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안양에서 있었단 SBS와 TG 삼보와의 경기 모습.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30분을 넘게 기다려야했다. 밀려드는 언론의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일일이 답례하며 악수를 나누는 그였다. ‘높으신 분들’의 형식적인 축하 인사에도 모든 성의를 다해 감사를 표시하는 그였다. 그를 다시 한번 잡아두고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미안할 정도였는데 이 선수, 미안해하는 기자에게 “마음껏 얘기하자”며 걱정을 덜어준다.
안양 SBS의 단테 존스(30·195cm). 한국 프로농구(KBL)에 발을 들여놓은 지 이제 한 달 남짓. 자신이 출전한 13경기를 모두 승리로 이끌며 KBL 최다연승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운 주인공이다. 중하위권에서 헐떡이던 소속팀 안양 SBS는 어느덧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프로농구 출범 이래 가장 강력한 메가톤급 폭풍을 몰고 오며 ‘단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단테 존스를 지난 5일 SBS-TG삼보전이 있었던 안양실내체육관 인터뷰실에서 ‘어렵사리’ 만났다.
허재원(허): 벌써 13연승(7일 현재 14연승)인데, 기분이 어때요?
단테 존스(존스): 말할 수 없을 만큼 기쁘죠. 단순히 경기를 이겨서 순위가 올라가는 것도 기쁘지만, 팀 동료들이 이제 우리팀이 KBL의 최고 팀 중 한 팀이라는 자신감을 갖는 것 같아 뿌듯해요. TG삼보와 KTF처럼 강팀들을 이기면서 우리도 우승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습니다.
허: 요즘 언론의 관심이 대단한데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존스: 저는 프로예요.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의무죠. 부담을 느낀다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언론의 관심이 몰린다는 것 자체가 우리 팀이 잘하고 있다는 증거겠죠.
허: 단테가 팀에 합류하고 다른 선수들도 동반 상승세를 탄다는 말들을 많이 해요. NBA 경력도 있고, 다른 선수들보다는 월등한 노하우가 있을 텐데 팀 동료들에게 가끔 지도를 해주나요?
존스: 저는 팀의 동료일 뿐이에요. 양(양희승)이나 킴(김성철)처럼 최고의 선수들을 가르칠 입장은 아니죠. 오히려 동료들이 저를 많이 도와주고 제가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동료들에게 해주는 조언은 ‘항상 자신감을 갖고 목표를 높게 잡자’고 격려하는 것이죠. 우리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존스는 최근 ‘SBS는 단테 존스의 팀이 아닌 우리 모두의 팀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적이 있다).
존스: 한국에 오고 나서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시간이 금방 지나갔어요. 하지만 미국에 있는 아내와 두 딸은 정말 보고 싶네요. 매일 두세 번씩은 통화를 해요. 우리 가족은 제가 존재하는 이유예요. 저는 한 집안의 가장이기 때문에 그들의 생활을 책임질 의무가 있죠(기자와 같은 또래인 이 친구의 성숙함에 아직도 철없기만 한 총각 기자는 고개를 숙였다). 제 직업이 농구선수이기 때문에 집을 떠나있는 시간이 많은데 아내가 고맙게도 모든 걸 이해해줘요. 유럽이나 푸에르토리코에서 뛰었을 때처럼 지금도 아내가 나에 대한 모든 기사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고 스크랩을 해줘요.
허: 이제 곧 플레이오프도 시작될 텐데 가족을 초청할 계획은 없나요?
존스: 아, 이제 곧 한국에 올 거예요. 그때는 지금보다 더 펄펄 날아야죠.(웃음)
허: 아내는 어떻게 만났어요?
존스: 자밀라(아내의 이름)는 지난 98년 NBA 트레이닝캠프에서 처음으로 만났어요. 97∼98 시즌에 보스턴 셀틱스에서 뛰었는데 당시 성적이 신통치 않았죠. 많이 힘들 때였는데 저에게 정말 큰 힘을 줬어요. 그때만 해도 여자를 만난다거나 결혼을 할 계획은 전혀 없었는데 사람 일은 정말 알 수가 없어요. 저는 자밀라를 본 순간 단숨에 사랑에 빠졌고, 바로 결혼을 해서 지금까지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어요.
허: 아이들 얘기도 좀 해주세요.
존스: 첫째 딸 키아(Kia)는 벌써 아홉 살이에요.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태어났죠. 둘째 자테일러(Jataylor)는 이제 16개월 됐어요. 둘 다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아내가 키아를 친딸처럼 아끼고 정말 친자식처럼 대해줘서 너무 고마워요(단테의 말 속에는 첫째 키아가 자밀라의 친딸이 아니라는 의미가 포함됐다. 하지만 더 자세한 얘기는 묻기가 곤란했다).
허: 내슈빌 출신이던데요, 거기 정말 조용하죠?
허: 앞으로 계획은 어때요? NBA에도 다시 도전해 볼 거죠?
존스: 지금은 우승 말고는 아무 생각도 없어요. 우선 우승컵을 안은 후에 생각해 볼 거예요. NBA 진출은 정말 어려운 꿈이죠. 다시 한번 기회가 올 거라고 믿어요. 그곳에서 단 한 시즌, 단 한 달만 뛰어도 나 자신의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가요. 꿈을 이룰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허: 아, 맞다! 제일 궁금던 걸 잊을 뻔했네. 아까 경기 보니까 덩크슛을 성공하고 나서 리마리오의 ‘더듬이춤’을 추더라고요? 웃겨서 죽는 줄 알았어요.
존스: 신(신동헌)이 한국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코미디쇼를 보여주면서 그 춤을 가르쳐줬어요. 요즘에는 정말 경기를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농구장을 찾은 팬들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너무 고맙거든요. 예전에는 꼭 이기기 위한 농구, 돈을 벌기 위한 농구를 했지만 그동안 부상도 입고 시련도 겪으면서 이제는 농구는 나의 인생이라는 여유가 생겼어요.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나의 가족들, 나의 동료들, 나의 팬들 모두를 위해서 즐기는 농구를 할 겁니다. 이제 다시 보면 ‘제이(기자의 영문 이름은 Jai)’라고 불러도 돼죠? 또 봐요. Bye∼
허재원 스포츠투데이 농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