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성윤 선수 | ||
연세대 시절 대학 농구 최고의 스타였던 그는 평탄한 국내 무대를 뒤로 하고 미국 농구라는 가시밭길을 택했다. 그러나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KTF가 방성윤을 지명하자 당시 이런저런 잡음이 일던 것과는 달리 방성윤의 미래는 장밋빛을 띠었다. NBA 도전에 실패해도 KTF와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방성윤의 미국 생활은 곤궁하기 짝이 없다. 에이전트사가 있어도 지원이 전무한 바람에 언어 소통 문제부터 의식주까지 모두 방성윤 혼자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NBA를 좇는 방성윤의 오늘이 흐림이라면 미래는 맑음이다. 그 내용을 알아본다.
한국인 최초로 NBA에서 뛰고 있는 하승진(20ㆍ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과 방성윤의 미국 진출 과정을 살펴보면 굉장한 차이가 있다. 하승진은 2003년 1월 미국 내 굴지의 스포츠 에이전트사인 SFX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그해 3월 미국으로 초청 받은 뒤 NBA 실무자들 앞에서 테스트를 받았고 12월 정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방성윤은 미국 진출을 위해 자기 발로 에이전트사를 찾아 나섰다. 그렇게 해서 만난 곳이 IMG다. IMG의 주선으로 NBDL 트라이아웃에 참가했고 지난해 5월 말부터 2개월간 플로리다 소재 IMG아카데미에서 훈련비를 부담하면서까지 NBDL 진출을 노렸다. 즉 하승진이 미 에이전트사의 구애를 받았다면 방성윤은 오히려 자기를 돌봐달라고 에이전트사에 구애를 한 셈이다. 그러다보니 미국 생활이 여간 고달픈 게 아니다.
이에 대해 IMG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방성윤은 IMG에서 관리하는 초특급 스타들에 비해 지명도에서 한참 뒤떨어진다. 훈련비나 생활을 돌봐주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선수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대 비용은 선수가 부담하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즉 다른 해외 스타플레이어에 비해 등급이 떨어진 방성윤을 위해 IMG에서 남다른 배려를 하기가 어렵다는 것.
최근 미국에서 직접 방성윤을 만나고 돌아온 최희암 전 울산 모비스 감독은 “성윤이가 상당히 불리한 조건으로 IMG와 계약을 맺었다”면서 “NBDL의 트라이아웃에 신청서를 제출하려면 에이전트사가 필요했고 그로 인해 머리를 숙이고 IMG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최 전 감독은 IMG에서 방성윤을 위해 좀 더 체계적인 관리와 관심을 기울인다면 방성윤의 NBA 입성은 좀 더 빨리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방성윤은 무척 현실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에이전트 입장에서 나 같은 무명 선수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는 건 불가능하다.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아시아권 선수에게 투자하려는 에이전트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 발로 IMG를 찾아갔다. 생활에 도움은 받지 못해도 현실이니까 이해할 수밖에 없다.”
우여곡절 끝에 KTF에 지명된 부분에 대해서 방성윤은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돌아갈 곳이 생겼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연세대의 김남기 감독은 “돈을 목적으로 간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외국에 나갔다오면 몸값이 올라가지 않겠냐”면서 “지금은 생활이 어렵겠지만 좀 더 고생한 후 한국에 돌아오면 부와 명예가 보장될 수 있다”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최희암 전 감독도 방성윤과 KTF와의 만남은 ‘윈-윈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최 감독은 “KTF는 방성윤을 영입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고 방성윤은 높은 대우를 받고 국내로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이라면서 KTF의 방성윤에 대한 향후 대응책에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KTF의 구단 관계자는 지금 당장이라도 방성윤이 팀에 합류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KTF측에서 방성윤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NBA의 꿈을 꺾는다는 비난 여론이 대두될까 싶어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방성윤이 1~2년 안에 국내로 돌아온다면 선수 관리 차원에서 통역과 차량을 제공하는 등 편의를 돌보겠지만 컴백 시기가 늦춰진다면 굳이 그런 배려를 해줄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점을 나타냈다. 즉 투자 대비 구단으로 돌아오는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에이전트사와 국내 지명팀, 어느 곳으로부터도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방성윤은 오는 5월 중순 NBDL 시즌이 끝나면 일시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