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는’ 경주시 행정에 경상북도는 징계 취소까지

[일요신문] 경주시 직원과 간부가 규정된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시비 수천여만원이 지출됐는데도 경상북도는 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까지 취소하는 등 지자체들의 행정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경주시 A과장은 최근 경상북도 소청위원회로부터 견책 취소 결정을 받았다. 일부 잘못은 인정되나 실수이고 30여년간 시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한 점이 크게 참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앞서 A과장은 지난해 11월 경상북도 인사위원회에서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견책 징계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4년 경주시 B담당의 명예퇴직 신청으로 인사부서가 요청한 공문에 퇴직금 수당 5000여만원을 지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직인을 찍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B담당은 당시 비리의혹으로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었고 감사원은 경주시에 이를 공식 통보한 상태였다. 감사를 받고 있는 공무원은 명퇴가 이뤄질 수 없어 A과장은 퇴직금 수당 지급 공문에 날인하지 않아야 하는데도 직인을 찍어 시비 5000여만원이 지급된 것이다.

이것도 경주시가 자체 적발한 것이 아니라 감사원이 B담당에 대한 감사를 마치고 징계하려고 했다가 관련자가 이미 명예퇴직을 하고 없어 징계를 하지 못하자 이와 관련해 업무를 잘못한 직원을 징계하라는 감사원의 통보를 받고서야 경주시가 뒤늦게 A과장을 경북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더 문제는 B담당이 명예퇴직을 신청했을 때 경주시 인사부서가 해당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무지침에 따르면 감사원에 대한 확인을 해야 하는데도 인사부서 직원이 이를 하지 않았다. “담당자가 자주 바뀌면서 감사원에 대한 확인은 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는 변명이어서 “어처구니가 없는 행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런데도 이후 해당 직원과 담당은 각각 담당과 과장으로 승진했으며 경주시는 현재 이와 관련된 추가 징계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인해 경주시민들은 “공무원들은 동료니까 서로 감싸기 해 줬을 것이고, 그렇지만 시민혈세 수천만원이 낭비됐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시민을 위한다는 행정은 말 뿐”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