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성대모사의 달인인 배칠수씨는 초등학교 때까지 야구선수로 활약했고 지금은 인천의 사회인 야구팀과 연예인 야구팀 ‘한(恨)’에서 투수로도 진가를 발휘하며 야구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배칠수씨는 현재 KBS 2TV <세상의 아침>에서 ‘배칠수의 세상만사’라는 시사 코너를 진행하는 것 외에 SBS TV <한밤의 TV연예> SBS 라디오 <배칠수 전영미의 와와쇼> 경제전문 케이블TV MBN <배칠수의 주식펀치>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스타와 스타의 만남이었다. 개그계에서 ‘실력’으로 인정받으며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배칠수(32)와 SK 와이번스의 ‘큰형님’ 김기태(35)와의 만남은 서로 팬임을 자처하며 상대에 대한 호감을 나타내느라 인터뷰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최근 기아와 치열한 4강 다툼을 벌이고 있는 SK는 하루하루가 피말리는 접전을 치르느라 심신이 지친 상태. 김기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고참의 진가는 이런 순간에 빛을 발하는 법. ‘보스’ ‘큰형님’답게 다운된 선수들을 독려하고 용기를 북돋우면서 살벌한 승부의 세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배칠수(배): 어이쿠, 정말 반갑습니다. 개인적으로 김기태 선수 팬입니다.
김기태(김): 저도 마찬가집니다. 배칠수씨가 진행하는 방송 자주 봤어요. 신뢰감을 주는 개그맨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배: 감사합니다. 제가 평소에 입에 발린 소리를 진짜 많이 하는데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담당 기자로부터 김기태 선수를 만난다는 소식 전해 듣고 무지 좋아라 했어요.
김: 자꾸 그러시니 황송해지네요. 하여튼 고맙습니다.
배: 제가 체육을 전공해서 아는데 사람 몸을 보면 딱 느낌이란 게 있거든요. 김기태 선수의 몸은 전형적인 야구 선수의 체형이 아닌 것 같아요. 그냥 힘쓰는 몸이라고나 할까. 그런 거 있잖아요. ‘자연의 도구’ 즉 돌이나 바위 같은 걸 드는 몸 말이죠. 옛날 영화에 자주 나오는 캐릭터죠 아마?
김: 진짜 잘 보시네. 혹시 야구하셨어요?
배: 아, 예. 어렸을 때 공 좀 던져봤죠.
김: 어쩐지. 전 야구 이외에는 별로 잘하는 게 없어요. 기구를 가지고 하는 건 좀 하죠. 배드민턴이나 당구같은 거. 그러나 개인기를 요하는 운동은 약한 편이에요. 농구, 축구 등은 ‘젬병’이죠.
배: 몸의 운동 성능을 필요로 하는 운동보다는 다른 쪽에서 더 발전을 이루셨나봐요.
김: 야구는 공·수·주에서 모두 잘해야 하잖아요. 체력적인 요소보다는 순발력과 센스가 뛰어나야지 좋은 야구선수가 될 수 있어요. 세밀해야 돼요. 연구도 많이 해야 하고.
김: 그런 관심과 평가에 제대로 보답하려고 지금까지 열심히 뛰고 있는 겁니다. 언제 그만둘지는 몰라도 은퇴 전까지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진심이에요.
배: 올시즌 타율이 3할2푼4리인가 3리인가 하던데요. 정말 대단하세요. 3할 타율을 유지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거 잘 알거든요.
김: 정말 그래요. 거저 얻을 수 없는 성적이에요. 그런데 야구선수의 생활을 너무 잘 아시네. (기자가 배칠수가 현재 인천 사회인 야구팀에서 활약중이라고 전하자) 그래요? 시즌 끝나고 꼭 만나봐야겠네. 사인도 받을 겸.
배: 언제든지요. 시간되신다면 저희 집에 모셔서 고기라도 한번 구워드리고 싶어요. 그건 그렇고 나이 먹어서도 전성기 때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결이 뭡니까.
김: 전 지금도 스물아홉 살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어느 사회나 연륜이 차면 서열이 생기잖아요. 그러나 스포츠는 스무 살이나 서른 살이나 똑같이 선수로 취급받아요. 나이 많다고 뒤로 빠지거나 성적 못내도 이해받고 용서받질 못하는 곳이죠. 무엇보다 제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 제가 가장 싫어하는 타입이 물러날 때가 됐는데도 이런저런 핑계대며 물러나지 않는 사람입니다.
김: 저랑 똑같은 생각하시네요. 최선을 다해서 졌을 때는 물러설 줄도 알아야겠지만 최선을 다 안하고 지는 건 자기 자신에 대해 직무유기나 마찬가집니다. 배칠수씨도 연예계 생활하시다보면 자기 자신과 흥정하고 싶을 때가 많이 있을 거예요. 그걸 이겨내는 것이 승자와 패자와의 차이죠.
배: 감동 그 자체입니다. 역시 연륜이 느껴지네요. 오늘 여러 가지로 배우고 있습니다. 여기 잠실구장에 들어서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매일 야구장 나오면 좀 지겹겠다 뭐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죠.
김: 다른 선수는 어떨지 몰라도 전 야구장만 오면 시름을 잊게 돼요. 야구장에서 치고 달리고 넘어지다 보면 모든 잡념이 사라져요.
배: 타자 중에선 희한하게도 어깨 수술을 받으셨는데 혹시 그 부분이 회전근계 쪽 아닌가요? 두 손 들고 만세 못하죠?
김: 아니 그걸 어떻게 아세요? (배칠수도 회전근계 수술 후 투수로서의 자신감을 잃었다는 설명에) 정말 기이한 인연이네. 91년에 혼자 미국 가서 수술 받고 돌아왔어요. 투수 빼놓고 어깨 수술한 사람은 아마도 나밖에 없을 걸요? 아! 최근에 한 명 더 생겼죠. 이름은 밝힐 수 없고. 하여튼 그때 자비로 수술과 재활을 병행하며 무지 고생한 기억이 나네요.
배: 훈련중에 이렇게 시간을 뺏어서 정말 죄송해요. 더 오래 얘기 나누고 싶지만 오늘은 여기서 보내드려야할 것 같아요.
김: 저도 아쉽습니다. 배칠수씨 같은 분을 이런 자리에서 만나다니…. 나중에 좋은 자리에서 한번 더 보죠. 그땐 이런저런 얘기도 좀 나누고. 아! 술요? 술은 끊었다니까. 믿거나 말거나지만.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