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파문으로 결국 사표를 제출한 김기훈 쇼트트랙 코치의 선임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대한빙상연맹(회장 박성인)은 지난해 10월 아버지 회사의 스케이트를 선수들에게 강제로 신게 해 코치직을 사임한 김기훈 코치를 6개월 만에 재선임했다. 빙상연맹은 ‘선수 시절 뛰어난 경기력과 지도력 및 중립적 인사’ 등을 선임 이유로 내세웠지만 남자 대표선수들과 빙상인들의 반응은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코치 선임을 위해 경기위원회에 참가했던 채지훈 경기이사는 “지금까지 숱한 의혹들이 있었지만 이번 코치 선임을 보고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며 박성인 회장의 독선과 지도자 A씨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채 이사에 따르면 경기위원회에서 15명의 후보 코치 중에서 6명으로 압축해 회장단에게 올린 최종 명단에는 윤재명 전 대표팀 코치와 편해강 쇼트트랙 부회장 등 2명의 이름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회장단 회의에서 윤재명 전 코치의 자질 여부는 전혀 거론이 되지 않았고 편해강 부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며 전재수, 김기훈 전 코치를 추천했다는 것.
회장단에서는 경기위원회에서 배제했던 김기훈 코치를 남자대표팀 코치로, 여자대표팀에는 전재수 코치를 선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빙상인들에 따르면 이런 시나리오는 이미 3월부터 소문으로 나돌고 있었다고 한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한 빙상인은 “지난 3월 초 춘천에서 벌어진 2005세계팀선수권대회에서는 2월부터 박성인 회장이 김기훈 코치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면서 “당시 윤재명, 송재근 코치가 잘 진행하고 있었지만 이미 김기훈 코치의 낙점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또한 이 빙상인은 “심판을 보던 김기훈 코치가 3월 초 종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학교 핑계를 대고 심판직을 사의한 것과 경기위원회에서 신임 코치 선발과 관련된 의견은 제시하지 않겠다고 한 점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빙상인들과 선수촌 입촌을 거부한 남자 대표팀의 부모들은 “이번 코치 선임이 그 자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선수 선발에도 특정 입김 때문에 좌지우지되는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표팀의 한 부모는 “지난해 1, 2차로 나눠 진행된 대표 선발전에서 최종 2위를 한 선수가 하위 성적 선수에게 밀려 대표로 발탁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채지훈 경기이사도 “선발전 순위를 따라 추천 선수를 결정하자는 의견과 달리 김기훈 코치는 예전부터 코치가 선임되고 나면 이후에 코치 재량에 따라 추천 선수를 집어넣자는 의견을 고집해 왔다”며 그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김기훈 코치와 지도자 A씨와의 관계에 대해서 의문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김기훈 코치가 아버지 스케이트화 강요로 물의를 일으켰을 때 A씨가 그 문제를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현재 김기훈 코치의 선임에는 A씨의 입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니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A씨는 “그 사건 이후로 김기훈 코치를 따로 만난 적은 없다”며 일축했다.
유태욱 전 대표팀 코치는 “모든 빙상인들의 바람은 열성을 갖고 투명하게 행정을 처리하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지 유착 관계나 맺어서 연맹을 자기 소유처럼 다루는 건 곤란하다”며 현 빙상연맹의 고위 임원들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모 인터넷 언론에서 ‘쇼트트랙 마피아’로 거론되기도 한 지도자 A씨와는 전화 통화를 가질 수 있었지만 인터뷰 자체는 “현재 진상위원회의 조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닌 것 같다”며 거절했다. A씨는 현재 자신이 ‘마피아’라는 표현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냈으며 현재 변호사를 통해 자신을 마피아 운운했던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형사고발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