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시현 선수. | ||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대는 CJ나인브릿지클래식. 10월31일 1라운드가 끝났을 때 안시현이라는 보도 듣도 못한 선수가 7언더파로 단독선두에 나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얼짱’은 없었다. 원체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기 때문이다. 당시 한 기자의 표현을 옮기자면 ‘발육상태가 좋고(몸매가 좋다는 뜻), 골퍼답지 않게 유난히 얼굴이 하얀 선수’ 정도였다.
얼짱은 바로 11월1일 탄생했다. 대회 주최 신문사로 기사거리를 찾던 중 기자는 취재팀장에게 “아예 미모 대결로 쓰면 어때요. 원래 박지은은 예쁘장한데 안시현이란 선수도 봐줄 만하잖아요”라고 건의했다. 이에 안시현의 사진을 한참 들여다 보던 선배 왈, “(안시현이) 대단한 미인은 아니지만 모자 쓰고 골프 치는 모습은 좋네. 함 해봐.”
일요일에 ‘박지은-안시현 얼짱대결’이라는 1면 톱기사가 실린 신문이 뿌려졌다. 그런데 때마침 기사 그대로 안시현은 이날 박지은을 따돌리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에 현장에 있던 국내 전일간지와 방송까지도 ‘얼짱탄생’, ‘골프 신데렐라가 나왔다’ 등으로 대서특필했다. 갑작스런 선전에 안시현의 소속사가 급히 서울에서 직원을 내려보냈고, 의상도 핑크빛의 세련된 것을 준비했다.
그날, 그러니까 11월2일 저녁. 기자는 대회 쫑파티가 열린 호텔에서 안시현의 사복 입은 모습을 처음 봤다. 평범한 검은색 주름치마에 블라우스였는데 솔직히 어색했다. 골프장에서 모자를 쓰고, 퍼터를 든 안시현의 모습이 훨씬 예뻤기 때문이다.
지금도 안시현은 골프장에서 볼 때 가장 예쁘다. 괜히 방송 오락프로그램이나, 무슨 봉사활동 같은데 나오면 인터넷에 ‘걔가 무슨 얼짱이냐’며 난리가 난다. 안시현이 우승하기 전 모자를 벗은 평소 모습을 기자가 한 번이라도 봤다면 ‘안시현 얼짱 신드롬’이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을 텐데…. 착각일 수도 있지만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