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한국여자바둑리그 개막전 전경.
외국인 선수 선발, 주전선수 트레이드, 후보 선수 방출 등 스포츠적인 요소를 대폭 가미한 여자바둑리그는 3명의 주전 선수와 1명의 후보 선수로 구성된다. 또한, 지역연고제 정착을 위해 각 팀은 주전 선수 중 2명 이상을 최소 2년간 보유해야 한다.
경기는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으로 나뉜다. 먼저 3판 다승제로 상위 4개팀을 가려낸다. 상위 4개 팀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여자바둑리그는 지난해 한국기원이 내놓은 ‘히트상품’이었다. 한국바둑리그에 비하면 실력은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더 재미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여자 기사들의 바둑이 대부분 전투적인데다 단 3판으로 승패가 결정된다는 점, 실수가 잦지만 대신 이전삼전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가 계속된다는 점 등이 여자바둑리그 마니아를 양산하는 역할을 했다.
덕분에 올해는 판이 커졌다. 대회 총 규모가 4억 8000만 원에서 7억 8000만 원으로 대폭 증액됐고 우승상금도 4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늘었다. 출전 팀도 7개에서 8개로 늘어 구색도 제대로 갖췄다.
과연 어느 팀이 셀 것인지, 또 누가 우승할 것인지, 예측은 쉽지 않은데 팀당 14경기 더블리그의 중장거리 경기인 점을 감안하면 서울 부광탁스를 첫 손가락에 꼽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부광탁스는 지난해 꼴찌 팀이다. 팀 구성원도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광탁스를 다시 우승후보 중 으뜸으로 꼽는 까닭은 한국랭킹 1위 최정에다가 중국랭킹 1위 위즈잉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 부광탁스는 너무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위즈잉이 빠졌을 때는 국내 선수들이 못해줬고, 위즈잉이 출전했을 때는 최악의 컨디션이어서 졌다. 여기에 2주전 김신영이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9연패에 빠지면서 철저한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덕분에 ‘빗나가도 2등’이라던 부광탁스는 꼴찌로 추락, 바둑대회 사상 손에 꼽히는 이변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올해 면모를 일신한 부광탁스는 다시 공포의 대상으로 돌아왔다. 20일 열린 첫 경기에서 서귀포 칠십리에 3-0 완봉승을 거두고 올해는 다를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해 우승팀 인제 하늘내린도 2연패에 도전할 만하다. 인제는 지난해 MVP 오유진이 건재하고 박태희가 어시스트 역할을 한다. ‘쌍포’로 불릴 만하다. 지난해 정규리그에서도 둘이 반 이상의 승리를 합작해냈다. 여기에 맏언니 이영주가 침착한 바둑으로 팀을 조율한다. 국내 선수만으로도 우승권인데 용병도 있다. 인제는 올해 일본의 떠오르는 별 후지사와 리나 3단을 영입했다. 98년생으로 오유진과 동갑인 리나는 ‘괴물’ 후지사와 슈코 9단의 손녀로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얼굴. 현재 일본 내 2관왕이어서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규리그 2위팀 포항 포스코켐텍도 빼놓을 수 없다. 포항은 지난해 8승 3패를 올렸던 조혜연 9단이 중심을 잡아주고 7승 5패를 기록했던 김채영이 1주전이다. 김채영은 요즘 바둑이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여기에 ‘중국산’ 왕천싱 5단이 처음부터 합류했다. 왕천싱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참가해 3승 1패를 거둬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일조했다. 왕천싱은 19일 열렸던 부안 곰소소금과의 개막전 최종국에 출전, 승부를 매듭지으면서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밖에 지난 10여 년간 여자바둑 정상에 군림했던 박지은에 루이나이웨이를 용병으로 영입한 경기 SG골프, 팀 전력이 고르다는 평을 듣는 여수 거북선과 경기 호반건설, 서귀포 칠십리, 부안 곰소소금도 약간의 운만 따라준다면 충분히 상위 입상이 가능한 팀들이다.
“지난해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마지막에 좌절되면서 저를 포함해 선수단 전체가 눈물바다가 됐습니다.”(서귀포 칠십리, 하호정 감독) 과연 올해는 어떤 팀이 웃고, 울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여자바둑리그는 제한시간 각 1시간, 40초 초읽기 5회의 장고바둑 한 판, 각 10분에, 40초 초읽기 5회의 속기 대국 두 판이 열린다. 승자에게는 100만원, 패자에게는 3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