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 달라진 화사한 단복
이날 입국한 선수단은 감색 상의에 회색 하의로 이뤄진 정장을 착용했다. 연하늘색과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뒤 붉은색 계열 넥타이로 한껏 멋을 냈다. 여자선수들도 검정 바탕에 다양한 무늬를 띤 얕은 단화로 패션의 진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정작 눈길을 끈 것은 왼쪽 가슴에 달린 북한 인공기와 김일성 배지. 비닐커버에 넣고 옷핀으로 고정한 인공기는 손바닥만한 크기였지만 배지는 엄지손톱 크기로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특히 선수들은 국기를 표현한 사각형, 코칭스태프와 임원은 동전 같은 원형 배지를 착용해 신분에 따라 배지의 종류가 다르다는 ‘비밀’을 드러냈다.
# 3층 38개실 ‘철옹성’
호텔에선 식사 때를 제외하곤 3층 숙소에서 두문불출하는 북한 선수단. 이들을 둘러싼 국정원과 경찰, 축구협회 소속 사설 경호원들의 엄호는 물샐 틈이 없었다. 우선 이들의 숙소를 살펴보자. 총 202실 규모로 6층으로 이뤄진 메이필드 호텔은 본관 각층에 50여실이 자리하고 있다. 이중 3층 38개실을 북측 선수단이 사용한다. 임원과 코칭스태프는 1인1실, 선수들은 2인1실이다. 남녀 선수단 사이 2개실, 그리고 다시 10개실을 비워뒀다. 양측 끝방은 남녀선수단 치료실. 통제센터는 5층에 뒀고 2층은 보안을 위해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다.
3층 승강기에서 내리면 국정원 직원들이 검문검색을 펼친다. 호텔은 섬머페스티벌 기간이라 나머지 객실들은 일반인들로 만원이다. 호텔 내에서 선수단이 움직일 때는 늘 국정원 직원들이 따라붙는다. 삼삼오오 단체로 움직이며 절대로 먼저 입을 열지 않는다.
한 호텔 관계자는 “경찰 3개 중대 외에 국정원 직원과 경호요원 70여 명이 다양한 형태로 상주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숫자”라고 귀띔했다.
# 고기보다 어패류 인기
5성호텔인 메이필드 호텔의 적정 숙박 단가는 하룻밤에 35만원선이다. 이전 우즈벡과 쿠웨이트 월드컵대표팀이 묵었던 이 호텔은 숲속에 둘러싸여 경호가 용이하다는 이점을 지녔다. 숙박비는 축구협회에서 부담한다. 북측 선수단이 입국하기 10여일 전 공식 지정된 이 호텔은 한바탕 몸살을 앓았다. 직원 중 식음료 담당과 객실팀, 전기, 소방 담당 등은 모두 신원조회를 마쳤다. 또 선수단 2m 이내에 근접하는 직원들은 모두 ‘남측행사’라는 배지를 달아야 했다.
그렇다면 선수단의 식성은 어떨까. 문문술 호텔 총주방장(53)은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그는 선수들이 “한우갈비 등 고기류에 거의 손대지 않고 생선회, 초밥, 바닷가재 등 어패류를 즐긴다”고 전했다. 찜, 낙지무침, 생선구이, 나물 등도 선호 음식이다. 최근 토종국(된장국)을 뷔페식 식단에 넣어줄 것을 요구했고 서양식 샐러드는 인기 없는 메뉴 중 하나다.
# 목표는 오직 우승
이번 북한 선수단의 입국 목적은 동아시아대회 참가. 특히 FIFA랭킹 7위의 여자대표팀은 입국 첫날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김광민 여자대표팀 감독은 “훈련이 잘 풀리고 있어 반드시 우승할 것”이라고 각오를 내비쳤다. 또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5연패로 탈락한 남자대표팀에게 이번 무대는 설욕전의 의미를 지닌다. 리경일 단장은 “평균 21세의 어린 선수들로 구성해서 미래를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오상도 스포츠투데이 체육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