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수 감독 | ||
올 시즌 용병비리사건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며 프로축구계의 개혁을 주도한 전남구단은 개혁의 선봉장으로 주목을 받으면서도 프런트와 감독과의 끝없는 마찰음으로 언론으로부터 다양한 지적과 비판을 받아왔다. 용병비리 후폭풍인지 아니면 이야기가 와전되면서 발생한 해프닝인지 그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전남 사무국은 전 사무국장 P씨가 용병비리사건으로 구속되기 전 윗선으로부터 거센 압력을 받았다. P씨는 20년 프로축구단 근무로 알게 된 각종 라인을 동원하며 신임 사무국이 자신을 음해한다며 사무국을 흔들었다. 하지만 결국 P씨가 구속되면서 모든 문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전남구단 사무국 수뇌부의 말 실수가 이어졌다. 이장수 감독에게도 의구심을 지니고 있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고 다녔다. 뚜렷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의심받은 이 감독은 주위에 하소연했고 양측은 서로에 대해 마음을 닫아버렸다.
특히 최근 전남은 새로운 홍보과장이 기자들에게 막말을 함으로써 언론과 벽을 쌓았다. 홍보과장은 모 방송기자에게는 ‘×놈’, 모 신문기자에게는 신체 일부 부위에 대한 비아냥거림을 서슴지 않았다. 최근 3개 스포츠신문들은 일명 ‘단꼬(언론계 언어:여러 언론사가 공통의 기사를 쓰는 행위)’를 했다. 전남 사무국이 얼마나 무능한지에 대한 성토였다. 그동안 프런트 직원의 음주와 폭언 등으로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짚었고 감독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이어졌다. 기사가 나가자 전남구단은 감독이 기자들을 배후 조정한 것으로 단정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란 중요한 경기를 앞둔 상황이라 일단 양측은 한발씩 물러나 표면적으로는 화해를 했다. 그래도 불씨는 여전했다. 구단은 겉으론 화해를 했지만 계속해서 이 감독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이 감독과 전 사무국장 P씨와 만난 일이 있는지의 여부와 이 감독이 언론 플레이를 했는지에 대해 물밑 조사를 벌였다.
최근의 ‘사건’은 지난 11월28일 새벽 3시에 터졌다. 전남의 고위 관계자와 전남 구단의 창단 멤버이자 유소년 팀장으로 재직중이었던 박 아무개 과장이 새벽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박 과장은 고위 관계자로부터 ‘플레이오프고 나발이고 이장수 감독은 그만둬야 한다. 이건 사장 뜻이니 가서 전하라’라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듣게 된다. 박 과장은 최근 유소년팀에서 벌어진 불미스런 일로 인해 대기발령을 받은 상태였고 새벽녘에 구단 고위 관계자를 만난 이유로는 대기발령을 풀어달라는 부탁 차원에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부탁을 해결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감독을 자르겠다는 얘기를 듣고선 아연실색한 박 과장은 그날 아침 이 감독에게 구단의 의중을 전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언론에 대서특필되자 박 과장을 만났던 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자신은 감독을 자르겠다는 말은 한 적도 없고 구단의 입장 운운하면서 코칭스태프의 거취 문제를 거론하지도 않았다고 강변했다. 전남의 박성주 사장도 금시초문이란 반응을 보이며 구단 고위 관계자가 그릇된 내용을 발설했다면 파면조치를 할 것이고 박 과장이 꾸며낸 얘기라면 그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며 입장을 정리했다.
29일 밤 10시경에 어렵게 전화통화가 이뤄진 박 과장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시골집에 다녀오느라 휴대폰을 꺼놨다면서 자신이 이 감독에게 전한 구단의 메시지는 전부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새벽에 만난 구단 고위 관계자는 분명 ‘12월5일 이전에 이장수 감독을 자르겠다. 이건 사장 뜻이니 이 감독에게 그대로 전하라’는 얘기를 꺼냈다. 내용이 너무 엄청나서 집으로 돌아와 그가 한 말을 그대로 적었고 그 내용을 아침에 이 감독에게 보고한 것이다.”
박 과장은 자신의 행동을 구단의 해임 통보에 따른 반발로 해석하는 구단측 주장에 어이가 없다고 말하면서 내일 구단에 들어간 모든 사실을 정확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잇따른 설화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장수 감독은 최근 구단의 사퇴 압력 부분에 대해선 “아직까지 구단으로부터 정식으로 사퇴 요청을 받은 일이 없기 때문에 일단은 플레이오프 경기에 매진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만을 되풀이 했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