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흔(왼쪽), 김명제 | ||
두산의 간판 포수와 차세대 두산 마운드의 마스코트를 예약한 김명제가 만났다. 포수와 투수라는 배터리의 특성상 일단 두 선수의 ‘합방’이 이상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과 고졸 루키, 그라운드에서 내뱉는 말의 절반이 ‘파이팅’일 정도의 외향적인 성격과 ‘예’라는 말 외에는 볼만 던지는 내성적인 성격. 어떻게 보면 안 어울리는 조합이 무리는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합방의 효과는 지난 5월15일 매진을 기록한 사직구장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신인으로서는 주눅이 들 수도 있는 분위기였지만 김명제는 7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김명제는 “당시 3만 명이 넘는 관중들 소리보다 (홍성흔) 선배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면서 “지난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타자심리와 구질에 대해서 개인교습을 받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며 선배에게 공을 돌렸다.
그럼 홍성흔은 룸메이트 후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홍성흔은 “처음에는 (김)명제가 어려워 그랬겠지만 ‘묵언수행’하는 줄 알았다”면서 “3년 안에 나보다 더 목소리 큰 선수로 한번 바꿔볼 생각”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 이대호(왼쪽), 최준석 | ||
총각 둘이 생활하는 공간은 생각보다 깔끔한 편이다. 한덩치하는 두 선수가 집에서 생활할 때에는 TV를 보거나 신문 보는 걸로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딱히 어지럽힐 만한 것이 없다는 것. 식사는 아무래도 시켜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곧잘 요리(?)도 해 먹는다고 한다.
이대호는 “(최)준석이가 어묵 반찬이나 계란 프라이를 좋아해서 가끔 해주기도 한다”면서 “둘 다 부지런한 것보다는 게으른 쪽에 가깝기 때문에 집이 어지럽혀져 있으면 그날 결국 답답한 사람이 치우는 것 같다”며 두 남자의 생활을 공개했다. 차세대 롯데의 거포로 떠오른 최준석은 “야구 외적인 면으로도 (이)대호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는 말로 고마움을 대신했다.
두 사람 모두 절친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어 싸울 일도 없지만 가끔 체격에 맞지 않게 삐치는 소녀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 정민철(왼쪽), 김해님 | ||
한화의 선발투수 정민철과 김해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분위기 메이커들이다. 많은 투수들이 과묵한 편이지만 이들은 그런 획일적인 구분을 거부한다. 물론 자신이 선발로 등판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지겠지만 사기 진작에는 이들 만한 콤비가 없다는 게 동료 선수들의 한결 같은 평가다.
정민철은 “(김)해님이는 이름처럼 밝은 모습이 인상적”이라면서 “기발한 유머로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예사롭지 않다”며 전직(?)이 의심스럽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반면 김해님은 “(민철) 선배와 함께 지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는데 거기에 입담도 포함되는 것 같다”며 “팬들이 더그아웃에서 오가는 얘기들을 들을 수만 있다면 아마 어록도 나돌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선후배 사이면서도 단짝인 두 선수는 더그아웃에서는 그렇게 떠들다가도 방에서는 말수가 많이 줄어드는 게 특징이다. 둘이 있을 때에는 역시 마운드에서 타자를 상대하는 내공 증진에 힘쓰기 때문이다. 홍보팀 오성일 과장은 “아무래도 주변에 관객(선수)이 있어야 떠들 맛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더그아웃에서 이들이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아마 데시벨 측정을 한다면 8개 구단 중 최고일 것”이라고 자랑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