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순철, 조병현, 김인식 | ||
요즘은 관련 노래가 히트를 치고 영화가 개봉하는 등, ‘B형 남자’가 화제가 되고 있다. 뭔가 까다롭고 변덕이 심한 것 같은 혈액형. 그러나 알고 보면 정이 많다는 B형 남자에 대해 재탐구가 이뤄지는 듯한 시기다.
2005 시즌을 맞는 8개 구단 사령탑 중 현대 김재박 감독만이 유일하게 B형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B형인 김재박 감독이 야구 스타일만큼은 철저하게 A형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부분이다. 김 감독은 5회 이전이라도 기선제압을 위해선 여지없이 번트를 시행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화끈한 야구보다는 한 점의 우위를 지킨 뒤 치밀한 투수 운용으로 승리를 낚아내는 스타일이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의 야구에는 B형의 특성이 없지 않다. B형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대담한 결정을 내릴 때가 많다. 지난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9차전 때 마무리 조용준이 다소 흔들렸지만 폭우가 내리는 속에서도 마지막 9회를 맡겼다.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삼성의 선동열 감독은 취임 후 툭하면 “수비 위주의 야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발언의 요지는 결국 현대가 큰 게임서 강한 면모를 보인 건 수비력 덕분이고, 이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결국 O형의 선 감독은 B형 김재박 감독의 A형식 야구를 따라하겠다는 뜻을 내보인 셈이다.
사실 선 감독이 ‘수비 야구 실천론’을 들고 나온 것부터 O형에 대한 상식이 그대로 묻어난다. 일반적으로 O형은 목적지향적이다.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놀랄 정도로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다. 선 감독이 꼭 그렇다. 현역 시절 선 감독은 밤새 폭탄주를 마시고도 다음날 완봉승을 거두는가 하면, 뻔히 어깨에 무리가 갈 줄 알면서도 며칠 연속 경기에 등판한 적이 많다.
▲ (왼쪽부터) 김재박, 유남훈 | ||
SK 조범현 감독은 혈액형과 야구 스타일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케이스. 원리원칙주의자이며 완벽주의자. 사실 어떻게 보면 지난 2003년 전력이 취약한 SK호에 승선한 조 감독이 돌풍을 일으키며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끌어올린 건 이 같은 A형식 야구의 장점이 극단적인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감독은 SK 사령탑에 오른 뒤 한때 기존 고참 선수들과 갈등을 겪은 적이 있었다.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선수기용을 하는 바람에 젊은 선수들에게 관대하고 고참들에겐 매서운 칼날을 들이밀었던 것. 이 또한 A형의 특성이다. A형은 때때로 신중함이 지나쳐 융통성이 없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밖에 A형인 한화 김인식 감독은 얼핏 보면 O형 같다. 폭넓은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야구장 안팎에서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이켜보자. 90년대 중후반 OB와 두산을 거치며 철벽같은 중간계투진을 완성시킨 인물이 바로 김 감독이다. 웬만큼 꼼꼼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두산 김경문 감독이 O형이다. 지난해 혈액형만큼이나 시원시원하게 팀을 이끌어 뜻밖에도 정규시즌 3위라는 대어를 낚았다. 당시 김 감독은 ‘웬만하면 번트 따위는 대지 않는다’는 신조를 내세워 반달곰 구단의 팬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같은 O형인 롯데 양상문 감독은 소신 야구를 펼치려 했으나 워낙 뒤떨어지는 팀 전력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다.
▲ (왼쪽부터) 양상문, 김경문, 선동열 | ||
기아 유남호 감독은 유일한 AB형이다. 이렇다 저렇다 규정짓기 어려운 혈액형이 바로 AB형. 유남호 감독은 지난해 시즌 중반에 김성한 전 감독이 낙마했기 때문에 감독대행으로 승격했다가 대행 꼬리를 뗐다. 아직 자신만의 야구 색깔을 보여주지 않은 단계. 올 시즌을 관찰해보면 유 감독의 혈액형이 야구에 반영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을 듯하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