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올리버 칸, 케빈 킬베인, 니콜라스 페타스 | ||
사실 운동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늘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아무리 안전 시설을 잘 갖춰놓고, 조심 조심 플레이를 한다해도 경기가 과열되다 보면 상대 선수들과의 신체 접촉이 늘게 되고 자연스레 부상으로 연결되기도 하는 것. 때론 경미한 부상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아예 생명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부상도 있는 터라 선수들로서는 특히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기중 각종 사고로 적지 않은 선수들이 다쳤으며, 일부 사고는 너무 어이없는 상태에서 일어나 팬들에게 허탈감마저 안겨준다.
지난달 한국팀과의 친선 경기에서 무려 세 골을 내주며 체면을 구겼던 세계 최고의 골키퍼 올리버 칸(독일 바이에른 뮌헨). 칸은 지난 2000년 4월 분데스리가 경기도중 황당한 사고를 당했다. 당시 FC프라이부르크와 원정 경기를 갖던 도중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해지는 느낌과 함께 그라운드에 주저 앉고 말았다.
알고보니 프라이부르크의 극성팬이 관중석에서 던진 골프공에 머리를 맞은 것. 바이에른이 2-1로 앞선 채 경기가 끝날 무렵, 흥분한 홈팀 관중이 이날 눈부신 선방을 펼친 ‘눈엣가시’ 칸을 겨냥해 골프공을 던진 게 화근이었다. 칸은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고 결국 상처 부위를 봉합하는 수술을 받았다. 놀란 프라이부르크 구단측은 칸에게 1만2천5백마르크(약 7백만원)을 주며 사죄를 했으나 칸은 “다시는 프라이부르크에서 경기를 하지 않겠다”며 한동안 분을 삭이지 못했다.
칸처럼 관중들의 ‘테러’에 부상을 입은 축구선수는 또 있다. 지난해 1월 포르투갈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발생한 일. 프로축구 클럽인 구이마라에스의 수비수인 마르키뉴는 벤피카와의 리그 경기에 앞서 운동장 한쪽 구석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이때 관중석에서 던진 폭죽이 마르키뉴의 발목 부근을 강타, 화상을 입은 것.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자칫 선수생명에 위협을 당할 만한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는 게 목격자들의 전언.
그라운드에서 목숨을 잃은 선수들도 있다. 지난 2002년 7월 우크라이나 페르보마이스크시에서는 지역 클럽팀간 축구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유비레이나야’ 소속인 비탈리 골루비예프와 ‘테르노프스카야’의 알렉산드르 구슈크가 센터라인에서 한창 볼 다툼을 벌이던 중, 갑자기 하늘에서 번쩍이는 섬광이 일었고 동시에 두 선수가 그라운드 위로 쓰러졌다. 하필 번개가 운동장에 떨어져 두 선수를 덮친 것. 두 선수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인근에 있던 다른 선수 5명도 크게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운동장에 피뢰침만 달았다면 방지할 수 있는 사건이어서 팬들의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콜롬비아 대표팀 출신으로 94년 미국월드컵에서도 득점을 올린 바 있는 헤르만 가비리아 역시 지난 2000년 10월 수도 보고타 인근 훈련장에서 소속팀(데포르티보칼리) 동료들과 함께 훈련도중 벼락에 맞아 숨졌다. 당시 벼락은 골대를 강타했는데 골대 근처에 몰려있던 헤르만과 동료 4명이 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아일랜드 대표팀의 케빈 킬베인처럼 황당하게 부상을 입은 축구선수도 드물 것 같다. 지난해 3월 적지인 그루지야에서 유로2004축구대회 예선전을 치르던 아일랜드 선수들은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관중들의 거친 야유에 몸을 움츠려야 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그루지야 관중들의 거친 매너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어느 틈엔가 술병과 물통, 오물 등이 그라운드 안으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결국 케빈은 관중이 던진 칼이 팔부위에 맞아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격투기는 종목 특성상 선수들이 늘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보통 “각본에 의해 짜여진 쇼”라고 여기는 프로레슬링에서도 선수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미국 프로 레슬링계의 빅스타였던 오웬 하트는 지난 1999년 5월 경기장에 입장하면서 좀 더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50피트(약 15m) 상공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왔다. 그러나 하트의 몸을 지탱해주던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추락, 링 모서리에 머리를 부닥치며 사망했다.
당시 이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하트의 사고조차 쇼의 일부라고 여겼지만 하트는 결국 주특기인 덤블링과 돌려차기를 다시는 보여주지 못한 채 영원히 팬들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일본 K-1경기에서는 ‘배달 선생의 마지막 제자’ 니콜라스 페타스가 가장 불운한 선수로 꼽힌다. 페타스는 지난 2001년 알렉세이 이그나쇼프와의 경기도중 펀치에 맞아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그런가 하면 세르게이 구르 선수와의 경기에서는 아예 정강이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는데, 당시 이 장면을 TV로 지켜보던 일부 팬들은 “사람의 뼈가 저렇게 쉽게 부러질 리가 없다”며 ‘화면 합성설’을 주장할 정도였다.
이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