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강생들의 ‘유연한’ 모습과 대조적인 기자의 뻣뻣한 동작에 파트너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우태윤 기자 | ||
스포츠댄스의 원래 명칭은 무도회에서 추는 춤이라는 의미의 볼룸(ballroom)댄스로 남녀가 한 쌍을 이뤄 음악의 리듬에 맞추는 가운데 신체적 움직임을 통해 예술의 미적 가치를 창조하는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댄스는 크게 10여 가지로 구분되지만 왈츠, 차차차, 탱고, 자이브 등이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편이다. 최근에는 대회 경기용 댄스로 이미지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도 사실.
가뜩이나 춤(댄스)에 대해서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터였는데 급기야 취재 일정까지 변경되면서 기자는 당초 초급반 왈츠(Walts)에서 중급반 자이브 레슨으로 댄스 스포츠와 첫 인연을 맺게 됐다.
난생 처음 신어보는 댄스용 슈즈가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댄스 플로어는 사방이 거울로 꾸며져 있어 처음에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더군다나 한쪽에서는 한겨울에 에어컨 바람이 숭숭 나오고 있으니 몸은 더욱 경직되었다(20분이 지나면서부터는 에어컨 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
수업은 정면 거울을 보면서 베이직(Basic)이라는 기본 스텝으로 가볍게 몸을 푸는 것으로 시작됐다. 수강생들은 모두 1년 안팎으로 스포츠댄스를 접해 온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움직임을 유심히 보던 최병일 원장(DFA 아카데미)이 “어, 문제가 많아요”라며 좌우 리듬과 앞뒤 리듬을 살리는 풋워크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기자도 단순히 스텝을 따라하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게 흉내냈지만 거울에 비치는 모습은 마치 혼자만 다른 동작을 하고 있는 듯 튀는(?) 모습이었다. 상반신은 고정하고 골반을 비롯한 하반신만 리듬을 타는 게 요령인데 기자의 모습은 ‘각목’ 그 자체였다.
30분 정도 기본 스텝을 연습하고는 빠른 음악과 느린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탔다. 경쾌한 음악 하나만으로 몸은 여전히 엉뚱한 자세를 연출하고 있었는데 마음만큼은 ‘필’이 꽂히는 느낌이었다. 15분이 더 흐르고 나서 남녀가 마주보고 호흡을 맞췄다. 수업중에는 한 명의 파트너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서로 바꿔가며 연습한다. 남녀 비율이 맞지 않아 파트너가 없는 경우에는 혼자 연습하는 모습이 이채로워 보였다.
최 원장은 “파트너에게 느낌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비하인드 백(Behind Back)’ ‘아메리칸 스핀(American Spin)’ ‘파트너 위치 바꾸기(Change of places)’ 등 화려한 시범을 선보였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느냐 하는 것.
이제부터는 앞서 익힌 기본 스텝을 바탕으로 파트너와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남성이 여성이 회전하는 것을 리드하며 도와주는 커플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기자의 파트너는 9개월 경력을 갖고 있는 이상은씨(26)가 맡았다.
왼손으로 여성 파트너의 손을 가볍게 잡고 오른손은 등에 가볍게 얹고서 스텝을 맞춰야 하는데 처음부터 어색해 하는 기자 때문에 자세가 잘 나오지 않았다. 최 원장이 “제발 몸에 힘 좀 빼라”는 거듭되는 구박(?)에 이상은씨도 “제 손을 잡고 있는 팔이 너무 경직되어 있는 것 같아 아플 정도”라며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머쓱해 하는 기자를 오히려 이상은씨가 리드해 나갔다. 여성 파트너를 편하게 해주는 남성의 리드가 절대적인 스포츠댄스였지만 기자로서는 “한~나, 두~울, 세~엣, 네~엣”하며 친절히 박자까지 맞춰주는 파트너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스텝에 신경을 쓰면 파트너가 한 바퀴 도는 턴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고, 그렇다고 여기에 신경을 쓰면 이내 스텝이 꼬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는 기분이었지만 오히려 알면 알수록 수정할 부분은 더 많아졌다. 무릎을 펴고 굽히는 것을 비롯해 무게중심을 어느 발에 둬야 하고 파트너와의 위치는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등 최 원장의 주문이 이어졌다. ‘화려한 골반’을 선보이려고 했던 당초의 포부와는 달리 전형적인 ‘인간 각목’의 뻣뻣한 모습만 공개한 것 같아 쑥스럽기도 했지만 스포츠댄스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없었다.
오늘 사랑하는 사람에게 목소리 좌악 깔고 이런 대사 한 마디 던져보면 어떨까. “Shall we dance?”
일일 파트너 이상은씨
9개월 전에 친구 소개로 댄스 스포츠와 첫 인연을 맺었다. 대학 때 재즈댄스를 배웠는데 그것과는 다른 매력이 많은 것 같다. 오늘 파트너(기자)는 뭐라고 할까, 몸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다 보니 마치 ‘로봇’과 춤을 추는 것 같았다. ^^ 시선은 고개를 들고 멀리 쳐다봐야 하는데 수줍어서 그런지 정면을 잘 응시하지 못하는 모습이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색다르면서도 잊을 수 없는 체험이었다.
일일코치 최병일 원장
최근 댄스 스포츠가 많이 보편화된 건 사실이지만 고정관념 때문에 쉽게 인연을 맺기가 어렵다.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권하고 싶다. 미혼 남녀의 경우에는 파트너와 결혼으로 연결되기도 하는데 이미 학원에서는 세 커플이 결혼했고, 진행중인 커플도 상당수 있는 걸로 안다. 내 아내도 선수 시절 나의 파트너였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