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 발놀림 ‘큰손’들도 일단 빠~져봅시다
네덜란드 유력지인 <데 텔레그라프> 14일자에는 ‘임무를 띤 스카우트들(Scouts met een missie)’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스포츠면 상단을 크게 장식했다. 이 기사에는 세계청소년선수권이 열리고 있는 네덜란드 현지에 세계적인 스카우트들이 미래의 유망주를 찾기 위해 파견됐다는 소식이 실려있다. 그리고 “한국 청소년팀의 박주영을 보기 위해 PSV와 아약스의 스카우트들이 엠멘 스타디움을 찾았다”라는 소식도 한 줄 섞여 있었다. K-리그와 청소년팀은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검증이 끝난 박주영의 다음 행보는 당연히 해외 진출이다. 이런 가운데 박주영이 네덜란드에서 개막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도 매서운 활약을 펼치며 그의 이름 석자를 유럽 전역에 알리고 있다.
13일 세계청소년선수권 한국-스위스전에는 히딩크 감독이 엠멘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박주영에 대해 묻자 “특정 선수에 대한 언급은 하고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속내는 달랐다. 히딩크는 그 곳에서 박주영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PSV에인트호벤 구단의 스카우트 총책임자인 한스 반 데르를 대동하고 박주영을 비롯한 브라질과 나이지리아 유망주들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아가고 있었다. 히딩크는 엠멘에 오기 전 11일 아르헨티나-미국전이 열린 엔셰데 경기장을 방문해 미국의 ‘축구신동’으로 불리는 프레디 아두(17)의 모습을 면밀히 관찰했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된 PSV의 내년 시즌 구상을 위해 본격적으로 ‘젊은 피’를 찾아 나선 것이다.
박주영의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은 비단 히딩크뿐만이 아니다. PSV에인트호벤과 함께 네덜란드 리그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아약스의 스카우트 게리 뮤렌도 엠멘을 찾아 박주영을 지켜봤다. ‘기적의 역전승’을 일궈낸 16일 나이지리아전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감독의 형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카우트 담당이다. 이탈리아 최고 명문인 유벤투스와 인터밀란의 스카우트들도 엠멘 스타디움에 온 것으로 확인됐다.
박주영은 스위스전에서 비록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60m 단독 돌파와 감각적인 원터치 패스 등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나이지리아전에서는 감각적인 프리킥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다. 이 정도라면 명문 구단의 눈길을 끌만한 충분히 ‘매혹적인’ 활약이다.
하지만 유벤투스의 한 스카우트는 13일 스위스전에서 박주영을 지켜본 뒤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등번호 10번을 단 선수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클럽이 원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더 검증된 선수가 필요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유벤투스측이 영입 조건으로 주문하고 있는 것은 빅리그 전 단계인 네덜란드나 프랑스 리그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다.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실패한 많은 경우가 실제 이를 증명한다. 2001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최다골(9골)을 터트리며 혜성처럼 떠오른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사비올라(24)는 대회를 마치고 FC바르셀로나에 입단했지만 결국 AS모나코로 임대되는 신세가 됐다. ‘밀레니엄 특급’ 이천수(24) 역시 마찬가지. 고려대와 울산 현대를 거쳐 유럽에서도 가장 큰 무대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직행했지만 2년 만에 짐을 싸야 했다. 전세계를 주름잡은 브라질의 스트라이커 호마리우(39)와 호나우두(29)도 PSV에인트호벤을 ‘거쳐서’ 빅리그로 입성했을 정도다.
실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현장에서 각국의 유망주들을 살펴보면 얼마나 ‘미완의 대기’들이 즐비한가를 알 수 있다. 독일의 전천후 스트라이커 델룰라(20), 나이지리아의 오비 미켈(20), 브라질의 디에고 타르델리(20), 그리고 미국의 프레디 아두까지. 한국의 축구 천재 박주영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있을지언정 분명 한 수 위의 기량을 가졌다고 보는 것은 냉정히 말해서 무리다.
하지만 네덜란드 현지에서 만난 핌 베어백 전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는 박주영에 대한 소문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빅리그까지 퍼졌다고 설명했다. 핌 베어백 코치는 “특정 구단의 이름을 댈 수는 없지만 박주영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구단은 물론 빅클럽이다”고 말해 맨체스터나 첼시 등과 같은 ‘거함’들의 영입 리스트에 일단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5월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이 끝난 뒤 한국 기자들에게 이와 같이 말했다. “박지성 이영표의 경우는 한국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교과서로 삼아야 할 모범적인 사례다.” 박주영이 깊이 새겨들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엠멘=김기범 스포츠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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