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슬럼프로 슬픈 박세리편. 박세리는 올시즌 너무나 부진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해 5월 미켈롭울트라오픈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헌액 포인트를 채운 후 거짓말같이 기나긴 슬럼프에 빠졌다. 올해 13개 대회에 나와 컷오프 및 기권이 5번, 최고 성적은 공동 27위(나비스코챔피언십)가 고작이다. 상금 6만2천6백28달러로 랭킹 83위다. 지난 수년 동안 ‘골프여제’ 애니카 소렌스탐과 함께 당당히 ‘투톱’을 이뤘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온 국민이 걱정하는 슬럼프’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뛰고 싶어도 상금랭킹이 떨어져 못 뛰는 일도 생겼다. 지난주 ‘별들의 상금잔치’로 불리는 에비앙마스터스가 그렇다. 박세리는 꼭 뛰고 싶었으나 자격을 갖추지 못했고, 내심 기대했던 스폰서 특별초청도 받지 못했다.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투어중단. 망신살이 뻗치면서까지 출전을 강행하는 것보다는 쉬면서 확실한 재기를 노리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결단을 못 내리는가. 바로 ‘명예의 전당 헌액 자격’이 문제다. 이미 포인트를 채운 박세리는 10년간 미LPGA에서 뛰면 헌액식을 치르게 된다. 98년부터 뛰었으니 내년까지 뛰면 꼭 10년을 채운다. 그런데 미LPGA는 1년을 뛴다는 것을 ‘최소 15개 대회 출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야구로 치면 규정타석 같은 의미다.
박세리는 올해 미LPGA 19개 대회 중 13번 나섰다. 하지만 사이베이스클래식을 초반에 기권하면서 실제 인정받은 대회는 12회다. 세 개 대회만 더 뛰면 개운하게 투어를 중단할 수 있는 처지인 것이다. 뛰기 싫어도 뛰어야하는 박세리다.
‘장타소녀’ 위성미는 거꾸로다. 미LPGA 규정상 아마추어는 연간 특별초청자격으로 최대 7개 대회까지만 뛸 수 있다. 미국골프협회(USGA) 주관 대회인 US여자오픈은 여기에서 빠지니 8개 대회까지 출전이 가능하다. 지난주 에비앙까지 6개 대회를 뛰었고, 이번 주 브리티시여자오픈과 오는 10월 삼성월드챔피언십까지 포함하면 최대한 많은 대회에 나가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남자아마추어대회, 미PGA대회까지 뛰고 있으니 ‘스쿨걸’로는 엄청난 양의 대회를 소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비용. 위성미는 아마추어로 USGA규정에 따라 일체의 스폰서십을 받을 수 없다. 또 아무리 좋은 성적을 올려도 프로대회의 상금을 수령하지 못한다. 그랬다가는 자격정지 등 큰일이 난다. 최근 USGA는 대회 출전 경비가 엄청나게 들어간다는 점을 의식, 아버지 위병욱씨에게 돈이 어디서 생기냐고 꼬치꼬치 따져 묻기도 했다. 자신이 대학교수(하와이대 교통공학과)이고 위성미의 어머니 서현경씨가 부동산 전문가라는 점을 들어 자체적으로 경비를 조달한다고 설명했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가시지 않고 있다.
문제는 위성미가 프로 선언을 하면 말끔히 해결된다. 상금도 상금이지만 세계적인 기업들이 1천만 달러(약 1백억원)에 육박하는 스폰서비를 언제든 내놓을 태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성미 주변에서는 2005년 가을이면 천재소녀가 프로선언을 할 것이라는 추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마추어로 타이거 우즈가 나온 스탠포드 대학을 가고 싶어 하는 위성미로서는 내키지 않지만 빨리 프로가 돼야하는 처지인 것이다.
박세리의 투어중단과 위성미의 프로선언이 비슷한 시기에 나올 수도 있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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