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있었던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대 천안 현대 스카이워커스의 경기 모습. 프로리그가 시작되면서 선수들이 과연 ‘연봉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지 말들이 많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남자 프로배구는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대한항공, LG화재, 상무, 한국전력 등 6개팀으로 프로화를 선언했지만 상무와 한국전력은 초청형식으로 대회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남자배구 프로팀은 4개팀이다.
지난 2월25일은 각 구단이 한국배구연맹에 선수들의 연봉을 등록하는 마감날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봉은 4개월 정도 유효한 것으로 3∼6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연맹의 공식 회계가 7월1일 날짜로 시작되다 보니 이번 연봉은 6월 말까지만 유효한 것으로 시즌 시작과 함께 불가피하게 탄력적인 운용을 하게 되는 것. 이후 5월10일 챔피언 결정전이 끝나고 나면 각 구단들은 6월 말까지 연봉협상을 새롭게 하게 되고 이것이 실질적인 1년 연봉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연봉 등록 마감을 하루 앞둔 24일까지 관련 서류를 연맹에 제출한 구단은 하나도 없었다. 프런트 역시 실질적으로는 프로로 바뀌었지만 연봉을 협상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선수들과 협상을 아직 마무리짓지 못한 구단이 있을 정도다.
A구단의 한 관계자는 “6월 연봉협상에서는 4개월 동안 프로무대의 성적으로 산출할 수 있어 지금처럼 진통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선수들이 실업팀에서 받는 조건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구단과 선수 모두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로 보인다.
고용보장? 회사직함 죄다반납
프로배구가 출범하면서 선수들의 신분이 가장 극명하게 달라진 것은 더 이상 팀의 자회사에 소속된 정직원이 아니라 자유계약직 소속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김세진, 신진식(삼성화재) 같은 선수들은 예전에는 과장이라는 직함을 단 정직원의 신분이었지만 이제는 프로선수가 되면서 자신이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있는 개인사업자가 된다. 사원에서부터 대리, 과장 등 직함을 달고 있던 선수들은 이미 모두 사표를 제출했다.
이 점에 대해 B선수는 “선수들의 생명이 그렇게 길지 않은 배구판에서 은퇴라도 하게 된다면 이제는 확실한 고용 보장이 없게 되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보다는 미래의 불안정이 맘에 걸린다”며 불안해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직원의 신분에서 은퇴 후 다른 부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더라도 쉽게 적응하지 못해 중도 포기한 선수 출신들이 많다는 것.
또한 연봉협상 과정에서 구단과 선수가 은퇴 후 고용보장을 약속하는 옵션을 걸어도 그것이 사이드 머니의 개념으로 명확하게 연관되어지지 않는 한 은퇴한 선수가 회사에 들어가 일하는 것에 대해서는 연맹으로서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대박연봉? 평균 1억미만
실업팀 소속이었을 때 선수들은 회사에서 그 직급에 준하는 연봉을 받으며 주말과 휴일에도 훈련하거나 시합에 참가하는 것 때문에 따로 수당을 받았다. 물론 프로 선수가 되면서 이런 수당은 모두 연봉 속에 포함된다.
현재 프로배구의 샐러리 캡(연봉총액상한제)는 10억3천5백만원으로 확정됐다. 선수단 정원이 16명(출전선수 14명)이니 선수당 평균 연봉은 약 6천4백70만원 정도다. 따라서 억대 연봉 선수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해서 선수들마다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C선수는 “구단과 선수에 따라 차이는 분명 있겠지만 30~50% 정도는 오른다고 봐도 좋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는가 하면 D선수는 “후보로 밀려나거나 출전 기회가 줄어드는 선수들은 결코 프로화가 달갑지 않을 것”으로 풀이했다.
샐러리캡? 프로농구 70%
프로배구의 샐러리 캡은 프로농구를 벤치마킹했다. 프로농구 평균연봉이 1억1천2백50만원인 것을 볼 때 프로배구는 여기에 70% 수준이다. 그 동안 침체된 배구계 상황에서 배구 열기를 지금의 프로농구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현실적인 액수라고 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샐러리 캡이 처음부터 너무 낮게 잡혀 있어 결국 선수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는 달리 그 동안 ‘거품이 너무 많았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편이다. 배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배구판은 너무 거품이 많았고 결국 돈 많은 구단이 좋은 선수를 싹쓸이하며 선수 개인에게 뿌린 돈이 샐러리 캡을 능가할 정도의 스카우트 비용으로 지출됐다”면서 “현재 배구의 위기가 한 구단의 독주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대안으로 실력 평준화로 흥미를 배가시키자는 취지의 샐러리 캡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이중적 잣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도보완? 무조건 3년
프로배구 시범경기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 1월 말, 4개 팀의 만 30세 이상 선수들은 ‘실업 시절 연봉 보장, 향후 3년 간 선수생활 보장 및 은퇴 후 취업 보장’ 등을 요구사항으로 시위(?)를 벌인 적이 있었다. 남자 선수들의 은퇴 연령이 33세 전후인 것을 감안할 때 프로화가 되면서 이들에게는 은퇴 후 선택할 폭이 너무 좁아졌다는 이유에서였다.
연맹에서는 이들의 목소리를 의식해 기존 선수들은 최저 3년 이상 계약해야 한다는 강제적인 조항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빈익빈 부익부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3천만원 이상 최저연봉 보장도 문서로 만들었다. 또한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신인선수 선발과 관련한 드래프트 제도에서는 계약기간과 연봉에 차등을 두는 것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E선수는 “프로농구에서 서장훈 선수에게 연봉 보전으로 CF 출연료를 줬던 것처럼 배구에서도 눈에 보이는 액면 그대로 연봉협상이 진행된다고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자칫 기존 선수보다 신인 선수가 연봉을 더 많이 받게 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