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호의 최근 모습. 로이터/뉴시스 | ||
국내 언론에서 박찬호의 올 겨울 결혼설이 터지고, 예비 신부의 신상이 드러나는 등 구체적으로 결혼설이 제기되자 박찬호는 아주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 7일 콜로라도전에서 패전 투수가 된 직후 박찬호는 현지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결혼설에 대한 질문을 받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힘을 줘) 할 말이 없습니다. (잠시 뜸을 들이다) 이번 일 때문에 전화도 많이 받았는데…. (심각한 표정으로)언론이 갈수록 가족과 친구를 괴롭힌다는 것이 불쾌한 일이고…. 지금이 저한테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다른 거 생각하지 않고, 운동에만 집중하고 전념하고 있는데, (결혼설 보도가) 많이 방해가 되네요”라고 말하고는 등을 돌렸다. 이어 결혼설이 사실이 아니냐는 질문에 박찬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한숨을 내쉬듯 큰 소리로 “할 말이 없네요”라고 말했다.
부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긍정도 아니고 신경질만 잔뜩 내고 돌아선 셈이다.
9년 만에 불펜행
그런데 박찬호가 12일 LA 다저스와의 원정 경기서 1⅓이닝 동안 3안타와 4사구 4개(사구 2개), 폭투 1개로 2실점한 뒤 강판되면서 위기설마저 돌고 있다.
샌디에이고 지역 신문인 <유니온 트리뷴>에 따르면 박찬호가 남은 시즌과 포스트 시즌에서 할 일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이 제기된 것. 결국 지난 14일 샌디에이고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부상에서 복귀한 페드로 아스타시오가 박찬호 대신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를 얻었다는 내용이 게재됐다. 박찬호가 선발진에서 밀려난 것은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후 9년 만에 처음 있는 일.
지난 96년 처음으로 빅리그에 정착했던 박찬호는 당시 소속팀 LA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애틀랜타에 3연패로 1회전 탈락하면서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이 가을 잔치의 무대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인데, 최근의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다.
결혼설에 발목 잡혔나?
박찬호는 성격이 상당히 예민한 인물이다. 그래서 ‘새가슴’이라는 말도 듣는다. 그러나 세계 야구의 최고봉인 메이저리그에서 1백승을 넘긴 투수가 ‘새가슴’이라면 그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완벽주의자에 가깝다고 봐야 옳다.
야구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박찬호는 꼼꼼하고 세심한 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오래전에 다저스 초창기 시절 박찬호가 집들이를 한 적이 있었다. 특파원들의 가족들을 모두 초대해 저녁 식사를 했는데, 어린애들이 음식을 흘리고 다니자 직접 걸레를 들고 카펫을 일일이 닦던 박찬호의 모습이 기억난다. 물건을 살 때도 몇 군데 상점을 돌고 가격을 꼼꼼히 비교한 뒤에야 구입하는 박찬호다.
▲ 지난 2002년 “아~ 장가 가고 싶다… 같이 쓰실래요?”라는 카피로 유명했던 박찬호의 신용카드 광고 장면. | ||
결혼설이 사실이라면 차라리 정확히 밝혀 만인의 축복을 받을 일이고,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역시 의혹을 밝히면 될 일이다. 한국이 낳은 최고 스포츠 스타 중의 한 명인 박찬호가 결혼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는 소식은 사실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팬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고, 부와 명예를 거머쥔 스타인만큼 또 의무와 책임도 뒤따른다는 점을 박찬호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언론에 대한 지나친 피해의식이 늘 그를 힘들게 하는 것도 부인 못할 사실이다. 담담하고 당당하게 대처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훨씬 편안할 텐데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오히려 심리적으로도 불편한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여자측에서 결혼 고민중?
지금까지 드러난 박찬호의 결혼 소문은 신부감이 재일교포 박아무개씨라는 것과 지난 여름 미국에서 박찬호의 부모와 상견례를 했다는 것이다. 한국어는 서툴지만 귀화를 하지 않고 한국인의 신분을 지키고 있는 집안으로, 상당한 부동산 재력가의 딸이며 활달한 성격에 요리 전문가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12월 중 제주도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예정했었다는 소문도 돌지만, 아직 예비 신부측에서 결혼까지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라는 말도 돈다.
박찬호가 올 겨울에 결혼식을 올릴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가정을 꾸리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지난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이래 박찬호는 정말 힘든 날들을 보냈다. 평균 연봉이 1백30억원에 달하는 최고 대우를 받으면서도 부상으로 인한 부진이 계속 이어지자 박찬호가 겪은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스트레스가 심해 원형탈모증까지 생겼고,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는 인터뷰까지 나왔었다.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완벽해야 한다는 성격이 더욱 본인을 힘들게 했다. 텍사스를 떠나 샌디에이고로 이적하면서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도 아직은 현실로 이루어지진 않고 있다.
박찬호에겐 장기 계약이 끝나는 내년 시즌이 아주 중요하다. 내년 성적 여부에 따라 선수 생활을 얼마만큼 연장할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 물론 어떤 대우를 받느냐 역시 내년 시즌의 성적에 달렸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고 정착하게 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만간 박찬호가 “올 겨울 저 결혼합니다!”라는 기분 좋은 발표를 하고 수많은 팬들의 축복속에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마운드에서도 더욱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포츠조선 야구팀 부장대우