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요신문] 김재원 기자 = 6.25전쟁 때 한국을 돕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병했던 에티오피아에서 대규모 ‘새마을운동’ 태풍이 불고 있다.
태풍의 진원지는 바로 56개 민족, 15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에티오피아 남서부의 남부국가민족주(SNNPR, Southern Nations, Nationalities, and Peoples’ Region).
영남대는 지난 2월 23일부터 28일까지 에티오피아 남부국가민족주의 주 수도인 아와사(Hawassa)시에서 남부국가민족주 공무원 700여 명을 대상으로 새마을운동 및 공무원 역량강화 교육을 시행했다.
이번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영남대는 새마을운동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규모 강사진을 에티오피아 현지로 파견했다. 이들 강사진은 영남대 국제개발협력원(원장 최외출)과 박정희새마을대학원(원장 박승우), 새마을국제개발학과 등에 소속된 교수 및 연구원들로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새마을개발의 원리, 새마을운동을 통한 농촌개발, 경제개발 및 산림녹화 전략 등에 대해 이론과 실무 지식을 전수했다.
새마을운동 연수 프로그램 운영에 앞서 현지시간으로 지난 23일 오전 주정부 청사에서 열린 개회식에는 데시(Dessie Dalkie Dukamo) 남부국가민족주 주지사, 테스파에(Tesfaye) 부지사, 제르마메(Germame) 농업부국장 등 주 고위공무원과 지역지도자 등이 대거 참석해 새마을운동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데시 주지사는 개회사를 통해 “한국의 새마을운동 경험이 남부국가민족주의 농촌개발에 큰 교훈이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최외출 영남대 국제개발협력원장에게 새마을개발을 위한 주정부의 고문직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최외출 원장은 고문직 수락연설을 통해 “영남대가 축적한 새마을개발의 이론적, 실천적 성과를 남부국가민족주와 공유할 것이며 에티오피아의 빈곤 극복 노력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교육은 데시 주지사의 적극적인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지난해 2월 데시 주지사를 포함한 고위공문원 연수단이 두 차례에 걸쳐 영남대를 방문해 새마을운동 연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데시 주지사는 새마을운동이 에티오피아 발전을 위한 효과적인 개발 전략이라 확신하고 새마을운동의 원리를 남부국가민족주 지도자급 전체에게 교육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이번 영남대의 현지 방문 교육연수 프로그램이 성사된 것이다.
특히 이번 교육이 이뤄진 데에는 현지 공무원 신분으로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에서 유학했던 누르딘 모하메드 케말(36, Nuredin Mohammed Kemal) 씨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누르딘 씨는 에티오피아의 발전을 위해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주지사를 비롯한 주정부 고위공무원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했다. 이에 데시 주지사를 포함한 고위공무원 연수단이 지난해 2월 영남대를 방문한 것이다. 연수단 방문 이후 남부국가민족주 고위공무원 사이에서 새마을운동에 대한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번 현지 방문 교육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주목할 점은 당시 에티오피아 새마을운동 연수단은 소요되는 교육 경비를 자체적으로 마련해 방한했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한국 방문은 물론 한국에서 진행되는 교육은 거의 대부분 초청연수로 이뤄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어려운 재정여건에도 불구하고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해 자체 예산을 편성해 한국을 방문해 연수를 받고 돌아갔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번에 영남대가 실시한 새마을운동 교육은 6.25전쟁 중 에티오피아의 파병과 지원, 그리고 지난해 남부국가민족주 고위공무원단이 자비로 연수단을 영남대에 파견했던 자조 노력에 대한 보은과 보답의 의미도 담겨 있다.
에티오피아 새마을운동 현지 교육 프로그램을 총괄한 최외출 영남대 국제개발협력원장(부총장)은 “한국과 수교가 이뤄지기 10여 년 전에 발발한 6.25전쟁 때 공산주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머나먼 이국땅에 와서 소중한 젊음을 바쳤던 용맹한 에티오피아군의 희생이 있었기에 한국의 오늘이 있다”면서 “국제사회에서 개발원조 공여국으로 등장한 한국은 60여 년 전 국제사회의 도움과 앞 세대의 노력을 통해 얻은 성취의 경험을 지구촌과 공유하는 보은활동을 강화해야 할 시대적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전 세계 67개국, 4개 국제기구에서 2864명이 영남대에서 새마을운동 교육 연수를 받았으며 그 중 에티오피아에서만 1422명이 연수를 받는 등 에티오피아에서 새마을운동 바람이 크게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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