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새벽 6시 피앙세 이주현씨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서재응은 공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국내 복귀를 고려한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가 내용의 중요성을 고려해 거듭 확인 질문을 했지만 서재응의 답변은 변함이 없었다. 에이전트를 통해 이미 트레이드 요청을 했고 그 상대로 미국은 물론 한국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서재응의 국내 복귀 발언은 즉흥적으로 연출된 ‘깜짝쇼’인가 아니면 미리 계획된 ‘준비된 설정’인가. <일요신문>은 서재응의 귀국 직전 서재응의 측근들과 지인들을 통해 서재응이 기아와 몇 차례 접촉하면서 기아행을 타진했다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즉 이날 서재응의 ‘국내 복귀’ 언급은 기아행을 염두에 둔 준비된 시나리오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서재응의 국내 복귀 발언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올 시즌 개막 직전 마이너리그 통보를 받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서재응은 당시 아버지 서병관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자존심 구겨가며 미국에서 선수 생활하기 싫다.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토로한 바 있었다. 서재응은 말로만 그치지 않고 그 즉시 기아의 절친한 친구 김상훈에게 전화를 걸어 기아 정재공 단장에게 자신의 복귀 의사를 밝혀달라는 ‘메가톤급’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다행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아버지 서씨가 전화통을 붙잡고 아들 달래기에 나서며 간신히 서재응의 울분을 진정시키긴 했지만 언제 또 다시 억눌렀던 서재응의 울분이 폭발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귀국에서 서재응이 국내 복귀를 언급한 부분은 위의 상황과 일맥상통한다. 현재 뉴욕 메츠는 서재응과 가장 불편한 관계에 있는 피터슨 투수 코치의 진두지휘로 서재응과 경쟁 관계에 있는 크리스 벤슨과 이미 계약을 맺었고, 노장 알 라이터와의 계약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서재응으로선 적극적인 트레이드 의사 표명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인정해주고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팀으로 옮겨 가는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물론 메이저리그의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되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 모양새로 보이지만 국내 복귀를 언급할 수밖에 없는 부분엔 개인적인 사정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재응의 측근은 기아가 지난 9월경 용병 물색 차 미국행에 나선 스카우트 담당자를 뉴욕으로 보내 서재응과의 만남을 주도한 바 있다고 전했다. 서재응은 일단 이 자리에서 기아행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고 오랫동안 미국에서 고생한 이상 여기서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기아 관계자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아측 입장에선 침체된 팀 분위기를 살리고 야구장을 떠난 팬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선 서재응만 한 ‘빅 카드’도 없다고 판단, 서재응에 대한 관심과 접촉을 끊지 않았다. 최근에는 기아의 고위 관계자가 서재응의 아버지 서병관씨를 비밀리에 만나, 서재응의 트레이드를 타진했지만 서씨 역시 아들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일단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기아의 정재공 단장은 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구단 직원의 미국행에 대해선 완강히 부인하면서도 서재응의 국내 복귀와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정 단장은 “서재응이 국내 무대에 복귀할 의사를 밝혔다면 정말 반가운 일”이라면서 “구단 입장에선 탐나는 선수임이 분명하다. 본인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우리도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정 단장은 서재응이 기아 유니폼을 입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첫째가 ‘돈’ 문제. “계산기를 두들겨 보겠지만 엄두가 안 날 정도로 머리가 아프다”고 말할 정도. 그리고 뉴욕 메츠가 서재응을 방출하지 않는다면 원구단과 풀어야 할 일들이 여러 가지로 산적해 있어 맛있는 ‘떡’을 놓고도 먹는 것보다 먹는 방식이 더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재응이 국내 복귀를 고려하고 있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아버지 서병관씨가 떠안은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배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밝힐 수 없는 이유로 지난해부터 경제적인 위기를 겪으면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일요신문> 613호 참조). 서재응으로부터 매달 일정액을 지원받으며 한때 숨통이 트이는 듯했지만 생활고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아버지 입장에선 당장은 목돈을 쥘 수 있는 서재응의 국내 복귀를 내심 기대할 수도 있는 일.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 온갖 고생하며 메이저리그의 꿈을 이룬 아들이 그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국내로 돌아오는 부분에 대해선 여전히 ‘껄쩍지근’한 게 솔직한 부정(父情)이다.
22일 인천공항에서 기자와 만난 서씨는 서재응의 국내 복귀 발언에 대해 그 파문을 우려하면서도 아버지를 배려하는 아들의 마음씀씀이에 한없는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서재응의 측근을 통해 들은 서씨와 기아 고위 관계자와의 광주 회동에 대해서 서씨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며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과연 어떤 선택이 아들을 위한 올바른 방향인지를 시간을 갖고 아들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 같다는 말로만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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