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지만은 비록 팀이 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실낱 같은 PO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종현 기자 | ||
팀이 6위로 처지는 바람에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은 모양새를 잃고 말았지만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업무’에 충실하겠다는 송지만을 지난 17일, 잠실에서 만났다.
배칠수(배):(올시즌 성적을 보면서) 홈런 스무 개, 백 안타, 타율도 3할에 육박하고, 이 정도면 성적 괜찮은 거 아닌가?
송지만(송):홈런이 좀 약하죠. 서른 개 정도는 쳐야 하는데.
배:그런데 올해는 전체적으로 홈런 수가 이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이유가 뭘까요?
송:(이)승엽이 빠진 공백이 이렇게 크나? 하하. 투수들이 좋은 공을 안 줘서 그렇지 뭐.
배:지금 현대가 6위인데 어때요? 4위에 진입할 수는 있을까요?
송:지난번 수원에서 한화전 때 승부를 내려고 했는데 한화에 3게임을 다 지는 바람에 아주 어렵게 됐어요. 그래도 우린 선수니까 남은 경기를 소홀히할 순 없어요.
배:한화가 계속 지고 한화랑 붙은 경기를 다 이겨도 힘들까?
송:한화쪽이랑 친한 분이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 개인적으론 두산이나 SK, 한화가 플레이오프에 올라갔음 좋겠어요. 왜냐구요? 뭐 내가 뛴 팀도 있고 아는 선수들도 많아서 그렇지 하하.
배:그래도 일찌감치 쉴 수 있어서 그건 다행이겠어요.
송:무슨 소리예요? 선수라면 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서 가을 잔치를 해야 연봉도 늘고 주머니에 뭔가 좀 두둑하게 들어와야 야구할 맛이 나죠. 남들은 다 가을잔치하는데 난 집에서 텔레비전 보고 있다고 생각해 봐요. 속 터지지.
배:기록을 보니까 전반기 때 좀 힘들었나봐요. 주전도 아니고 대타로 뛸 때도 있었네요.
송:전반기 막판에 7~8개 시합을 뛰지 못했어요. 솔직히 좀 이해가 안 됐죠.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도 있고 이름도 있는데 왜 날 내보내지 않을까 하는 의문점도 들었어요.
▲ 배칠수(왼쪽)와 송지만 선수 | ||
송:물론 그때 페이스가 떨어지긴 했어요. 감독님께서 충격 요법을 쓰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진짜 충격 받았거든요. 그래선지 독을 품게 되더라구요. 선수는 야구장에서 보여줘야 하니까.
배:독은 10월에 품어야 물이 오르는데 10월엔 쉬어야 되니… 하하. 참, 지난 15일 한화전 때 조성민 투수가 등판했었잖아요. 한때 ‘조성민씨’였던 선순데, 그때 조성민 선수 나오는 거 보고 어떤 기분이 들던가요?
송:내가 (조)성민이 1승 만들어 줬잖아요. 원아웃 만루에서 삼진 먹고 나왔으니까. 하하. 우리 친구 사이인데 전화라도 한번 해줘야지. 그런데 그때 더그아웃에서 보니까 정민철이 겁나게 좋아하더라구요.
배:정민철, 조성민, 송지만, 이렇게 다 절친하신 걸로 아는데. 팀은 졌지만 기분은 좋으셨겠어요. 친구가 재기하는 걸 보고. 저도 TV로 보니까 조성민 선수의 팔 스윙이 굉장히 빠르더라구요. 팔 스윙이 빠르다는 건 어깨에 이상이 없는 거잖아요.
송:타자는 3년을 쉬면 야구 못해요. 그런데 투수는 할 수 있어요. 어깨를 쉬게 한 거니까. 막상 타석에서 성민이 공을 치려고 하니까 되게 위압감이 전해지더라구요. 그 친구가 좀 길잖아요. 긴 데다 체격까지 좋으니까 공의 위력이 세게 느껴졌어요. 앞으로 정말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배:올시즌 끝나면 FA가 되네요. 이거 아주 기대되는 거죠?
송:시즌이 몇 게임 안 남았지만 성적이 월등히 뛰어난 게 아니라 솔직히 걱정스러워요. 겉으론 신경 안 쓰는 척했는데 의식을 안 할 수가 없었어요. 날 필요로 하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준다면 잘 선택하고 싶어요. 가급적이면 현대에 남고 싶어요. 한화에서 8년 하다가 현대로 옮기니까 새로운 환경의 묘미가 있더라구요. ‘립서비스’가 아니라 지금 있는 팀에서 오랫동안 야구하는 게 목표입니다.
배:앞으로 약 스물다섯 게임 정도 남았죠? 제가 올시즌 송지만 선수의 성적을 정해 드릴게요. 타율은 2할9푼4리에 홈런 25개. 그런 다음 FA 나가서 깔끔하게 정리하는 거지~.
송:‘짜샤. 그렇게 할 수 있음 네가 해라’라고 말하곤 싶은데… 하하. 하여튼 방송하는 사람은 ‘이게(입)’ 쎄다니까.
송지만은 인터뷰 후 LG와의 경기에서 3점홈런을 포함, 4타수3안타3타점을 올리며 ‘충격요법’을 줬던 김재박 감독한테 7백승이란 선물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