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8일 있었던 축구인친선골프대회 기념사진. 사진제공=축구협회 | ||
이렇듯 축구선수들은 운동감각이 뛰어나 골프를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 또 골프로 친목을 다지거나 마인드컨트롤을 돕고 있다. 황선홍 김도훈 신태용 홍명보 노정윤 등은 1년에 한두 번 골프 모임을 가지는 걸로 유명하다. 똑같은 ‘필드’라고 해도 그라운드가 아닌 골프장에서 보여진 축구인들의 골프 실력은 평소의 성격을 보여주는 측면이 많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황선홍의 골프는 J리그 시절 시작됐다. 98년 포항에서 세레소 오사카로 이적했는데 한솥밥을 먹던 노정윤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게 된 것. 평소 80대 후반의 타수를 유지하고 있는 황선홍은 이번 축구인 골프대회에서는 83타를 쳤다.
황선홍의 골프는 거의 독학으로 이뤄졌다. 일본에 있을 때는 축구장과 집만 오가는 단순한 생활이라 여유있는 시간에 개인레슨을 받기도 했다. 황선홍은 “레슨 기간이 길지 않아서 책이나 TV에서 보여주는 골프 중계를 보며 실력을 쌓았다”고 밝혔다. 또한 “아무래도 축구선수들이 하체가 강해 일반인들보다 거리는 많이 나가는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황선홍의 장기는 드라이브 샷이다.
홍명보도 황선홍과 마찬가지로 노정윤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했다. 레슨과 독학을 통해 골프를 배운 홍명보의 골프는 성격처럼 차분하다. 필드에서 흥분하지 않고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치는 스타일이다. 평소 90타 정도의 실력을 자랑하는 홍명보는 축구인 골프대회에서도 89타의 실력을 발휘했다. 홍명보는 “2~3개월에 한번은 필드에 나가 손맛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신태용의 골프 구력은 6년이다. 하지만 실력은 축구계에서 알아줄 정도다. 신태용은 “지인이 골프채를 선물해 골프 연습장을 나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발목이 좋지 않았는데 골프를 하면서 부상에서도 벗어났다며 골프가 체력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태용은 “이 나이를 먹을 때까지 선수로 뛸 수 있었던 체력은 골프를 통해 길러졌다”고 귀띔했다.
▲ 홍명보(왼쪽)와 차범근 감독의 라운딩 모습. 사진제공=축구협회 | ||
노정윤은 축구계에서 알아주는 골프광이다. PGA에서 활약하는 일본인 골프선수 다나카 히데미치와 함께 골프를 쳤을 정도로 수준급의 실력을 선보인다. 노정윤은 일본에서 뛸 당시인 95년 골프선수 출신인 아내의 권유로 골프 연습장을 찾았다. 골프를 치는 많은 선수들이 노정윤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고 말할 만큼 노정윤은 ‘골프 전도사’를 자처했다.
레슨 프로로부터 체계적으로 배워 70대 후반의 준 프로 실력을 지니고 있는 노정윤은 축구인 골프대회에서도 76타의 출중한 실력으로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특히 노정윤은 아내와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도 골프를 쳐 가족이 함께 필드로 나서는 골프 가족이다. 초등학교 3학년 딸에게도 골프를 가르치겠다며 의욕을 불태우는 중. 노정윤은 “골프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자기 컨트롤에 도움이 된다”며 골프 예찬론을 펼쳤다. 그라운드에서는 거칠지만 골프채를 잡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고.
이회택 위원장은 93년 포항감독을 그만둔 뒤부터 골프채를 잡았다. 당시 몸무게가 나기 시작해 다이어트를 위해 골프를 시작한 케이스. 이 위원장은 평균 타수가 70대와 80대를 오가 기복이 심한 편이다. 이 위원장은 프로에게 레슨을 받은 게 아니라 친구들로부터 지도를 받아서 기본이 부족하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드라이브 비거리는 장타상을 탈 정도로 일가견이 있다.
그런데 이 위원장은 “사실 신태용이 20야드 더 나갔는데 페어웨이 바로 옆 러프에 떨어졌고 나는 페어웨이에 안착해 운이 좋게 장타상에 오른 것”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이 위원장은 평소 터프한 성격처럼 드라이브도 시원시원한 스타일이라는 후문이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