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성은 지난 16일 음료 CF를 촬영했다. 스포츠 투데이 | ||
“박지성 남는다” 발언 왜?
히딩크 감독은 지난 13일(한국시간) 한국과 스위스와의 세계청소년축구 경기가 열린 네덜란드 엠멘 스타디움을 찾아 “박지성과 아버지는 PSV 잔류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국내 취재진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박지성의 맨유행이 거의 성사 직전이었던 터라 히딩크 감독의 발언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던 것.
이에 대해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였다.
“PSV의 정규리그 우승 확정 이후 가진 파티에서 히딩크 감독이 날 부르더니 ‘이곳은 당신 아들을 키워준 팀이니까 내년에도 계속 같이 생활했으면 좋겠다’면서 ‘만약 이적을 하더라도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지 못하는 팀은 아예 갈 생각도 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당시만 해도 어떤 팀에서도 오퍼가 오지 않은 상태라 우린 당연히 PSV 잔류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히딩크 감독한테도 잔류할 뜻을 밝혔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왜 그런 말을 꺼냈는지 속내를 모르겠다.”
퍼거슨 감독은 괴팍해?
히딩크 감독과 직접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FS코퍼레이션의 이철호 대표는 박성종씨에게 이런 협상 후일담을 전했다고 한다. “감독이 퍼거슨 감독의 성격이 괴팍하다는 얘기까지 흘리며 맨유행을 막고 있다”는 것.
박씨는 “물론 히딩크 감독의 입장에선 지성이를 키워준 데 대한 배신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만약 내년에도 맨유에서 다시 이런 조건으로 오퍼를 한다는 보장이 있다면 그냥 네덜란드에 남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면서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히딩크 감독이 모양새 좋게 떠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이철호 대표에게 “무조건 히딩크 감독을 만나 허락을 받아내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가더라도 히딩크 감독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다. 박씨는 또한 “지금 같은 상황이면 마치 우리가 팀과 감독을 배신하고 떠나는 것 같다. 이왕 보내줄 거라면 ‘너무나 훌륭한 팀이라 걱정은 되지만 가서 잘하고 나중에 다시 우리 팀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배려해주면 감독한테 정말 감사할 것 같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 박지성 선수. | ||
히딩크 감독은 최근 자신이 독일리그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박지성측한테 “만약 내가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가게 될지라도 박지성만큼은 꼭 데려가겠다는 문구를 계약서에 써넣겠다. 그러니 내 진로 문제를 놓고 불안해하지 말라”는 말로 설득을 했다는 후문이다. 어느 팀 감독으로 가든 박지성은 품안에 두겠다는 발언을 통해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의 맨유행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최종 결정은 선수가 하는 거라고 공을 박지성한테 돌린 것도 자신한테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럽기 때문인 것.
이적 제의 언제 받았나?
박씨는 맨유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때의 상황을 재미나게 표현했다. 계속 네덜란드에 머물며 PSV의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의 기쁨을 현장에서 만끽했던 박씨는 한국으로 귀국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 5월26일, 다국적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SFX의 치엘 데커한테서 맨유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솔직히 그때는 데커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괜히 이상한 헛소리 꺼내서 히딩크 감독의 비위만 건드릴까봐 걱정이 될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내가 지성이한테 ‘야, 퍼거슨 감독이 할 일이 없어서 널 데려오라고 했겠냐’면서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으려 했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리버풀에서 이적 제의가 와 있었다. 리버풀도 베스트였기 때문에 맨유 얘기가 나왔을 때는 ‘뻥’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잡으려면 뭔가 내놔라
맨유가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자 히딩크 감독과의 관계에서 갈등하던 박지성측도 떠날 결심을 굳히게 된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이 계속해서 잔류를 희망하자, 박성종씨는 이런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지성이를 잡아 두려면 PSV측에서도 맨유로 보내지 않는 데 대한 어떤 보상을 해줘야 하지 않나. 즉 이적료와 계약 기간의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에 그 부분들에 대한 구단측의 양보를 원했는데 PSV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우리쪽에서 이적료는 그대로 놔두고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구단측에선 ‘그럼 1년 지나서 내년에 또 이적 협상을 벌일 것이냐’면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박씨는 PSV측에서 재계약과 관련해 박지성측의 요구 조건을 수용했더라면 과감히 맨유를 포기하고 PSV에 잔류할 생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박지성은 그만큼 히딩크 감독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겼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