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9일(현지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브루스 보치 감독이 이적 후 첫 승을 올린 박찬호의 목덜미를 마사지해주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우리 한국 선수들도 역시 감독들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감독도 선수도 인간. 인간과 인간의 사이만큼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우리 선수들 중에는 감독을 잘 만나 행복한 선수 생활을 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감독과의 악연으로 마음고생이 심한 선수들도 있다. 우리 선수들의 감독운을 살펴본다.
박찬호(32·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본인이 종종 인복이 많다는 이야기를 한다. 실제로 박찬호는 감독복도 아주 많은 편이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 LA 다저스의 토미 라소다 감독은 박찬호를 자신의 양아들로 여기며 끔찍이 아꼈다. 야구장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틈만 나면 박찬호를 이런 저런 모임에 데리고 다니는 등 박찬호가 미국 문화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물론 본인이 워낙 뛰어난 피칭을 보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라소다 감독 후에도 빌 러셀 감독, 글렌 호프만 감독, 데이비 존슨 감독을 거치면서도 박찬호는 감독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감독뿐 아니라 피칭 코치들과도 아주 가까이 지냈다. 마이너리그 시절의 버트 후튼 코치와 현재 보스턴 레드삭스의 투수 코치로 있는 데이브 월라스는 현재도 박찬호가 스승으로 모시며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다.
그러나 다저스 시절 막판 짐 트레이시 감독과는 그다치 편치 않는 관계이기도 했다. 2001년 FA를 앞두고 마지막 시즌에 트레이시 감독을 만났지만 박찬호의 경기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등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고 결국 다저스를 떠난 한 원인이 되기도 했었다.
텍사스 이적 후 벅 쇼월터 감독과 오렐 허샤이저 투수 코치를 만났지만 관계는 소원한 편이었다. 물론 그 주된 이유는 박찬호가 부상으로 인해 계속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 번째 팀인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빅리그에서도 손꼽는 덕장이라 박찬호가 역시 감독복은 있는 셈이다.
짐 트레이시 감독 하면 최희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시카고 커브스와 플로리다 말린스를 거치면서 동료들이나 코칭스태프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던 최희섭은 지난해 7월 다저스로 이적한 후 감독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물론 본인이 강인한 첫 인상을 심어주는 데 실패한 탓도 있지만 올시즌 뛰어난 경기를 펼치고도 다음 경기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등 아직도 자리를 못 잡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디포데스타 단장과 트레이시 감독간의 불화의 중간에 최희섭이 낀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올시즌이 끝나고 트레이시 감독이 경질되는 것이 최희섭에게는 가장 반가운 뉴스가 될 것이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서재응(28·뉴욕 메츠)과 김선우(28·콜로라도 로키스)도 감독 운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보비 발렌타인 감독 당시 메츠에 스카우트됐던 서재응은 아트 하우 감독이 재임한 2003년에 좋은 활약을 펼쳤는데 2004년 스프링 캠프부터 코칭스태프와 아주 불편한 관계가 됐다.
우선은 하우 감독이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은 데서 불화가 시작됐다. 하우 감독은 2004년 시범 경기의 성적에 상관없이 서재응은 무조건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공언했고, 그 말만 철석같이 믿은 서재응은 시범 경기를 테스트의 장 정도로 여겼다.
물론 그해 겨울 훈련이 조금 부실했던 책임도 서재응에게 있지만 감독은 말을 바꾸고 서재응을 마이너리그로 내쳤다. 그 후로는 투수 코치 릭 페터슨과의 불화가 이어졌다. 최근의 역투로 윌리 랜돌프 신임 감독에게는 어느 정도 신뢰를 얻고 있는 서재응이라 메츠를 떠나야 생존할 수 있을 것 같던 암울한 분위기에서는 많이 벗어났다.
보스턴을 거쳐 몬트리올로 갔던 김선우의 경우는 참 억울하게 힘든 지난 2년여를 지냈다. 독선적인 프랭크 로빈슨 감독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김선우의 능력을 평가 절하, 홀대를 거듭했다.
지난해 빅리그서 계속 뛰면서 나름대로 능력을 보여줬지만 올해 초 방출을 거쳐 마이너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고, 빅리그에 복귀해서도 좀처럼 등판 기회를 잡기 힘들었다. 결국 다시 한번 방출, 웨이버에 공시된 것이 행운으로 콜로라도에서 즉각 그를 데려갔다.
새로운 팀에서 김선우는 적어도 공정한 기회는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진출 후 가장 많이 사고(?)를 친 김병현은 그래도 감독복은 있는 선수다. 애리조나 시절 벅 쇼월터 감독은 김병현을 아주 아꼈는데, 그 이면에는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김병현이 쇼월터 감독의 자식들을 잘 데리고 놀아준 것도 작용을 했다.
보스턴으로 옮긴 후에도 감독과는 별 트러블이 없었던 김병현은 클린트 허들 감독이 간절히 원해서 콜로라도 로키스로 다시 트레이드됐다. 이적 초반 약간 오해가 있었지만 이내 풀렸고, 허들 감독은 점점 김병현에게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감독과 선수 사이의 관계를 매끄럽게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론 선수들이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선수들의 경우 언어 장벽이나 문화 차이로 억울하게 정당한 대우를 못받는 경우도 있었던 만큼 경기외적인 적응의 노력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스포츠조선 야구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