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양키스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게 된 구대성이 기자 앞에서 너털웃음을 짓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 ||
지난 9일, 미국 플로리다 탬파의 래디슨 베이하버호텔 방에 있다가 이날 마지막 협상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온 협상팀으로부터 양키스 입단 소식을 전해 들은 구대성은 여전히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잠시 후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받고 에이전트 더글러스 조와 함께 호텔 로비로 나온 구대성은 아직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양키스의 줄무늬 상의)을 입은 것도 아닌데 쑥스럽게 웬 인터뷰냐며 잠시 주저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기분좋다”는 한 마디와 함께 “기다리는 동안 너무 초조해서 잠을 못자기도 했다”고 밝혔다. 천하의 배짱 투수 구대성도 미국 최고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 입단은 설렐 수밖에 없는 일생일대의 사건이었다.
양키스 유니폼을 반드시 입고 세계 최고의 무대에 오르겠다는 어린 시절의 꿈이 새삼 생각난 듯 구대성의 목소리가 서서히 잠겨 들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직전 양키스의 존 콕스 스카우트가 나타나선 구대성을 얼싸안고 다시 한번 악수를 청했다. 구대성의 뉴욕 양키스 입단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호텔 로비에서 진행된 구대성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양키스행이 현실로 이뤄졌다. 일단 소감부터 얘기해 보자.
▲기분 좋다. 근데 내가 한 게 아니다(웃음). 에이전트랑 변호사(조동윤, 박종필) 두 분이 고생 많이 하셨다. 잠이 안와서 초조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재밌기도 했다. 어쩌면 마음이 좀 편했다고나 할까. 아무튼 복잡한 감정이었다.
―양키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 명문 구단이다.
▲어렸을 때부터 제일 특별한 팀이었다. 그리고 가고 싶었다. 내가 잘해야 앞으로 후배들도 더 좋은 여건에서 야구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최선을 다해 꿈을 갖고 달려간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이게 지금의 솔직한 심정이다.
―입단 합의 소식을 들었을 때 누가 가장 먼저 생각났나.
▲(아내 권현정씨를 가리키며) 집사람이 옆에 있는데 누구 생각할 겨를이 있었겠나(웃음).
―목표로 한다고 누구나 다 꿈을 이루는 건 아니다. 준비는 어떻게 했는가.
▲그냥 달렸다. 최선을 다해 목표를 이루려고 하면 된다. 초등학교(신흥초등) 5학년 때던가? TV에서 양키스 유니폼과 양키스 선수들의 활약상을 봤다. 그때부터 마음 속에 양키스가 자리잡았다. 아무튼 양키스가 제일 좋았다.
―그 꿈이 이뤄지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셈이다. 20년이 넘게 걸렸으니.
―이미 4년 전에도 일본 오릭스로 가기 전에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었다. 그때보다는 네 살을 더 먹고 가는 셈이다.
▲ 일본 오릭스 때 모습. | ||
―한번 그림을 그려보자. 메이저리거 타자 중 상대하기가 가장 까다로울 것 같은 선수는 누구이겠나.
▲그런 것 없다. 상대를 의식하면 안 된다. 그저 마운드에선 내가 최고다 하는 생각으로 던지는 거다.
―한국 타자, 일본 타자에 이어 이제 메이저리그 타자들이다. 각각의 특징이 있다면.
▲일본 타자들은 손목 힘이 좋고 미국은 파워가 대단하다. 일단 덩치가 틀리지 않은가. 이긴다는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을 경험한 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는 동기 이상훈 이후 두 번째가 된다. 한 선수는 이미 실패를 맛봤는데.
▲그래서 더욱 책임이 막중한 듯하다. 지켜봐 달라. 잘해낼 자신이 있다. 그리고 내가 못하면 나에게 양키스 유니폼을 입혀준 에이전트와 변호사, 그리고 존 콕스 스카우트한테 너무 미안할 것이다.
―양키스는 왜 구대성 선수에게 관심을 많이 가진 것 같나.
▲내가 활약했던 경기 비디오 등을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체크했다고 들었다. 양키스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나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이 알고 있어 깜짝 놀랐다. 한국과 일본 타자들의 차이점, 그리고 한·일 프로야구의 다른 점에 대해서도 상당히 상세하게 묻는데 그냥 알고 있는 것 그대로 솔직하게, 내가 생각하던 것들을 말해줬다.
―배번은 어떻게 결정될지 궁금하다.
▲그건 아직 알 수 없는 문제다. 일단 15번은 못다는 것으로 확인했다(구대성은 고교-대학-한화-오릭스에서 모두 15번을 달았다. 순금으로 된 야구공 모양의 목걸이에 15번이 새겨져 있다).
―1차 협상, 그러니까 양키스측과 사실상 인사만 나눈 채 나머지 시간엔 계속 숙소에 머물렀을 텐데 그동안 뭘 했나.
▲호텔에 웨이트트레이닝룸이 있어서 몇 번 찾았다. 그런데 아주 조금만 이용했다(웃음). 그리고 아내와 함께 인근 쇼핑몰을 다니면서 아이쇼핑을 하고 바닷가에서 산책을 즐기기도 했다. 내년도 스프링캠프가 이곳 플로리다 탬파에서 펼쳐지니까 미리 인근 지리도 익혀 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많이 돌아다녔다. 어제 저녁(8일)에는 양키스 부사장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고 집에도 초대 받았다.
―이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
▲뉴욕으로 가서 살 곳을 찾아보고 아이들 학교도 알아보고 그래야 된다. (이어 에이전트 더글러스 조의 말) 한국으로 돌아간 뒤 곧바로 비자 수속 등을 챙기고 입단식 날짜 등을 잡을 예정이다.
―겨울 훈련 계획은 세웠나.
▲물론이죠(웃음). 내년 2월15일 스프링캠프에 앞서 무조건 이보다 일찍 탬파로 이동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에 앞서 오는 12월 말 또는 1월 초에 호주로 이동해 개인 훈련을 할 생각이다(호주는 블랙타운, 골드코스트 등지에 에이전트 더글러스 조가 시설 임대 및 사용에 관한 협약을 이미 끝내놓은 상태다. 구대성과 함께 더글러스 조의 또 다른 고객인 우완 투수 이승학(필라델피아)도 합류해 합동 훈련을 할 예정이다).
―한국인 최초로 양키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국민들이 지켜볼 텐데 한마디 한다면.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 좋은 플레이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성원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상투적인 말 같지만 날 믿고 지켜봐 달라. 그리고 응원도 보내달라.
김성원 스포츠투데이 미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