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동렬 감독. | ||
한화 김인식 감독은 ‘덕장’으로 분류되는 평소 이미지가 그대로 묻어나는 케이스. “저번에 신문 보니까 미국에 취재갔던데 언제 온 거야?” “내가 작년 말에 풍 맞고 손도 못 움직일 때 단추 잠그는 게 안돼서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아?” 등 김 감독은 친근하고 솔직한 대화를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
김인식 감독이 두산 사령탑으로 재직할 때의 일화 한 가지. 치아가 좋지 않은 김 감독은 ‘죠리퐁’ 같은 과자나 ‘메론맛바’ 같은 아이스바를 즐기곤 했다. 기자들이 덕아웃을 방문하면 매니저를 불러 “손님 오셨으니까, 거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 좀 꺼내와”라고 지시하곤 한다. 50대 중반의 감독과 서른 살 안팎인 기자들이 아이스바를 입에 물고 토론하는 모습은 절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 김인식 감독. | ||
삼성 선동열 감독은 ‘사랑방 좌담회’ 때마다 꽤 중요한 기삿거리를 불쑥불쑥 입에 올리기 때문에 취재진이 다른 데 한눈팔지 못하게 만든다. 최근에도 임창용의 부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등 팀내 정보를 가끔씩 흘리는 편이다. 최근 선 감독은 ‘커피 접대’에 재미를 붙였다. 일본 쪽 지인이 2백만원 상당의 가정용 커피메이커를 선물했는데, 기자들이 나타나면 감독실로 데리고 들어가 직접 커피를 만들어주곤 한다.
현대 김재박 감독은 덕아웃에서도 지극히 말을 아끼는 스타일이다. “야구가 그렇죠, 뭐” “잘 던지니까 선발로 내려는 거 아니겠습니까?” 등 다소 공식적인 멘트가 대부분이다. 김 감독은 특히 경험이 적은 저연차 기자들의 질문이 전문적이지 못하고 유치한 수준일 경우 간접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연차가 쌓인 야구기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어.” 이런 말이 나오는 날이면 경기 전 뭔가 초보 수준의 질문을 받고는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기아 유남호 감독은 예의로 똘똘 뭉친 인물. 대부분 “아시다시피…”로 시작되는 일상적인 멘트가 주메뉴다. 그러나 일단 말문을 열면 프로 코치 생활만 20년 넘게 한 경력답게 흥미로운 일화를 기억에서 끄집어내곤 한다. 올시즌 삼성과의 첫 홈 3연전(4월12일~4월14일)때 유 감독은 몇 년 전 삼성에서 김응용 전 감독을 모시고 수석코치로 있을 때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일본 도쿄의 아카사카에 있는 유명한 복요리 집에서 회를 4백50만원어치나 먹고도 배가 고팠던 일화. 접시에 투명하게 깔려나오는 복어회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쥐꼬리만큼 나오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일본측 지인으로부터 접대받은 식사였기 때문에 맛만 본 걸로 만족했지만, 김 전 감독과 유 감독은 4백50만원짜리 식사를 한 뒤에 배가 고파서 근처 한국인 식당에서 수육과 설렁탕으로 배를 채웠다는 얘기다.
▲ 개성으로 똘똘 뭉친 8개 구단 감독들은 덕아웃에서 취재진을 대하는 태도도 각양각색이다. | ||
경기 당일 기자를 만나면 SK 조범현 감독의 첫마디는 거의 비슷하다. “밥은 먹었소?” 조 감독은 라커에 차려진 선수단 식사 자리에 기자들을 데려가 김밥과 어묵, 볶음밥 등을 먹으며 야구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 덕분에 SK 선수들도 기자들과 함께 밥먹는 걸 비교적 어색해하지 않는 편이다.
LG 이순철 감독은 기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취재원으로서의 이 감독은 할 얘기, 못할 얘기를 다 하는 편이다. 특히 기자들이 유도질문을 할 경우엔 그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원하는 답을 내줄 때가 많다. 지난 겨울 이 감독이 선동열 감독과의 라이벌론을 자주 언급한 데에는 취재진의 유도성 질문이 작용한 게 사실이다.
실제 선 감독에게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는 이 감독이지만 알면서도 속아주는 성격 덕분에 ‘동열아! 한판 붙자!’는 등의 ‘화끈한 뉴스’를 많이 생산해 낼 수 있었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