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올시즌 17승 2패로 다승과 승률 타이틀을 잡아낸 ‘리틀 선’ 삼성의 배영수(23)는 비록 프로야구의 ‘가방끈(프로 4년차)’은 길지 않지만 배짱만큼은 선동열 코치의 현역 시절 못지않아 보인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부쩍 여성팬이 많이 생겼다는 배영수를 만났다.
이영미(이): 헤어스타일이 심상치 않은데 삭발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배영수(배): (머리를 긁적거리며) 그냥요. 플레이오프전 앞두고 거울 보면서 바리캉으로 혼자 밀었어요.
이: 전에도 삭발이 단골 ‘아이템’이었나 봐요.
배: 아뇨.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근데 괜찮아 보이지 않나요?
이: 뭐. 모자를 쓰는 직업을 갖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네요. 그건 그렇고 플레이오프 때 워낙 호투를 해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장난 아니겠어요.
배: 많이들 좋아해 주시더라구요. 당연히 기분 좋죠.
이: 선동열 코치가 지난 동계훈련 때 삼성 투수들에게 하루에 3천 개의 공을 던지게 해서 화제를 모았는데 당시 훈련하면서 힘들진 않았나요?
배: 처음엔 도저히 3천 개를 소화할 엄두가 안나더라구요. 팔이 너무 아팠어요. 하지만 감히 못하겠다고 두 손 들 수 없는 거잖아요. 참고 해보겠다며 이를 악물고 버텼죠.
이: 시즌 초엔 좀 성적이 안 좋았어요. 워낙 동계훈련을 ‘쎄게’ 치러서 기대를 많이 했을 텐데.
배: 4월 초반엔 공이 좋지 않았어요. 공도 안 좋고 컨디션도 떨어지다보니 캠프 때 죽도록 고생한 게 무의미한 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그러나 주위에서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좋아질 거라며 위로해주셨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어요.
이: 언론에선 선동열 코치와 연결해서 ‘리틀 선’이란 별명을 붙여줬어요. 기분이 어때요?
배: 감사할 따름이죠. 그런데 아직 그렇게 되려면 멀었습니다. 혹시 이거 아세요? 선 코치님이 유독 저한테는 엄하게 대하신다는 사실을. 말씀도 그렇고 표정도 장난 아니세요. 아마 제 성격을 아시고 그러신 것 같아요.
이: 성격이 어때서요?
배: 제가 좀 다혈질이거든요. 절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강공 정책을 펴신다고 생각해요.
이: 그래서 서운해요?
배: 아뇨. 전혀요. 절 이 자리에 오르게 해주신 스승이신데요. 운동하면서 올시즌처럼 잘 던진 적이 없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5일의 등판 일정이 너무 길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마운드에 빨리 올라가고 싶어서 안달이 날 만큼요. 너무 신나게 운동했어요. 올시즌엔.
배: 전혀 작전 아니었습니다. 진짜 몸이 좋지 않아 일보 후퇴한 것뿐예요.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상태로 무리해서 나갔다가 깨지면 우리만 손해잖아요. 그리고 전 피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제대로 붙는 걸 좋아해요.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피칭은 저랑도 맞지 않구요.
이: 플레이오프 2차전은 삼성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중요한 게임이었어요. 그런 상황에 선발로 나가게 되면 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배: 신경 많이 쓰였죠. 1차전을 패한 터라 더더욱 그랬구요. 떨리진 않았습니다. 시즌 때처럼만 해주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거든요.
이: 여기서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성장 과정이나 가정 환경에 사연이 많다고 들었어요.
배: 어려움이 많았죠. 그런 힘든 과정을 거치며 다른 선수들보다 더 강한 자아를 형성할 수 있었어요. 또 성공해야 한다는 오기도 얻고 자극도 받았죠.
이: 그런 사연을 직접 설명할 수 있을까요?
배: (역시 웃음을 잃지 않으며) 옛날 얘긴 하고 싶지 않네요. 다 지난 일인데요, 뭘.
이: 1차전을 앞두고 있는 지금, 현대를 맞는 기분이 어때요?
배: 현대와의 올시즌 전적이 1승1패인데 그 1패가 제 시즌 첫 패였거든요. 현대는 국내 최고의 타자들이 포진돼 있어 결코 만만한 팀이 아녜요. 하지만 야구는 이름으로만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걸 직접 보여드리고 싶어요. 절대 피해가지 않을 겁니다. 작전상 거를 수는 있겠지만(아쉽게도 배영수는 현대와의 1차전에서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이: 현대의 어느 타자가 가장 신경 쓰여요?
배: 흔히 강타자 브룸바나 심정수 선수를 의식할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전 그렇지가 않아요. 그 두 선수는 앞에 주자만 없으면 더 잡기가 쉽다고 봐요. 큰 걸 노리고 들어오기 때문이죠. 오히려 전준호, 박진만 선수처럼 짧게 치는 타자들이 상대하기가 까다로워요.
이: 나이 어린 선수들은 김응용 감독을 무척 어렵게 생각하는데, 배영수 선수도 김 감독이 무서워요?
배: 아뇨. 별로요. 왜 그런지 아세요? 별로 마주칠 기회가 없거든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