않으며 선진야구를 익힐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지난 6월 청룡기에서 우승한 성남고는 이미 프로감독 영입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기는 야구’를 가르친다는 이희수 감독은 “프로는 돈 받고, 아마는 수업 받으면서 하면 된다”면서 “선수들 키우는 재미가 프로 못지않게 재미있다”고 귀띔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