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9일 ‘부자 구단’ FC서울과 ‘가난한 구단’ 대구FC가 프로축구 개막전에서 맞붙었다. | ||
‘한국의 레알 마드리드’로 불리는 수원삼성은 1백50억원의 돈을 쓰는 명문팀에 걸맞게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도대체 얼마를 써야 제대로 된 프로축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일까. 부자구단(FC서울, 수원 삼성)과 가난한 구단(부천 SK, 대구FC)의 지출내역 비교를 통해 효율적 프로구단 운영에 대해 알아본다.
FC서울이 1년 동안 축구단을 운영하면서 총 사용하는 돈은 1백70~1백80억원이다. 이 중 적자는 1백억원에 달한다. 70억~80억원은 LG와 GS그룹 계열사의 광고 지원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적자폭이 줄어든다. 일례로 그룹계열사인 GS건설은 유니폼에 광고 문건을 넣어주는 조건으로 구단에 1년간 20억원을 보탠다. 총 지출액 중 80% 이상은 선수 인건비로 사용되는데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FC서울의 전략은 ‘버는 만큼 쓴다’이다. 아직 한국 프로축구판의 파이가 커지지 않은 상황에서 적자가 무서워 투자를 게을리 한다면 애써 지금까지 키워놓은 시장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물론 그룹 계열사 지원과 같은 억지성 수익창출 구조는 지양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또 입장 수익과 트레이드 수익 등을 늘려 유럽 프로구단처럼 재정 독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팀 성적이 좋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팀의 한 관계자는 “시즌 초반이라 아직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 힘들다”면서 “부천이나 대구 등은 시즌 초반 반짝하고 있지만 뒷심이 부족한 팀”이라며 지원 부족이 결국에는 팀 성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수원은 서울보다 적은 예산을 운영 중이다. 한 해 1백50억원 정도를 지출하는데 이 중 50억~60억원을 광고 수익, 입장료 수익 등으로 충당한다. 특히 광고 수익은 모기업인 삼성전자의 자체 광고로도 충분히 메울 수 있어 다른 구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하지만 수원도 타구단과 마찬가지로 선수단 인건비 부담이 전체 지출의 65~70%에 달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원도 파이를 키워야 하는 정당성과 지출액을 줄여야 하는 양 갈래 길에서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팀 성적은 괜찮아 서울보다는 마음이 편한 상태다.
대구는 1년 예산이 얼마라고 딱히 말할 게 없다. 2003년 창단될 때의 자본금 1백63억원을 아껴 쓰면서 겨우 버텨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20억원이 자본 잠식 상태이고 대구지역 경제의 침체로 광고 지원도 전무한 상황이다. 부자 구단의 1년 지출액에도 못 미치는 자본금으로 3년 동안 프로축구단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보일 정도다.
이대섭 대구 단장은 “자본금이 3백억원은 됐어야 하는데 지하철 참사 등이 터지면서 당초 계획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대신 대구는 뛰어난 용병을 뽑아오는 박종환 감독의 안목과 선수들의 투지 어린 플레이(일명 ‘벌떼 축구’)로 컵대회 중간 순위 1위에 오르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임대로 데려온 브라질 용병 산드로는 컵대회 8경기에서 5골을 터트린 특급 스타라이커이지만 1년 임대료 25만달러, 월급 2만달러로 타 구단 용병에 비하면 저렴한 몸값이다. 승리수당 등을 합치면 산드로에게 6억~7억원 정도가 1년 동안 지급될 것이다. 이 금액은 대구로서는 엄청난 부담이지만 부자 구단에게는 싼 값이다. 없는 구단이다 보니 선수를 뽑을 때 심사숙고 한 결과가 팀 성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천은 모기업이 대기업 SK이지만 구단 주머니 사정은 창피할 정도다. 부천의 1년 지출액은 80억원이 약간 넘는다. 선수들 인건비로 55억원 정도가 들어가니 실제 운영비는 25억원 가량인 셈. 광고 수익이 거의 없고 SK의 브랜드 ‘엔크린’ 광고가 유일무이하다. 그런데도 정해성 감독이 부임한 지 2년째인 올해 부천은 한 마디로 ‘잘나간다’. 감독이 유일한 스타라는 부천은 대구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SK가 그동안 부천을 홀대해온 것은 사실이다. 구단 고위층과 모기업에서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없어 축구단을 방치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천은 단장을 교체하면서 혁신에 나서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