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리오스(왼쪽)와 배칠수.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배칠수(배): 정말 반갑습니다. 개인적으로 꼭 만나고 싶었거든요. 어이쿠, 직접 보니까 아주 잘 생기셨네.
리오스(리): 칠수씨를 방송에서 본 적 있어요. 저도 영광입니다. 그런데 몸이 장난 아니시네요.
배: (으쓱거리면서) 운동 좀 했죠 제가. 그런데 영화배우 하셔도 되겠어요. 두산에선 최고의 미남으로 꼽히는 홍성흔 선수가 은근히 신경 좀 쓰겠는데요?
리: 그럴리가요? 캐처가 훨씬 더 미남이죠. 전 코가 너무 큰 편이지만 우리 캐처는 아주 멋진 코를 가졌거든요.
배: 아, 그러니까 리오스 선수는 미남의 조건을 코로 결정하는 군요. 하하 참으로 독특하시네. 그런데 요즘 성적이 아주 좋아요. 두산으로 팀을 옮긴 뒤 더 좋은 피칭을 하는 것 같아요. 그 비결이 뭔가요?
리: 팀을 옮겨서라기보단 제가 원래 전반기보다 후반기 때 더 좋은 성적을 내는 편이거든요. 기아에 있을 때 올시즌 성적이 6승9패였지만 여기 와서 한 달도 안돼 4승을 거뒀어요. 그렇다고 해서 기아에서의 생활이 안 좋았던 건 아니에요. 각 팀마다 특징이 있으니까. 두산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연패에 빠지더라도 조급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니 야구하는 게 편해요. 부담도 없고. 팀 컬러가 중요하다는 게 그래서 나온 말인가 봐요.
배: 리오스 선수의 성격도 영향을 미쳤겠죠. 굉장히 유쾌하고 밝아 보여요.
리: 그렇지 않고선 용병으로 살기가 힘들 걸요? 전 한국에서 선수 생활하면서 한국 문화, 선수들 문화, 팀 문화에 적응하고 동화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용병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게 중요해요. 너무 튀면 다른 사람들이 싫어할 수도 있거든요.
배: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말이네요. 적응하기가 쉽진 않았을 텐데 어떻게 한국 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었나요?
▲ 두산 리오스(왼쪽), 홍성흔 | ||
배: 광주에서 살아서인지 전라도 사투리를 꽤 잘 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리: 아따, 그 소문 사실인겨 응? 하하. 이렇게 말하면 되나요? 근데 사투리 잘 못해요. 한국말도 약간만 할 줄 알아요. 저보단 와이프가 조선대학교에서 한국말도 배우고 더 많이 공부했어요. 저야 통역이 있기 때문에 한국말을 못해도 별로 아쉬운 게 없지만 와이프는 쇼핑하고 사람들과 친밀감을 높이려면 한국말을 잘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했거든요.
배: 투수를 하다보면 상대하기 쉬운 선수가 있잖아요. 어떤 스타일의 타자가 그런 타입인가요?
리: 타자들마다 출루하려고 짧게 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홈런을 치려고 잔뜩 벼르고 있는 선수도 있어요. 워낙 선수 숫자만큼 개성도 다르고 스타일도 틀려 딱히 어떤 선수를 공략하기 쉽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선수의 컨디션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지는 거니까요.
배: 하, 핵심을 아주 잘 피해가시네요. 한국 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는다면?
리: 전 야구선수니까 팀이 우승했을 때가 가장 행복할 겁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팀 우승을 맛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없습니다. 올시즌이 끝나기 전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꼭 만들고 싶어요.
배: 참 22개월된 딸이 있는 걸로 아는데, 좀 생뚱맞은 질문이지만 원정 경기 다닐 때 아내와 딸 중 누가 더 보고 싶어요?
리: 당연히 아내죠.
배: 왜요? 난 딸이 더 보고 싶던데?
리: 제 딸은 언젠가 다른 남자를 만나 떠날 사람이지만 제 와이프는 항상 제 옆에 존재할 거니까요. 떠날 사람보단 남아있을 사람이 더 그립고 잘해줘야 하는 거잖아요.
배: 모델로 삼을 만한, 아니 리오스 선수가 너무나 좋아하는 한국 투수가 있나요?
리: 한화의 송진우 선수요. 그 선수는 등판한 다음날에도 운동을 거르질 않아요. 체격도 그리 크지 않은데 파워도 깊고 자기관리를 정말 열심히 해요. 그 점이 존경스러울 정도죠.
배: 언제까지 한국에서 생활할 것 같아요?
리: 그건 두산의 구단주만이 알 수 있는 문제일 것 같은데요? 하하. 전 마흔 살까지 운동할 거예요. 그리고 다른 용병들이 한국에 왔을 때 그들한테 성공적인 모델로 인식되고 싶어요. ‘리오스처럼’ 이라는 타이틀이 붙게끔 더 노력할 겁니다.
배: 오늘 참으로 진지한 대화를 많이 나눴네요. 용병 선수와의 인터뷰라서 솔직히 걱정 많이 했거든요. 저도 ‘리오스선수처럼’ 연예계에 ‘배칠수처럼’이란 타이틀이 나올 수 있도록 ‘열씨미’ 또 뛰어야겠어요. ‘리오스처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