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전에서 환상적인 터닝슛을 선보였던 이동국. | ||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일정에 여유가 생긴 행사 참석자들은 호텔 로비에 모여 중계방송을 시청했다. 당연히 독일의 승리를 예상하면서 유럽출신들은 편안 마음으로, 아시아출신들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텔레비젼을 쳐다봤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어 한국이 독일을 상대로 3-1의 완승을 거두자 호텔 내에 있던 모든 이가 놀라며 웅성대기 시작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축구협회 고승환 대외협력국 부장은 “한국이 골을 넣을 때마다 놀라워하는 유럽인들의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특히 이동국의 터닝슛에는 모두 입을 벌리고 멍하니 TV화면만 쳐다보고 있었다며 통쾌해 했다. 아시아출신 축구인들은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워줬다”며 고 부장의 등을 두드리고 악수를 건네느라 졸지에 고 부장은 유명인사가 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고 부장은 이어 “결국에는 본프레레 감독이 블래터 FIFA(국제축구연맹) 회장을 살린 셈”이 됐다고 뜬금없는 얘기를 건넸다.
고 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까지 유럽에는 블래터가 한국의 월드컵 4강을 만들어줬다는 ‘음모설’이 넓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고 부장은 “인터넷을 통해 블레터와 한국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소문이 확산일로에 있었던 시점”이라며 실력으로 한국이 독일을 깨면서 이런 루머가 쏙 들어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블래터 회장도 얼마나 기뻤는지 중계방송이 있은 지 2시간 뒤 있었던 행사의 모두 연설에서 “한국이 독일을 3-1로 이긴 것을 아느냐”며 참가자들을 상대로 한국의 독일전 승리에 대해 자신의 일처럼 흥분했다고 한다. 자신을 공격하는 일부 세력들에게 본프레레 감독이 통쾌한 펀치를 날려준 셈이니 나중에 만나면 블래터가 본프레레에게 술이라도 한 잔 살지 모르겠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